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N오토모티브, 검진 앞둔 노동자에게 '납 배출 주사'…노동부, 업무방해 혐의로 수사의뢰
고용노동부는 10월 12일 자동차 배터리 제조사 DN오토모티브 울산공장의 노동자들이 법정 건강검진을 앞두고 '킬레이션' 주사를 맞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킬레이션은 몸속에 쌓인 납을 빼내는 주사다. 노동부는 이 투약이 노동자 건강보호 조치를 방해했다고 보고 8월 13일 회사를 업무방해 혐의로 경찰에 수사의뢰했고, 지금은 울산경찰청이 수사하고 있다. 같은 날 이재명 대통령은 노동부 보고를 받은 뒤 이 일을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중대한 인권침해"라고 규정했다. 그리고 유해물질 노출 실태와 투약 경위, 건강검진 결과를 숨겼는지를 조사하라고 지시했다. 회사는 그날 사과문을 냈고, 주가는 하루 만에 20.43% 떨어졌다.
노동부가 밝힌 것
DN오토모티브는 납을 원료로 자동차용 납축전지를 만드는 상장사로, 2022년 디티알오토모티브에서 지금 이름으로 바뀌었다. 울산 온산공단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약 350명이다. 이들은 납을 녹이고 배터리 극판을 만드는 공정에서 납 분진과 연기를 마신다. 의혹은 2월 전국금속노동조합 울산지부가 처음 공개했다. 10월 11일 MBC가 회사 내부 공지와 주사를 놓은 의사의 발언을 보도하면서 다시 크게 번졌다.
회사는 투약이 직원이 스스로 고른 치료였다고 설명해 왔다. 지금까지 확인된 사실을 놓고 보면 이 설명은 성립하기 어렵다. 왜 그런지, 그리고 왜 이 일이 한 회사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지를 이해하려면 먼저 이 건강검진이 어떤 제도인지 알아야 한다.
검진 수치 하나에 보호 조치가 걸려 있다
납을 다루는 사업장은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노동자에게 해마다 특수건강진단(이하 검진)을 받게 해야 한다. 혈중 납이 1데시리터당 30마이크로그램(㎍/㎗) 이상이면 요관찰자(C1), 40 이상이면 직업병 유소견자(D1)로 판정된다. 의사는 판정에 따라 추적검사·작업전환·근로시간 단축·근로 제한 같은 사후관리를 정한다. 검진기관은 결과를 사업주와 지방노동관서에 보낸다. 유소견자가 나온 공정의 노동자는 다음 검진 주기가 절반으로 줄어든다. 노동자를 납에서 떼어 놓거나 더 자주 살피는 조치는 모두 이 수치에서 시작된다.
킬레이션은 바로 이 수치를 낮추는 약이다. 이번 사건에서 쓰인 것으로 지목된 CaNa₂EDTA는 정맥에 넣으면 몸속 납과 결합해 소변으로 빠져나간다. 장태원 대한직업환경의학회 부회장(한양대 교수)은 이 약이 칼슘·아연 같은 필수 미네랄도 함께 빼낸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사용 기준은 신장독성이 있어 치료 전후로 신장기능을 확인하라고 요구하며, 투약이 노출을 줄이는 조치를 대신해서는 안 된다고 정한다. 세계보건기구(WHO) 지침은 혈중 납이 45~70㎍/㎗여도 증상 없는 남성에게는 킬레이션을 권하지 않는다. 또 치료 뒤에는 뼈와 조직에 쌓여 있던 납이 다시 나와 혈중 농도가 반등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 두 가지를 겹쳐 보면 문제가 드러난다. 검진 직전에 이 주사를 맞으면 검사 날의 수치는 내려가지만, 몸에 쌓인 납과 공장의 납은 그대로다. 그런데도 수치가 기준선 아래로 내려가면 그 노동자에게는 판정도, 사후관리도, 검진 주기 단축도 일어나지 않는다.
