누리호 5차, 군집위성 5기 싣고 발사대에 섰다…위성이 발사 시각을 정한 첫 발사
누리호가 발사대에 섰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은 6일 오전 6시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 조립동에서 누리호 5호기를 무인 특수차량에 눕혀 싣고 출발해, 진동과 충격을 줄이려고 1.8㎞를 1시간 반에 걸쳐 옮긴 뒤 오전 10시 35분 제2발사대에 세워 고정했다. 오후에는 전원과 연료·산화제를 공급하는 지상 설비 연결선(엄빌리칼)을 잇고, 배관에 새는 곳은 없는지, 전기 신호는 제대로 오가는지 확인하는 점검이 이어졌다. 우주항공청(우주청) 계획상 설치 작업은 오후 6시 45분쯤 끝날 예정이었다. 다만 오후 6시 9분 YTN 현장 연결까지도 연결과 점검은 진행 중이었고, 그 뒤 완료를 알린 발표는 확인되지 않았다.
남은 관문은 7일 오전이다. 우주청장이 위원장을 맡는 발사관리위원회가 기체 상태와 바람·낙뢰, 태양 활동, 궤도를 도는 다른 물체와의 충돌 가능성을 검토해 추진제를 채울지와 정확한 발사 시각을 정하고, 오전 8시 45분쯤 결과를 발표한다. 지상 평균 풍속은 초속 15m 이하여야 하고, 태양 활동에 따른 우주환경 경보가 4단계 이상이면 연기를 권고하는 기준이 있다(뉴시스). 발사 가능 시간은 8월 27일 발사관리위원회가 정한 낮 12시 23분부터 오후 1시 23분까지, 한 시간이다.
이 한 시간이 이번 발사가 어떤 발사인지를 보여 준다. 시간대를 정한 것은 로켓이 아니라 위성이다. 이번 주탑재위성(발사의 주 임무를 맡은 위성)인 초소형군집위성 '네온샛'은 카메라로 지상을 찍는 위성이라, 일정한 햇빛 조건에서 촬영하도록 지나가는 시각을 맞춰야 한다. 항우연과 KAIST(한국과학기술원) 연구진은 네온샛이 적도를 북쪽에서 남쪽으로 지날 때 그 지점의 현지 시각이 낮 12시 30분 앞뒤 30분 안에 들도록 목표를 잡고, 비행과 위성 분리에 걸리는 시간을 거꾸로 계산해 발사 시간대를 뽑았다고 설명했다. 한국의 발사 시각이 정오 무렵인 것은 그 계산이 낳은 우연이라고 했다.
날짜도 위성에 맞춰졌다. 5차 발사는 애초 올해 6월 예정이었으나 8월, 9월을 거쳐 10월로 밀렸다. 10월로 미룬 직접 이유는 누리호가 아니라 네온샛에 있었다. 2024년과 올해 1월 먼저 쏘아 올린 네온샛 시제기와 검증기를 우주에서 운용해 보니, 위성의 궤도를 조정하는 해외 업체 추력기의 성능이 기대에 못 미쳤다. KAIST 인공위성연구소 이철 실장은 "제작사는 우주 헤리티지(우주 운용 경험)를 갖고 있었지만, 우리가 적용한 모델에서는 그런 부분이 다소 부족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에 실을 2~6호의 추력기를 바꾸고 다시 시험하느라 발사 일정이 늦춰졌다(연합뉴스). 연합뉴스는 이제 누리호 발사의 주목적이 발사체 검증이 아니라 위성의 궤도 안착이니 위성 일정에 발사를 맞추는 것이 당연하다는 해석도 전했다. 2021년 첫 발사 이후 누리호는 줄곧 자기 성능을 증명해야 하는 시험 대상이었다. 이번에는 처음으로, 실어 나를 위성의 필요가 발사 날짜와 시각을 정했다.
화물이 무엇인지 보면 이 변화가 왜 무거운지 알 수 있다. 네온샛은 KAIST 인공위성연구소가 사업을 총괄하고 위성 기업 쎄트렉아이가 본체와 카메라를 만든 100㎏ 미만의 지구관측위성이다. 흑백 1m급 해상도로 한반도와 주변 해역을 자주 찍어 국가안보와 산불·홍수 같은 재난 대응에 쓰는 것이 목적이고, 연합뉴스에 따르면 국가정보원과 우주청이 함께 추진해 온 사업이다. 내년 누리호 6차 발사로 5기를 더 올려 10기가 모이면 한반도를 하루 세 번 이상 찍고 위급할 때 같은 곳을 24시간 안에 다시 찍을 수 있다는 것이 KAIST가 내건 목표다. 이번 5기는 그 절반이고, 궤도에 오른 뒤에도 2~3개월 동안 스스로 간격을 벌려야 제자리를 잡는다.
