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 국제

트럼프, 러시아 경유 거래 비판한 젤렌스키에 "새 지도자 필요"…우크라이나 "국민이 정할 일", 머스크는 동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월 10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에 새 대통령이 필요하다고 공개적으로 말했다. 테네시 유세를 떠나기 전 백악관 마당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던 자리였다. 그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두고 “합의를 할 수 있는 새 지도자를 구하라고 제안한다. 그는 많은 합의를 할 수 있었는데 어떤 이유에선지 결코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답변은 “우크라이나가 새 대통령을 구할 때”라는 말로 끝났다. 그날 저녁 워싱턴 근교 앤드루스 공군기지로 돌아와서는 젤렌스키가 선거를 해야 한다고 되풀이했다. 미국이 교체를 위해 무엇을 하겠다는지, 누가 후임이어야 하는지는 말하지 않았다.

백악관 문답에서 나온 '새 대통령' 요구

반응은 곧바로 갈렸다. 안드리 시비하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젤렌스키는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고 결정할 권리는 국민에게 있다고 반박했다. 야당 의원 키라 루딕도 대통령을 누구로 언제 뽑을지는 우크라이나 국민의 권한이라고 했다. 정부와 야당이 같은 논리로 맞선 것이다. 반면 스페이스X를 이끄는 기업인 일론 머스크는 X에 “젤렌스키가 도를 넘었다”에 이어 “동의한다, 우크라이나가 새 지도자를 구할 때”라고 썼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특사 키릴 드미트리예프는 트럼프의 발언을 “상징적이고 역사적”이라며 반겼다.

이 요구를 판단하려면 두 가지를 봐야 한다. 트럼프가 왜 이 시점에 이 말을 했는지, 그리고 그가 내세운 근거가 사실과 맞는지다.

발단은 전날의 러시아산 경유 거래

교체 요구는 러시아산 경유 거래를 두고 두 정상이 부딪친 끝에 나왔다. 트럼프는 9일 푸틴과 통화한 뒤, 러시아가 미국과 세계 시장에 경유를 즉시 30만t 이상, 11월에 50만t, 이어 100만t 공급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미 재무부는 같은 날 일반면허를 내 2027년 4월 7일까지 제재 대상이던 러시아산 경유 거래를 허용했다. 트럼프는 농민·목장주·트럭 운전자의 연료비 부담을 낮추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했다. 미국 경유 소매가는 2월 28일 미국·이스라엘이 이란과 전쟁을 시작한 뒤 약 70% 올라 갤런당 6달러를 넘은 상태였다. 11월에는 미국 중간선거가 있다.

젤렌스키는 이 거래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그는 상호 긴장 완화 없이 러시아에 석유제품 판매를 허용하는 것은 끝내야 할 전쟁에 투자하는 일이라고 했다. 거래가 발표된 날은 미국 특사 스티브 위트코프와 재러드 쿠슈너가 마이애미에서 우크라이나·유럽 협상단과 종전안을 논의하던 날이었다. 젤렌스키는 거래 내용을 미리 듣지 못했다며 우크라이나 협상단이 가림막으로 쓰였다고 주장했다.

다음 날 백악관에서 CNN 기자가 이 비판을 어떻게 보느냐고 묻자, 트럼프는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정유시설 공격으로 화제를 옮겼다. 그는 “러시아에 무엇을 해도 좋지만 정유시설은 치지 말라고 했는데 그는 쳤다”며 젤렌스키가 미국 농민과 목장주에게 문제를 만들려 한다고 비난했다. 그러고는 “당장 멈추는 게 좋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곧이어 다른 기자가 우크라이나가 매일 로켓 공격에 시달리는 상황을 묻자, “동의한다”며 꺼낸 말이 새 지도자 제안이었다. 교체 요구는 경유값과 정유시설 공격을 둘러싼 불만에서 이어져 나온 것이다.

'여러 번 끝낼 수 있었다'는 근거는 협상 기록과 맞지 않는다

트럼프가 교체의 이유로 든 것은 젤렌스키가 종전 합의를 번번이 거부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트럼프가 2025년 재집권한 뒤 미국이 중재한 협상 기록을 보면 휴전을 먼저 거절한 쪽은 러시아였다.

