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농지조사 '비투기 위반' 처분 제외 특별법 추진…'농지은행 위탁' 조건도 없앴다
농림축산식품부가 10월 8일, 올해 진행 중인 농지 전수조사에서 법 위반이 확인되더라도 투기가 아니면 그 결과를 근거로 농지 처분을 명령하거나 이행강제금을 물리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상속받아 묵혀 둔 농지, 나이 들어 이웃이나 친척에게 말로만 맡긴 농지, 종중·사찰 땅처럼 소유관계가 복잡한 농지, 농기계가 들어가지 못해 비워 둔 농지, 허가 없이 지은 농업용 창고 같은 경우다. 정부는 이를 담은 특별조치법(이하 특별법)을 이달 발의해 연내 국회 처리를 목표로 하고, 내년 상반기에는 농지법 자체를 고치겠다고 했다. 3주 전 내놓은 '농지은행에 맡기면 처분을 미뤄 주겠다'는 방침에서 조건을 없앤 것이다.
일부 언론은 이를 농민 반발에 밀린 후퇴라고 불렀다.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은 지난번 '처분 유예'라는 표현이 유예가 끝나면 다시 처분하느냐는 오해를 낳을 수 있어 이를 분명히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어느 설명이 맞는지 가리려면, 정부가 "처분하지 않겠다"고 말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새 법까지 만들어야 하는 이유부터 봐야 한다. 그 이유는 올해 바뀐 농지법에 있다.
전수조사는 이재명 대통령의 지시에서 시작됐다. 대통령은 2월 24일 국무회의에서 귀농·귀촌을 하려 해도 땅값이 올라 터를 잡기 어렵다며, 필요하면 인력을 대규모로 조직해 전수조사하고 농사를 짓는다며 땅을 사서 방치하는 경우 매각명령을 내리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겨냥한 것은 농사를 내세워 땅을 사 두는 투기였다.
그 뒤 5월 7일 국회를 통과한 농지법 개정안이 처분 절차를 바꿨다. 농지법은 자기 농사에 쓸 사람만 농지를 갖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헌법의 '경자유전' 원칙), 이를 어긴 소유자에게는 처분 절차가 이어진다. 위반이 확인되면 1년 안에 스스로 팔아야 하고, 팔지 않으면 시장·군수가 6개월 안에 팔라는 처분명령을 내리며, 명령을 따르지 않으면 감정가격과 개별공시지가 중 높은 값의 25%를 이행강제금으로 해마다 물린다. 개정 전에는 처분명령을 내릴지 지자체가 판단할 수 있었는데, 개정안은 이를 의무로 바꿨다. 이 조항이 8월 28일 시행되면서, 위반이 확인된 땅에 대해 시장·군수가 사정을 봐줄 여지는 없어졌다.
전수조사는 이 '위반'이 얼마나 넓은지 드러냈다. 5월 18일 시작된 조사의 기본조사 결과를 농식품부가 7월 30일 발표했는데, 1996년 이후 취득한 농지 가운데 284만 필지, 약 27%가 위반 의심으로 분류됐다. 행정 서류와 항공사진을 대조해 추려 낸 것이라 확정된 위반은 아니다. 예컨대 서류상 소유자가 직접 농사짓는 땅인데 비료·면세유·재해보험 지원을 받은 기록이 없으면 불법 임대차 의심으로 분류됐다. 이 기준에 농촌의 흔한 관행이 대거 걸린 것은 농지법의 예외가 좁기 때문이다. 고령농이 땅을 빌려주려면 60세 이상이라는 것만으로는 안 되고, 그 땅에서 5년 넘게 농사를 지었으며 사는 곳과 같거나 맞닿은 시·군의 땅이어야 한다. 농사짓지 않는 상속인은 1만㎡까지만 갖고 빌려줄 수 있고, 휴경은 재해·질병 같은 정당한 사유가 있어야 한다. 송 장관 말로는 농지 임차 비율이 47%에 이른다. 이웃에게 말로 맡겨 둔 노인의 땅이나 경사가 심해 묵혀 둔 상속 밭은 법대로 따지면 위반이 되기 쉽다.
조사와 처분 의무화가 같은 해에 겹치자 농민들은 조사를 처벌로 받아들였다고 농정연구센터 윤석환 전문연구위원은 설명했다. 불안은 구체적인 피해로도 나타났다. 단속을 피하려는 부재지주가 임차농과의 계약을 일방적으로 깨는 사례가 보도됐고, 경남 의령의 73세 소유자는 경사가 심해 수년간 묵힌 밭이 값을 낮춰도 팔리지 않자 군에 무상으로 넘기겠다는 민원을 냈다. 논란은 정치로 번졌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9월 15일 "경자유전이 아니라 경자유죄"라고 공격했고, 리얼미터 조사에서 농림어업 종사자의 대통령 국정수행 긍정평가는 한 주 사이 37.7%에서 30.4%로 떨어졌다.