그래서 성공의 기준도 달라졌다. 지금까지 누리호의 주탑재위성은 매번 한 기였다. 이번에는 같은 위성 다섯 기를 이륙 약 13분 30초 뒤부터 35~40초 간격으로 한 기씩 내려놓는다. 서로 부딪히지 않도록 그때마다 로켓 윗단의 방향을 바꾸고, 위성에 전해지는 분리 충격을 절반으로 줄인 장치도 새로 달았다. 항우연은 네온샛 5기를 고도 570㎞ 위아래 15㎞ 안에 안착시키는 것을 공식 성공 기준으로 설명했다. 대학·기업·연구소가 만든 큐브위성 10기도 함께 오르지만 부차 임무다. 궤도에 닿는 데서 끝나지 않고, 국가 임무에 맞게 위성을 정확히 배치하는 능력을 보는 발사다.
이 발사를 누가 운용하는지도 바뀌었다. 누리호는 2022년부터 '한국형발사체 고도화사업'으로 이어지고 있다. 같은 로켓을 되풀이해 쏘아 신뢰성을 높이면서 제작과 발사 기술을 민간에 넘기는 국가 연구개발사업이다. 발사체 전체를 조립·통합하는 체계종합기업으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이하 한화)가 참여하고, 한화는 지난해 7월 항우연에 기술료 240억 원을 내고 2032년까지 누리호를 만들고 쏠 수 있는 권리를 얻었다. 지난해 11월 4차 발사에서 한화는 제작과 조립을 총괄했지만, 발사통제센터에서 발사체 상태를 보고 명령을 내리는 콘솔은 항우연이 잡았다. 이번에는 발사체 콘솔 22개 중 20개에 한화 인력이 들어가 18명이 직접 조작하고, 항우연은 관리·감독을 맡는다. 발사 여부와 시각을 정하는 것은 여전히 정부의 발사관리위원회다. 항우연 한영민 우주발사체연구소장은 8차 발사부터 체계종합기업이 주관해 발사하는 일정이라고 밝혔다.
민간이 발사를 넘겨받는 데 무엇이 필요한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말이 한 단어로 모인다. 반복이다. 강성주 전 한국천문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발사체 기술은 설계도나 제작 방법만 넘겨받는다고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실제 발사를 반복하면서 점검과 판단, 이상 상황 대응, 비행 데이터 분석 같은 경험을 축적해야 한다"고 말했다. 진정근 KAIST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제작·시험·운용 기술을 유지하려면 후속 발사가 끊기지 않아야 한다고 했다. 우주청 박재성 우주수송부문장은 높은 신뢰성에 낮은 비용이 더해져야 발사 서비스가 된다고 했다.
반복이 끊기면 어떻게 되는지는 이미 겪었다. 누리호 3차(2023년 5월)와 4차(2025년 11월) 사이에는 2년 반의 공백이 있었다. 손재일 한화 대표는 4차 성공 직후 브리핑에서 그 사이 "기술 인력이 이탈하는 등의 문제로 우주 산업 생태계를 유지하는 것이 힘들었다"고 말했다. 올해 1월 동아사이언스는 누리호 제작에 참여하는 업계 관계자를 인용해, 공백의 여파로 4차 부품 공정에서 결함이 유독 많았다고 알려졌고 5차 준비도 그 영향으로 늦어졌다는 현장 지적을 전했다. 우주청은 3분기 발사 목표를 이미 제시했었다고 설명했지만 이 지적 자체를 반박하지는 않았다.