  • 2025년 3월 사우디아라비아 제다 회담에서 우크라이나는 미국의 30일 즉각 휴전안을 받아들였다. 러시아는 전면 휴전을 승인하지 않고 에너지시설 공격 30일 중단에만 동의했다.
  • 그해 말 미국의 28개항 평화안 초안은 우크라이나와 협의를 거쳐 20개항으로 바뀌었다. 그 뒤에도 영토 문제는 풀리지 않았다. 젤렌스키에 따르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아직 지키는 도네츠크 지역에서도 철수하라고 요구했고, 우크라이나는 현 전선에서 전투를 멈추자고 했다.
  • 2026년 9월 미국 특사들이 모스크바를 다녀온 뒤에도 러시아 대통령실은 네 개 주 전체 양도와 NATO 가입 포기 요구가 변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트럼프의 설명은 같은 시기 러시아 스스로 한 말과도 어긋난다. 트럼프는 10일 저녁 “푸틴은 합의를 원하는데 젤렌스키는 원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나 푸틴은 9일 트럼프와 통화한 뒤 우크라이나의 모스크바 드론 공격을 이유로 즉각적인 평화협상 재개가 어렵다고 했다. 그 전날인 8일에는 크렘린 대변인 드미트리 페스코프가 에너지 같은 부문별 휴전 협상은 실익이 없다고 말했다. 트럼프가 말한 ‘여러 합의’가 구체적으로 어떤 안을 가리키는지도 밝혀지지 않았다.

같은 답변에 나온 숫자도 부풀려져 있다. 트럼프는 우크라이나가 영토 30%를 잃었고 양쪽에서 200만 명 넘게 죽었다고 했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러시아가 통제하는 면적을, 2022년 이전에 점령한 크림반도와 돈바스 일부까지 포함해 약 20%로 추산한다. CSIS가 내놓은 ‘200만 명’은 사망자 수가 아니다. 양국 군인의 사망·부상·실종을 합친 전망치다.

경유값 책임론은 일부만 맞고, 기준은 우크라이나에만 적용됐다

경유값 상승을 우크라이나 탓으로 돌린 트럼프의 주장은 사실의 일부만 맞다. 우크라이나의 정유시설 공격은 실제로 경유 공급을 줄였다. 에너지 분석기관 S&P 글로벌은 이 공격으로 하루 80만~100만 배럴의 경유가 시장에서 빠졌다고 추산했다. 하지만 더 큰 원인은 이란전이다. 호르무즈 해협과 홍해 운송이 막히고 중동 정유시설이 피해를 입었다. 댈러스 연방준비은행 연구진은 중동 정유 중단, 해상 운송 제약, 러시아 정유시설 피해, 중국 정제 축소가 겹쳐 세계 정제능력 하루 600만~800만 배럴이 묶였다고 봤다. 우크라이나가 줄인 물량의 몇 배다.

이보다 더 문제인 것은 트럼프가 ‘에너지 시설 공격이 세계에 피해를 준다’는 기준을 우크라이나에만 적용한다는 점이다. 우크라이나는 상호적이고 보장된 에너지 휴전을 요구해 왔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발전소와 전력망 공격을 멈추면 자신도 러시아 정유시설 공격을 멈추겠다는 것이다. 미국은 9월부터 이 상호 중단을 중재했다. 그러나 러시아는 공개적으로는 부문별 휴전을 거부하면서, 비공개로는 에너지 휴전을 제재 완화와 묶으려 했다고 보도됐다. 젤렌스키는 9일 상호 에너지 휴전의 대가라면 제재 완화를 지지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번 경유 거래는 러시아의 공격 중단 약속 없이 제재부터 풀어 줬다. 다음 날 러시아의 자포리자 공격으로 어린이 3명을 포함해 20명이 숨졌다. 그래도 그날 트럼프가 “당장 멈추라”고 경고한 상대는 우크라이나였다.

지금 선거는 우크라이나 법이 막고 있다

트럼프가 요구한 선거는 휴전 없이는 치를 수 없다. 우크라이나는 2022년 러시아의 전면 침공 뒤 계엄을 이어 오고 있고, 현재 계엄은 10월 31일까지 연장돼 있다. 우크라이나 계엄법은 계엄 중 대통령·의회·지방선거를 금지하고, 계엄 중 대통령 임기가 끝나면 계엄 해제 뒤 뽑힌 새 대통령이 취임할 때까지 현 대통령이 권한을 유지하도록 정한다. 젤렌스키가 대통령직을 유지하는 것은 이 법에 따른 것이다.