해명은 불안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대통령은 9월 24일과 29일 고령으로 농사를 못 짓거나 상속받은 농지는 대상이 아니라고 직접 말했다. 그러나 법이 그대로인 상태에서 정부가 내놓을 수 있는 길은 좁았다. 농식품부가 9월 16일 설명자료에서 제시한 것은, 중대한 위반이 아니면 1년의 자진처분 기간을 먼저 주고 그 뒤 소유자가 성실히 경작하면 처분명령을 3년 유예한 뒤 소멸시킬 수 있다는 것이었다. 결국 팔거나 직접 지으라는 뜻이었고, 몸이 불편해 이웃에게 맡긴 고령농에게는 둘 다 어려운 일이었다.
9월 21일 정부·여당의 첫 수습책은 그 사이에 농지은행을 끼워 넣었다. 농지은행은 한국농어촌공사가 농지를 사들이거나 소유자에게서 맡아 실제 농사지을 사람에게 빌려주는 공공 창구다. 투기와 농업진흥지역의 중대한 불법 전용은 법대로 처리하되, 일반적인 임대차·휴경 위반은 먼저 스스로 바로잡을 기회를 주고, 그게 어려우면 농지은행에 임대·관리를 맡기는 조건으로 처분의무 부과를 미뤄 주는 특별법을 만들겠다는 내용이었다. 이 방안에는 두 가지 빈틈이 있었다. 하나는 '유예'라는 말이었다. 미뤄 줄 뿐이라면 기간이 끝난 뒤 다시 처분될 수 있다는 불안이 남았다. 다른 하나는 농지은행이 그 많은 땅을 감당할 수 있느냐였다. 농식품부는 유예 조건이 매입이 아니라 임대·관리 위탁이고 임차인을 지정한 위탁은 곧바로 처리한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땅을 팔고 손을 떼려는 고령농이 기댈 공공임대용 매입은 8월 말 3320㏊가 대기 중이었고, 월평균 매입량으로 따지면 약 13개월치였다. 송 장관도 7일 국정감사에서 농지은행 예산이 충분하지 않다고 인정했다.
10월 8일 발표는 이 두 빈틈을 함께 메웠다. 정부가 처분 대상으로 남긴 투기는 세 가지다. ①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농사를 짓겠다며 영농계획서를 내고 농지를 취득한 뒤(상속은 제외) 방치하거나 임대한 경우, ② 값이 오르면 되팔 목적으로 허위 영농계획서를 내고 경매 등으로 농지 지분을 사서 방치하거나 임대한 경우, ③ 농업법인을 만들어 농지를 취득한 뒤 쪼개 팔거나 임대해 부동산 수익을 올린 경우다. 이 경우에도 의심만으로 처분하지 않고 소명을 들은 뒤 현행 농지법대로 처리한다. 그 밖의 비투기 위반은 농지은행 위탁이나 자진 정비 여부와 관계없이 이번 조사 결과로는 처분하지 않으며, 송 장관은 "세 가지 투기유형 외에는 처분하지 않는다. 따라서 이행강제금도 없다"고 말했다. 위반 상태를 아예 적법하게 바꾸고 싶은 사람을 위해서는 별도로 2~3년의 특례기간을 두는 방안을 검토한다. 말로 맺은 임대차를 이 기간에 서면계약으로 바꾸면 계약기간 동안 적법한 임대차로 인정하고, 원래 허가받을 수 있었던 시설은 뒤늦게 허가를 신청할 수 있게 한다. 조사는 범위를 줄이지 않고 계속한다. 처분 제외도 적법화 특례도 특별법이 만들어진 뒤에 적용되며, 법이 통과되기 전 몇 달 동안 지자체가 비투기 위반을 어떤 지침으로 다룰지는 발표에 구체적으로 나와 있지 않다.
농민단체는 대체로 반겼다. 전국농민회총연맹 엄청나 정책위원장은 "농민들이 불만이 있던 부분들이 후속조치로 상당히 해소됐다"고 평가했다. 한국후계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최범진 정책조정실장은 방향을 환영하면서도 "방향성을 명확하게 잡고 나서 전수조사가 들어가야 했다"며 떨어진 농지 가격에 대한 대안이 없다고 지적했다. 농지 가격은 조사 이전인 2021~2022년부터 내리막이었고, 조사가 값을 얼마나 더 끌어내렸는지 따로 잰 자료는 없다.
