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티 미사일에 리야드 공항 12명 사망·309명 부상…트럼프, 두 번 미룬 대후티 공습 다시 검토
10월 10일 오후 3시께(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의 킹칼리드 국제공항에 미사일이 떨어졌다. 국내선 3·4터미널이 들어선 시설이 맞았는데, 공격 전에 사우디의 위협 경보는 울리지 않았다. 공항 업무를 맡는 사우디 민간항공청은 이 공격으로 12명이 숨지고 309명이 다쳤다고 발표했다. 숨진 사람은 사우디인 4명, 방글라데시인 2명, 그리고 미국·이집트·요르단·시리아·팔레스타인·수단 국적자 각 1명이다. 로이터는 이 공격이 사우디에서 10여 년 만에 가장 많은 사람이 숨진 공격이라고 전했다.
리야드 공항, 일주일 새 세 차례 피격
킹칼리드 공항이 공격받은 것은 일주일 새 세 번째였다. 사우디 항공 당국 집계로는 6~7일 리야드·아브하 공항 공격에서 3명이 숨지고 36명이 다쳤다. 8일 리야드 공항 공격에서는 사우디아항공 기장을 포함해 3명이 숨졌고, 세워져 있던 여객기가 불탔다. 10일 피격 뒤 공항은 운영을 멈췄고 11일에도 다시 열리지 않았다. 한국 외교부는 11일 22시부터 사우디 전역의 여행경보를 3단계 '출국권고'로 올렸다. 체류 국민에게는 긴요한 용무가 아니면 출국하라고, 여행 예정자에게는 여행을 취소하거나 미루라고 권고했다.
공격한 쪽으로 지목된 것은 예멘의 후티다. 후티는 이란의 지원을 받는 예멘의 무장·정치 세력이다. 2014년 수도 사나를 장악해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예멘 정부를 몰아냈고, 지금도 사나를 비롯한 예멘 일부를 통치한다. 예멘 정부를 도와 후티와 싸우는 사우디 주도 연합군은 이번 공격의 책임을 후티에 돌렸다. 후티 군사 대변인은 이번 공격을 했다고 공식 발표하지 않았다. 하지만 후티 고위 정치 인사 무함마드 알부카이티가 공격의 목적을 언론에 설명했고, 후티는 같은 주에 있었던 다른 공항 공격들을 스스로 주장해 왔다. 확인된 정황을 모두 놓고 보면 후티가 공격했다고 보는 것이 가장 자연스럽다.
공항에서 시작된 맞대응
후티가 사우디 공항을 겨냥하게 된 것은 멈춰 있던 예멘 내전이 올해 다시 불붙었기 때문이다. 사우디는 2015년 3월 연합군을 꾸려 예멘 정부 편에서 후티와 싸웠다. 2022년 4월 유엔 중재로 맺은 휴전은 그해 10월 만료됐지만, 그 뒤에도 양측은 큰 교전을 자제해 왔다.
이 소강상태를 깬 것도 공항이었다. 7월 13일 예멘 정부는 이란 마한항공 여객기의 착륙을 막겠다며 사나 공항 활주로를 공격했다. 사나 공항은 후티 통치 지역의 유일한 국제선 공항이고, 구호 인력과 물자가 드나드는 통로다. 국제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는 위성영상을 분석해 최소 다섯 발 가운데 세 발이 하나뿐인 활주로를 맞혔다고 밝혔다. 후티는 이 공격을 사우디가 했다고 주장하며 몇 시간 뒤 사우디 아브하 공항을 공격했다. 그리고 사나 공항 '봉쇄'가 풀릴 때까지 사우디 영공을 쓰지 말라고 경고했다.
이어 지상 전선이 움직였다. 9월 후티는 모카와 바브엘만데브 해협 주변의 홍해 연안으로 진격했다. 바브엘만데브는 홍해의 남쪽 입구다. 2026년 2월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이 시작돼 호르무즈 해협이 막힌 뒤로는 걸프 지역 에너지를 실어 나르는 대체 수송로 구실을 해 왔다. 10월 4일 예멘 정부의 라샤드 알알리미 대통령지도위원회 의장이 반격을 선언했고, 5일 '예멘의 새벽' 작전이 시작됐다. 지상전은 정부군과 친정부 세력이, 공중지원은 사우디 주도 연합군이 맡았다. 알알리미는 수도 사나를 되찾고 후티의 권력 장악을 끝내는 것까지 목표로 내걸었다. 후티는 같은 날 정부군 공세에 맞선 대응이라며 리야드 공항과 라빅 정유시설 등을 공격했다고 주장했고, 그 뒤 사우디 공항 공격이 이어졌다. 10일의 공항 피격은 이 맞대응 가운데 지금까지 가장 큰 인명피해를 낸 공격이다.
