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 국제

유엔서 '지뢰 사과하라' 요구에 북한은 정동영 발언으로 반박했다…그 말은 조사 결과를 부정한 것이었나

남북이 9월 21일 비무장지대(DMZ) 지뢰 폭발의 책임을 두고 유엔에서 맞붙었다. 무대는 뉴욕 현지시간 10월 8일 열린 제81차 유엔총회 제1위원회 일반토의였다. 제1위원회는 군축과 국제안보를 다루는 위원회다. 차지훈 주유엔 대사는 한국군과 유엔군사령부(유엔사)의 합동조사와 법과학적 분석 결과를 근거로 들었다. 그는 폭발이 북한군이 군사분계선(MDL) 남쪽에 의도적으로 매설한 지뢰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것이 정전협정 위반이라며 공개 사과와 책임 있는 조치, 긴장 완화를 위한 대화를 요구했다.

유엔에서 북한이 꺼낸 한 문장

북한 대표는 답변권을 얻어 반박했다. 남쪽 접경을 요새화하는 것은 정당한 주권 행사인데 한국이 이를 군사적 침략으로 몰아 자기 과실을 떠넘긴다는 주장이었다. 그러면서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이름을 꺼냈다. 한국 장관조차 북한의 고의적 공격이라고 판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안지인 주유엔대표부 참사관이 합동조사 결론을 다시 들어 반박했다. 그러자 북한 대표는 한국을 적대국으로 규정하며 영토 안의 군사주권 문제는 한국과 논의하지 않고 힘으로 지키겠다고 했다.

북한 대표가 인용한 말은 하루 전 서울 국정감사에서 나왔다. 북한이 이 말을 처음 꺼낸 것은 같은 날 낮 김여정 노동당 총무부장의 담화였다. 김여정은 정부의 강동군병원 의료장비 지원 계획을 비난하면서 정 장관이 고의적 공격으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스스로 고백했다"고 썼다. 한동훈 무소속 의원은 정부가 북한의 왜곡에 빌미를 줬다고 비판했다. 9일에는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이재명 대통령에게 정 장관의 경질을 요구했다. 정 장관이 "우리 군의 최종 조사 결과마저 부정"해 북한에 책임을 면해 주는 알리바이를 줬다는 이유였다.

그래서 이 공방에서는 두 가지를 따져야 한다. 하나는 북한의 반박이 한국의 주장을 흔드는지다. 다른 하나는 정 장관의 말이 정말 조사 결과를 부정한 것인지다. 둘 다 조사가 무엇을 확인했고 무엇을 확인하지 않았는지를 알아야 답할 수 있다.

조사가 확인한 것과 확인하지 않은 것

사건의 출발점은 9월 21일 오전 경기 파주 서부전선 DMZ다. 육군 25사단 장병 18명이 새 수색로를 내고 철수를 준비하던 중 지뢰가 두 번 터졌다. 공병 중사가 먼저 다쳤고, 그를 구하러 다가간 수색대대장은 발목이 절단됐다. 이 작전은 군이 2025년 9월 위성으로 찾아낸 북한 지뢰 매설 의심 지형을 유엔사와 함께 현장에서 확인하려는 준비 단계였다.

합동참모본부(합참)가 10월 5일 최종 발표에서 확인한 것은 세 가지다. 첫째는 위치다. GPS로 잰 두 폭발 지점과 새로 찾은 지뢰가 모두 MDL 남쪽 10여 m에 있었다. 둘째는 지뢰의 종류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에서 부상자 몸에서 나온 파편의 성분이 북한군 수지반보병지뢰와 같았다. 셋째는 매설 여부다. 지뢰는 3~10cm 깊이로 묻혀 있었고, 간격과 배열로 보아 물에 떠내려온 것이 아니라 사람이 깔아 놓은 지뢰지대였다. 유엔사도 사람이 설치한 것이고 설치 시기는 12개월 이전이라고 평가했다. 합참의 결론은 북한이 이른바 '국경선 요새화 작업'을 빌미로 MDL 남쪽에 설치한 지뢰에 장병들이 다쳤다는 것이다.