그렇다면 이번 조치는 투기 단속에서 물러선 것인가. 처분 대상으로 남은 세 유형을 2월 지시와 나란히 놓으면, 적어도 발표된 내용으로는 그렇게 보기 어렵다. 대통령이 겨냥한 것은 농사를 짓겠다며 땅을 사서 방치하는 경우였고, 세 유형은 모두 농사를 내세워 땅을 얻고 짓지 않은 경우다. 상속받은 땅이나 늙어서 이웃에게 맡긴 땅은 처음부터 지시의 대상이 아니었고, 대통령 자신도 9월에 그렇게 말했다. 물러선 것은 투기 단속이 아니라, 처분을 의무로 바꾼 법과 좁은 예외 규정이 겹치면서 관행까지 처분 대상으로 끌려 들어온 부분이다. 그 점에서 이번 조치는 방향이 옳다. 법이 현실과 어긋나서 위반이 된 사람을 그 법으로 처벌하지 않고, 조사 결과는 법을 현실에 맞게 고치는 자료로 쓰겠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처음부터 투기와 관행을 구분하는 원칙이었다는 정부 설명은 절반만 맞다. 7월 발표에서 이미 고령으로 불가피하게 쉬는 땅 같은 일반적 위반에는 계도 등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5월에 바뀐 법은 그런 구분 없이 위반이면 처분명령을 내리도록 정해 두었다. 말로는 구분했지만 법은 구분하지 않았고, 그래서 정부는 이제 강화된 처분 규정을 송 장관 표현대로 "농지법에 우선하는 특별법으로 차단"해야 한다. 현실이 어떤지 조사하기도 전에 처분부터 의무로 만든 순서가 다섯 달 가까운 불안과 두 차례의 수습을 낳았다. 송 장관도 국정감사와 8일 브리핑에서 설명이 충분하지 않았다고 인정했다.
이 판단이 법안에서도 유지될지는 국회가 특별법 조문에 무엇을 적느냐에 달려 있다. 이번 조치의 실제 무게는 세 가지에서 갈린다.
첫째는 투기의 경계다. 송 장관은 투기를 "영농하겠다는 거짓 계획서를 쓰고 이를 이행하지 않은 경우"라고 설명했지만, 처분 대상 목록은 그중 토지거래허가구역, 경매로 산 지분, 농업법인의 경우로 한정돼 있다. 허가구역 밖에서 농사짓겠다며 땅을 산 개인이 그대로 묵혀 둔 경우가 어느 쪽에 드는지는 발표만으로 분명하지 않다. 여당 안에서는 문금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처럼 이번 조사에서 나온 투기·불법 전용까지 우선 제재하지 말고 데이터베이스 구축에만 쓰자는 주장도 나왔다. 대통령 지시의 핵심이던 투기 처분이 법안에 얼마나 남느냐가 '후퇴'인지 아닌지를 최종적으로 가른다.
둘째는 형평성이다. 과거 지자체 조사에서 이미 처분명령을 받아 땅을 판 사람, 명령을 받고도 따르지 않은 사람에게 이번 특례를 적용할지 정부는 아직 정하지 못했다. 송 장관도 성실하게 법을 지킨 사람과의 형평성 문제가 있다고 인정하며 국회에서 더 논의하겠다고 했다. 지금 구제받는 사람과 이미 법대로 땅을 내놓은 사람 사이의 차이를 어떻게 다룰지가 이번 구제의 비용이다.
셋째는 실제 농사를 짓는 임차농이다. 소유자를 처분하지 않는다고 임차농의 경작이 보장되지는 않는다. 20년 가까이 남의 땅을 빌려 농사지어 온 주형로 씨는 소유자가 땅을 팔면 살 돈도 우선 매수 보장도 없어 경작지를 떠날 수 있다고 걱정했다. 정부는 임차농 권리 보호를 2027년 농지법 개정 과제로 미뤄 두었다.
10월 8일 발표는 투기 단속을 접은 것이 아니라, 처분 대상이 농촌의 관행까지 넓어진 잘못된 설계를 고친 것이다. 고친 방향은 옳지만, 그 설계는 조사보다 처분 강화를 앞세운 순서에서 나왔다. 이 조치가 수습에 그칠지, 농지 제도를 현실에 맞추는 출발점이 될지는 연말까지 국회가 특별법에 투기의 경계와 형평, 임차농 보호를 어떻게 적느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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