후티의 '보복' 논리는 성립하나
알부카이티는 이번 공격을 사우디의 예멘 민간시설 공습에 대한 보복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공격 목적이 "예멘의 공항과 항구, 결혼식장과 장례식장, 병원과 시장이 공격받아서는 안 되는 민간 시설이라는 점을 세계가 이해하게 하려는 것"이라고 했다. 예멘의 이런 시설에 적용되는 규칙이 다른 나라의 같은 시설에도 적용돼야 한다는 것이다. 후티 군사 대변인 야히야 사리는 11일 메카·메디나를 뺀 사우디 공항과 영공을 자신들의 "작전 구역"이라 부르며 이용하지 말라고 다시 경고했다.
이 논리가 기대는 사실에는 근거가 있다. 7월 사나 활주로 피격은 위성영상으로 확인됐다. 10월 3일에는 사나의 한 병원이 인근 건물 공습으로 부서졌다. 2018년 어린이가 탄 버스와 결혼식 천막이 공습당한 일을 두고는 연합군 조사팀도 일부 교전규칙을 지키지 않았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상대가 민간시설을 공격했다고 해서 이쪽의 민간시설 공격이 정당해지지는 않는다. 국제인도법에서 어떤 시설을 공격해도 되는 군사목표로 보려면 그 시설이 군사행동에 실질적으로 기여해야 하고, 그것을 파괴하면 분명한 군사적 이익이 생겨야 한다. 후티는 이번에 맞은 국내선 터미널이 군사행동에 쓰였다고 주장하지 않았다. 알부카이티가 내세운 이유는 군사적 이익이 아니라 보복이었다. 휴먼라이츠워치는 2019년 후티가 아브하 공항을 공격했을 때 이미 "연합군의 불법 공습이 후티의 사우디 민간인 공격을 정당화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알부카이티가 내건 원칙, 곧 어느 나라의 공항과 병원에나 같은 규칙을 적용하라는 원칙을 그대로 받아들이면, 그 규칙은 리야드의 국내선 터미널에도 적용된다. 그곳에서 숨지고 다친 사람 가운데에는 이집트인 승무원과 메카로 향하던 순례객이 있었다. 같은 잣대는 사우디 쪽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연합군 대변인 투르키 알말리키는 이번 공격을 전쟁범죄로 규정했다. 그 판단의 근거인 민간시설 보호 원칙은 예멘의 공항과 병원을 때린 공습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후티의 설명은 왜 공격했는지는 말해 주지만, 공격이 정당했다는 근거는 되지 못한다.
트럼프의 말: 결정이 아니라 검토
숨진 12명 가운데 미국인이 있었기 때문에, 미국이 이 싸움에 직접 뛰어들지가 다시 떠올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0일 백악관에서 사우디의 대후티 공습에 합류하기로 했느냐는 질문을 받고 "그럴 수 있다.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언제 결정하느냐는 물음에는 "최근 공격을 방금 알았다. 결정을 내리겠다. 우리는 매우 빨리 움직인다"고 했다. 하루 전인 9일에는 후티가 사우디의 민간시설과 민간인을 표적으로 삼는다며 비판했다.
이 문답에서 검토 대상은 사우디의 대후티 공습에 미군이 직접 참여하는 것이다. 연합군에 정식으로 들어가거나 지상군을 보내겠다는 말은 아니었다. 11일까지 참여를 결정했거나 공습을 실행했다는 발표는 나오지 않았다.