그렇다면 반복은 누가 만드나. 누리호에 실릴 위성은 지금까지 정부 사업으로 정해져 왔다. 이번 15기도 주탑재위성은 국가 사업이고, 큐브위성 10기 역시 정부의 국산 부품 검증, 큐브위성 경연대회, 공모를 통해 자리를 받았다. 방효충 KAIST 항공우주공학과 교수가 우주 사업은 불특정 다수의 수요가 있는 시장이 아니어서 정부의 수요 창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한 것도 그래서다. 누리호가 얼마나 자주 뜰지는 결국 정부가 자기 위성을 얼마나 꾸준히 누리호에 맡기느냐에 달려 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이번 화물의 이력이 문제가 된다. 네온샛 2~6호는 한때 누리호가 아닌 외국 로켓에 실릴 뻔했다. 연합뉴스 8월 보도에 따르면, 정부는 2022년 누리호 반복 발사 계획을 확정하며 이 5기를 2026년 5차 발사에 싣기로 했다. 그런데 우주청은 2025년 예산을 짜면서 이 5기를 해외 발사체로 쏘는 것을 전제로 발사비 약 210억 원을 잡았다. 누리호 일정이 늦어질 수 있다는 점, 안보 위성은 제때 올라가야 한다는 점, 관계부처가 누리호의 신뢰성을 우려한 점이 배경으로 전해졌다. 우주청 관계자는 "당시 관계부처와 협의해 결정한 사안"이라고만 밝혔다. 전례도 있었다. 4차 발사가 2024년에서 2025년으로 밀리자 정부는 4차에 실으려던 네온샛 1호를 미국 기업 로켓랩의 소형 로켓 일렉트론에 실어 뉴질랜드에서 쐈다. 우주청이 국방 위성을 누리호로 쏘려던 계획도 군이 신뢰성 등을 우려해 추진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위성들을 누리호로 되돌린 것은 4차 발사의 성공이었다. 지난해 11월 27일 누리호가 위성 13기를 모두 분리하자, 우주청은 올해 1월 21일 사업추진위원회를 열어 2~6호의 발사 수단을 누리호로 다시 바꿨다. 누리호를 쓰면 발사비는 따로 들지 않고 운송비와 발사장 준비비 같은 부대비용 약 17억 원이면 된다. 국회예산정책처는 필요 없어진 발사비를 서둘러 정산해 국고에 돌려놓으라고 지적했다.
이 경과는 누리호가 갇혀 있는 순환을 보여 준다. 누리호의 신뢰는 반복 발사로 쌓인다. 반복 발사는 실을 정부 위성이 있어야 가능하다. 그런데 정부 위성은 신뢰가 충분히 쌓이기 전까지 다른 로켓을 찾는다. 위성이 빠져나가면 발사 간격이 벌어지고, 벌어진 간격은 인력 이탈과 제작 결함으로 돌아와 신뢰를 다시 깎는다. 4차 성공 한 번이 이 순환을 반대로 돌려 위성을 되찾아 왔지만, 같은 논리라면 지연이나 실패 한 번이 위성을 다시 내보낼 수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연합뉴스에 "정부가 누리호를 계속 발사해야 신뢰도를 높일 수 있다고 하면서도 정작 발사 수요를 가진 정부 부처에서는 누리호를 믿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됐다"고 말했다.
안보 부처의 걱정을 탓하기만 할 일은 아니다. 감시위성이 늦게 올라가면 그만큼 감시에 빈틈이 생긴다. 관계부처가 누리호의 신뢰성을 무엇을 근거로 판단했는지도 공개되지 않아, 그 판단이 지나쳤는지 밖에서 가늠하기 어렵다. 그래도 확인된 사실만으로 두 가지는 말할 수 있다. 첫째, 정부가 공식 확정한 발사 계획과 정부 예산이 서로 다른 로켓을 전제로 움직였고, 이 일은 국가 우주정책을 총괄하라고 만든 우주청이 출범한 뒤에 벌어졌다. 계획과 예산이 따로 노는 한 누리호는 다음 발사에 실을 위성이 있을지조차 확신할 수 없다. 둘째, 이번에 실제로 발사를 늦춘 것은 누리호가 아니라 위성이었다. 정부 안에서는 누리호의 일정을 위험으로 보고 외국 로켓을 예비해 두었지만, 정작 이번에는 위성의 추력기가 문제를 일으켰고 누리호가 그것을 기다렸다. 일정의 위험은 로켓에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래서 7일 발사에서 지켜볼 것은 두 겹이다. 당장은 네온샛 5기가 성공 기준 안에 제대로 들어가느냐, 그리고 이어지는 첫 교신과 몇 달간의 간격 조정에서 새 추력기가 궤도에서 제 성능을 내느냐다. 더 길게 보면, 성공은 정부가 다음 위성을 망설임 없이 누리호에 맡길 근거를 하나 더 보탠다. 하지만 그 근거가 매번 직전 발사 한 번의 결과에 달려 있다면 순환은 끊기지 않는다. 우주청은 2029년 이후 공공위성 발사를 한데 묶어 계약하는 방식으로 상업 발사 체제로 넘어가겠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이번 네온샛의 경과는 그 방향이 구호에 그쳐선 안 되는 이유다. 누리호에 싣기로 한 국가 위성은 예산에서도 누리호에 싣는 것, 즉 계획과 예산이 같은 로켓을 전제로 움직이게 하는 것이 출발점이다. 한화가 콘솔을 잡는다고 누리호가 민간 발사체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 로켓에 실을 위성을 정부가 꾸준히 내줄 때 비로소 그렇게 된다.
밑줄 친 문장을 누르면 그 문장의 배경 설명을 읽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