계엄이 풀린다고 바로 선거를 치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올렉산드르 코르니옌코 우크라이나 국회 제1부의장은 보장된 평화가 온 뒤 최소 6개월은 지나야 선거 절차를 시작할 수 있다고 했다. 군인과 국내외 피란민이 투표할 방법, 점령지와 전선 인접 지역의 안전 기준을 먼저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국민도 지금 선거를 원하지 않는다. 키이우 국제사회학연구소(KIIS)의 9월 조사에서 즉각적인 선거 실시에 71%가 반대했다. 그렇다고 젤렌스키에 대한 평가가 한쪽으로 쏠린 것은 아니다. 같은 조사에서 그가 현 임기만 마쳐야 한다는 응답(53%)이 다음 선거 출마 찬성(42%)보다 많았다. 8~9월 조사에서 그에 대한 신뢰도는 54%, 불신은 41%였다. 두 조사 모두 점령지 주민과 해외 피란민은 빠졌다. 우크라이나 국민은 젤렌스키를 신뢰하면서도, 전쟁이 끝나면 선거로 그를 평가하겠다는 뜻을 보이고 있다. 그 시기를 국민이 정한다는 시비하와 루딕의 반박은 법 조항과 여론 양쪽에 근거가 있다.

젤렌스키는 이 지점을 역제안으로 받아쳤다. 11일 미국 ABC 방송 인터뷰에서 그는 지도자 선택과 투표 시기·방법은 우크라이나 국민이 정하고, 전쟁 중 선거에는 안전과 투표 여건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푸틴에게 두 달, 60일 전면 휴전을 달라고 말해 달라. 그러면 선거를 조직하겠다”고 했고, 이 입장을 트럼프 팀에도 전했다고 밝혔다. 선거의 전제인 휴전을 쥔 쪽은 러시아이고, 러시아에 휴전을 요구할 수 있는 쪽은 트럼프라는 뜻이다. 다만 그는 어떤 선거를 언제 치를지까지는 특정하지 않았다.

머스크와 러시아 특사가 보탠 것

머스크의 동조가 눈길을 끄는 것은 그가 이 전쟁에서 우크라이나에 중요한 서비스를 공급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가 이끄는 스페이스X의 위성 인터넷 서비스 스타링크는 2022년 침공 직후부터 우크라이나군의 전장 통신과 드론 조종에 쓰여 왔고, 젤렌스키는 올해 8월 26일 그에게 자유훈장을 수여했다. 그러나 머스크는 2025년 2월에도 젤렌스키가 선거에서 크게 지고 국민에게 미움받는다고 주장한 적이 있다. 이번 글은 새 입장이라기보다 기존 비판의 연장이고, 스타링크 운영을 바꾸겠다는 발표는 없었다.

드미트리예프의 반응은 러시아가 이 발언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보여 준다. 그는 러시아직접투자기금 수장이자 푸틴의 해외투자·경제협력 특사로, 2025년부터 트럼프 행정부와 종전·경제협력 협상을 해 온 인물이다. 그는 트럼프가 “우크라이나에 젤렌스키의 호전성이 아니라 평화에 집중하는 지도력이 필요하다고 믿는 많은 이들에 합류했다”고 썼다. 머스크의 동의 글에는 “의견 일치가 형성되고 있다”고, 트럼프 발언에는 “우크라이나 선거가 다가온다”고 반응했다. 이는 그의 해석일 뿐이고, 미국과 러시아 사이에 실제 협의나 선거 일정이 있다는 근거는 없다. 그래도 루딕이 지적한 대로 트럼프와 푸틴이 모두 우크라이나의 새 대통령을 요구하는 모양이 됐다. 젤렌스키도 ABC 인터뷰에서 “푸틴이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바꾸고 싶어 한다는 것을 안다”고 말했다.

근거 없는 교체 요구, 러시아가 반기는 압박

트럼프의 교체 요구는 그가 내세운 근거로 정당화되지 않는다.

  • 종전이 안 된 책임을 젤렌스키에게 지우는 주장은 기록과 맞지 않는다. 우크라이나는 미국의 휴전안을 받아들였고, 전면 휴전을 거절한 쪽은 러시아였다.
  • 경유값 책임은 이란전이라는 더 큰 원인을 빼고 우크라이나에만 물었다. 에너지 시설을 공격하지 말라는 기준도 우크라이나에만 들이댔다.
  • 선거 요구는 우크라이나 법이 계엄 중 금지하는 일을 요구하면서, 정작 선거를 가능하게 할 휴전은 러시아에 요구하지 않는다.

그래서 이 발언은 종전 구상이라기보다 압박에 가깝다. 젤렌스키가 미·러 경유 거래를 비판한 다음 날, 경유값이 오르고 중간선거가 다가오는 가운데, 정유시설 공격을 멈추지 않는 동맹국 지도자를 향해 나왔다. 교체를 위한 계획도 후임 구상도 없었다. 그 결과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 특사가 환영하는 요구를 내놓은 셈이 됐다.

이 요구가 종전을 위한 것이었는지는 젤렌스키의 ‘60일 전면 휴전 뒤 선거’ 제안에 트럼프가 어떻게 답하는지로 드러날 것이다. 곧 그가 젤렌스키에게 하듯 푸틴에게도 휴전을 요구하는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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