미국은 이미 두 번 물러섰다
트럼프의 말에 얼마나 무게를 둘지는 지난 한 달의 기록을 보면 판단할 수 있다. 사우디는 몇 주째 미국에 직접 공습을 요청해 왔다. 요격 미사일 재고가 줄어든 사우디는 9월 프랑스·영국·파키스탄·이집트에도 방공 지원을 요청했다.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는 9월 중순 사우디의 실권자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의 전화를 받고 국방부에 공습 준비를 지시했다. 그러나 지휘관들이 표적 목록을 승인하고 군용기에 폭탄을 싣던 단계에서 9월 20일 실행을 보류했다. 10월 2일 보도에서도 미국은 사우디의 직접 공습 요청을 다시 보류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이 공습 대신 택한 것은 미군이 직접 때리지 않는 지원이다. 미국은 사우디의 대후티 작전에 정보 공유, 표적 식별·선정, 공세 계획을 지원했다. 미 공군은 예멘발 미사일에 대비해 떠 있는 사우디 전투기에 공중급유를 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국은 이란과의 전쟁이 이어지는 동안 사우디에 예멘으로 지상군을 보내지 말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미국은 사우디를 돕되, 미군이 후티를 직접 공격하지는 않았다.
미국이 직접 공격하지 않은 이유
첫째 이유는 지금 후티가 미국을 공격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트럼프는 2025년 3월 15일부터 5월 6일까지 후티를 집중 공습했다. 미군은 표적 1천 곳 이상을 때렸다고 설명했지만, 미국 관계자들은 그 뒤에도 후티의 공격 능력이 남았다고 평가했다. 그 공습은 미국·후티 상호 공격 중단 합의로 끝났다. 오만 외교부가 발표한 합의 내용은 양측이 미국 선박을 포함해 서로를 공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2026년 9월 오만에서 미국 측을 만난 후티 대표들은 미국 선박을 공격하지 않고 이 합의를 지키겠다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미군의 직접 공습이 이 합의를 깨는 일이 된다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가 전한 한 미국 관리는 공습이 다시 시작되면 후티가 미국 선박을 공격하지 않던 태도도 바뀔 것이라고 봤다.
둘째는 이란과의 전쟁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란 항구 봉쇄에 이 지역 미 해·공군 자원의 상당 부분이 쓰이고 있고, 탄약 재고도 빠듯하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의 분석가 디나 에스판디아리와 베카 와서는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에 집중하려 하므로 사우디 연합군에 지금 주는 지원을 넘어서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셋째는 미국 안의 반대다. 블룸버그는 이란과의 전쟁이 미국에서 인기가 없고, 중간선거를 앞두고 휘발유 값을 끌어올렸다고 전했다. 미 하원 군사위원회 민주당 간사 애덤 스미스는 10일 CNN에서 "1년여 전 러프 라이더 작전으로 후티를 공습했지만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며 개입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달라진 것과 그대로인 것
10일 공격으로 달라진 것은 피해의 크기와 미국인의 죽음이다. 동맹국 수도의 관문 공항이 문을 닫았고, 미국 시민이 숨졌다. 반면 트럼프가 두 번 물러선 이유들은 그대로다. 후티는 여전히 미국 선박을 공격하지 않고, 이란과의 전쟁은 끝나지 않았으며, 미군 자원과 탄약 사정도 나아지지 않았다.
그래서 트럼프의 "그럴 수 있다"는 개입을 결정했다는 신호로 볼 수 없다. 같은 조건에서 두 번 미룬 결정을 다시 따져 보겠다는 말로 읽는 것이 기록에 맞다. 새로 생긴 변수는 미국인이 숨졌다는 사실 하나다. 그 사실이 트럼프의 계산을 얼마나 바꿀지는 11일까지 드러나지 않았다.
기록을 보면 직접 공습으로 얻을 것도 분명하지 않다. 2025년 표적 1천 곳 이상을 때린 공습도 후티의 공격 능력을 없애지 못했다. 중동에서 일한 전·현직 미국 외교관과 지휘관들도 제한적인 공습으로 후티를 굴복시킬 수 있을지 회의적이라고 뉴욕타임스에 말했다. 미국이 직접 공습에 나서면 후티가 미국 선박을 공격하지 않는 지금의 합의를 잃는다. 그 대가로 사우디 공항 공격이 멈출지는 불확실하다. 백악관 중동 조정관을 지낸 브렛 맥거크도 CNN에서 중부사령부가 대통령에게 군사 선택지를 올리겠지만 좋은 선택지가 아닐 수 있다고 말했다. 사우디도 미국 개입에만 기대고 있지는 않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사우디는 미국에 직접 개입을 요구하는 한편, 일부 고문들이 지도부에 후티와의 외교 통로를 열어 두라고 권하고 있다. 7월 사나 공항에서 시작돼 리야드 공항까지 온 공격과 보복을 미군의 폭격이 끊어 낼 것이라는 근거는 지금까지의 기록에서 찾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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