이 판단에서 위치가 결정적인 이유는 정전협정 위반 여부를 가르기 때문이다. 북한은 2024년 4월부터 MDL 가까이에 불모지, 지뢰지대, 전술도로, 철책을 만들어 왔다. 유엔사는 6월 설명자료에서 이 작업을 위치에 따라 나눴다. MDL 북쪽에서 중화기 없이 하는 방어 작업은 위반이 아니지만, MDL 남쪽에 지뢰를 묻는 것은 자동적인 위반이라는 것이다. 유엔사가 9월 30일 MDL 남쪽에서 찾은 북한 대인지뢰를 근거로 정전협정 위반을 발표한 것도 이 기준에 따른 판단이다.

반면 발표가 확인하지 않은 것도 있다. 누구의 지뢰가 어디에 일부러 묻혔는지는 근거가 제시됐다. 그러나 북한이 한국군이 그 길로 들어올 것을 알고 노려서 묻었다는 것, 곧 한국군을 겨냥한 공격 의도를 보여 주는 명령이나 계획은 발표에 없다. 매설 시기도 '12개월 이전'이라는 평가뿐이다. 요약하면 의도적 매설은 확인됐고, 공격 의도는 이 조사가 입증한 대상이 아니다.

북한의 반박은 한국의 주장을 건드리지 못했다

이 구분을 적용하면 유엔 공방의 결과는 분명하다. 차 대사가 내세운 것은 '의도적 매설'과 '정전협정 위반'이다. 두 주장 모두 조사 결과로 뒷받침되고, 공격 의도가 입증되지 않아도 성립한다. 북한 대표가 끌어온 정 장관의 말은 공격 의도에 관한 것이다. 따라서 차 대사 주장의 어느 부분도 반박하지 못한다. 북한은 그 차이를 지우고, 공격 의도에 대한 유보를 책임이 없다는 고백처럼 바꿔 인용했다.

북한이 사실 자체를 다툴 근거도 없다. 확인된 보도에서 북한 대표는 지뢰 감정 결과나 GPS 위치를 항목별로 반박하지 않았고 다른 자료도 내지 않았다. 김여정은 9월 말 담화에서 한국이 증거를 꾸몄다며 북한군의 월경을 부인했지만, 그 주장을 받칠 근거는 내놓지 않았다. 남은 것은 요새화가 주권 행사라는 주장이다. 그런데 이번 지뢰는 유엔사가 방어 작업으로 용인하는 MDL 북쪽이 아니라 남쪽에 있었다. 주권 행사라는 주장은 이 위치를 넘어서지 못한다.

정 장관은 조사 결과를 부정하지 않았다

정점식 원내대표가 내세운 경질 사유의 전제도 기록과 맞지 않는다. 정 장관은 7일 국정감사 인사말에서 "북한이 매설한 지뢰에 의해 우리 장병들이 부상을 입은 안타까운 사고"라고 말했다. 한동훈 의원의 질의에는 정부 입장이 MDL 남쪽 10m 침범이라는 데 동의했다. 북한에는 이미 사과를 요구하고 있고 군의 지뢰 제거는 "적절한 대응"이라고 답했다. 매설 주체와 위치, 정전협정 위반이라는 최종 조사 결론 가운데 그가 부인한 것은 없다. 그가 유보한 것은 '공격'이라는 규정이었다. 박충권 국민의힘 의원이 사고냐 도발이냐고 묻자 그는 "의도에 대해 아직 최종 발표가 되지 않았다"고 했다. 한 의원에게는 "아직은 지뢰 공격으로 특정할 수는 없다"고 했다.

매설과 공격 의도를 나누는 이 구분은 정 장관이 처음 한 것도 아니다. 군을 관할하는 강신철 국방부 장관은 9월 29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같은 구분을 했다. 지뢰 매설이 정전협정 위반인 것과 북한이 한국군의 진입을 알고 피해를 주려고 설치했는지는 따로 따져야 한다는 것이었다. 국방부 장관이 먼저 한 구분을 통일부 장관이 되풀이했다고 해서 '조사 결과 부정'이 될 수는 없다. 그 구분이 잘못이라면 국방부 장관도 같은 비판을 받아야 하지만, 정 원내대표의 글은 정 장관만 겨냥했다. 공개된 증거의 범위로 보아도 이 구분은 정확하다.

문제는 구분이 아니라 '사고'라는 말이었다

그렇다고 정 장관의 답변에 문제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는 '공격'이라는 말을 유보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이 사건을 "기본적으로 지뢰 폭발 사고로 규정하고 있다"고 했다. 한 의원이 "불의의 사고이고, 고의성이 아직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이라 이해했다. 맞느냐"고 묻자 "네"라고 답했다. 북한군이 일부러 묻은 지뢰가 터진 일을 '사고'라고 부르면 공격 의도뿐 아니라 묻은 행위의 고의까지 흐려진다. 그런데 매설의 고의는 조사로 확인된 사실이다. 정 장관 스스로 지키려던 구분을 그의 표현이 무너뜨린 셈이다. 김여정과 북한 대표가 '고의적 공격으로 단정하기 어렵다'는 말을 '책임이 없다'는 뜻으로 바꿔 쓸 수 있었던 것도 이 틈 때문이다.

더 문제가 된 것은 그가 밝힌 이유다. 정 장관은 "지뢰 공격이라고 규정을 해놓으면 이제 왜 대응을 안 하냐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증거가 부족해서라기보다 '공격'이라는 규정이 불러올 대응 압력을 피하려고 말을 고른다는 뜻으로 읽힐 수 있는 발언이다. 무엇이 일어났는지에 대한 사실 판단과 어떻게 대응할지에 대한 정책 판단은 따로 내려야 한다. 그는 둘을 한 문장에 묶었다. 이 발언 때문에 그의 유보는 증거에 대한 신중함보다 대응을 피하려는 것으로 읽히게 됐다.

정부 안에서 같은 사실을 부르는 말이 갈린 것도 북한이 파고든 빈틈이었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10월 1일 국군의날 기념사에서 부상 장병을 위로하며 '불의의 사고'라는 표현을 썼다. 청와대는 장병과 가족을 위로하는 문맥이었고 북한에 면죄부를 주려는 뜻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합참의 최종 발표문에도 '도발'이라는 말은 없었다. 그러다 정 장관 발언 다음 날인 8일, 진영승 합참의장은 국정감사에서 북한군의 MDL 남쪽 지뢰 매설을 명백한 정전협정 위반이자 도발로 규정했다. 발표 문구는 주의 깊게 챙기지 못했다고 했다. 천하람 개혁신당 의원이 '도발'에 고의성과 의도성이 포함되느냐고 묻자 "그렇게도 볼 수 있다"고 답했다. 같은 국감에서 천하람 의원은 정 장관의 공격 의도 유보가 군 발표와 대치된다며 내각이 합참을 신뢰하지 않는 것 아니냐고 물었고, 진 의장은 그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고 답했다. 군은 새 증거 없이 같은 조사 결과를 '도발'이라 불렀고, 통일부 장관은 '사고'라 불렀다. 같은 정부에서 같은 사실에 다른 이름이 붙은 것이다.

결론: 유엔의 주장은 유효하고, 고칠 것은 말이다

유엔에서 한국의 주장은 흔들리지 않았다. 북한군이 MDL 남쪽에 지뢰를 일부러 묻었고 그것이 정전협정 위반이라는 점은 한국군과 유엔사가 함께 확인했다. 북한은 이를 반박할 증거 대신 서울에서 나온 말 한 줄을 들고 나왔다. 정점식 원내대표가 경질 사유로 든 '조사 결과 부정'도 기록과 맞지 않는다. 정 장관은 조사 결론을 모두 인정했고, 그가 한 구분은 국방부 장관이 먼저 한 것이다.

정 장관에게 물을 책임은 다른 곳에 있다. 확인된 고의적 매설을 '기본적으로 사고'라고 부르고, 그 이유로 대응 압력을 들었다. 이 표현이 북한에 인용할 거리를 줬다. 북한의 인용과 경질 요구가 나온 뒤에도 정 장관이나 통일부, 청와대가 이 발언에 대해 따로 내놓은 해명은 확인되지 않는다. 정부가 함께 쓸 문장은 이미 조사 결과에 있다. 북한이 MDL 남쪽에 일부러 묻은 지뢰가 한국 장병을 다치게 했다는 문장이다. 공격 의도를 단정할지, 어떤 수위로 대응할지는 그 문장을 흐리지 않고도 따로 논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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