투약은 검진 날짜에 맞춰 관리됐다
노동부 조사로 확인된 것은 검진 전에 투약이 있었다는 사실이다. 투약이 어떻게 이뤄졌는지는 여러 자료가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노상철 단국대 교수(직업환경의학) 연구진은 노동자 설문과 의료기관 6곳의 의무기록을 분석했다. 그 결과 노동자들은 검진 한두 달 전 따로 혈액검사를 받아 30을 넘으면 주사를 맞고 재검사했으며, 30 아래로 내려간 뒤 검진을 받았다. 분석 대상 90명 가운데 43명이 주사를 맞은 적이 있었고, 한 명은 26차례를 맞았다.
MBC가 공개한 회사 내부 공지는 이 과정을 회사가 직접 관리했다는 것을 보여 준다. 보건관리자 명의의 공지는 추가로 주사를 맞을 대상자를 안내했고, 달력에는 날짜별 노동자 이름과 3차·4차 같은 투약 차수가 적혀 있었다. 다른 공지에는 "납 수치가 높아 집중 관리대상인 조원들은 필요에 따라 검진 날짜를 늦게 실시할 수 있다"는 안내가 있었다. 주사를 놓은 이비인후과 원장은 MBC 취재에서 회사 의뢰를 받았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 "킬레이션으로 납 수치를 떨어뜨리기 목적으로 주사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MBC는 지난 5년 동안 이 주사를 맞은 노동자가 217명이라고 전했다.
이 관리는 검진 기록에 그대로 드러난다. 2월 노조 분석에서 자료를 낸 노동자 115명 가운데 99명은 혈중 납이 10㎍/㎗를 넘었지만, 40을 넘은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그런데 주사가 중단된 뒤인 올여름 노상철 교수가 노동자 21명을 따로 검사하자 4명이 30을 넘었다.
'자율 치료'라는 회사 설명은 기록과 맞지 않는다
회사의 설명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같다. 2월에는 투약이 자체 기준을 넘은 직원에게 본인 희망과 의료진 상담을 거쳐 지원하는 치료이며, 선택은 직원 자율이라고 했다. 10월 MBC 취재에서 송진욱 안전보건실장은 "비타민 주사"라고 말한 적이 없고 강제한 것도 아니라고 했다. 회사는 서면 답변에서 합법적인 의약품이며, 노동자들이 호소하는 건강 이상과 납 노출 사이의 인과관계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했다.
회사가 비타민이라고 속였는지, 투약이 강제였는지를 두고는 노동자 증언과 회사의 부인이 맞서 있다. 노동자 이우성 씨는 회사가 주사를 비타민 주사라고 소개하며 시중에서 15만~20만원 하는 주사라고 설명했다고 증언했다. 다른 노동자는 수치가 높으니 2주간 무급으로 쉬면서 주사를 맞고 오라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이 다툼은 수사에서 가려질 일이다.
그러나 '직원이 건강을 위해 스스로 고른 치료'라는 설명의 핵심은 회사가 직접 남긴 기록과 부딪힌다. 치료라면 언제 맞을지는 노동자의 건강 상태가 정하고, 검진 일정과는 상관이 없어야 한다. 그런데 회사 공지에서는 회사가 투약 차수를 세었고, 수치가 덜 내려간 노동자의 검진 날짜를 뒤로 미뤘다. 의사는 주사의 목적이 수치를 낮추는 것이라고 말했다. 의료진 상담을 거친다는 설명도 노상철 연구진 조사와 맞지 않는다. 이 조사에서 주사를 맞은 38명 가운데 33명이 부작용 설명을 전혀 듣지 못했다고 답했다. 아들에게 신장 하나를 이식해 준 김형진(가명) 씨는 아무 설명도 듣지 못한 채 28차례 주사를 맞았다고 기억했다. 신장독성이 있는 약을 신장이 하나뿐인 사람에게 확인도 없이 거듭 놓는 것을 치료라고 보기는 어렵다.
12일 사과문도 이 핵심을 비켜 간다. 김인환 대표 명의의 입장문은 직원의 안전과 건강이 최우선이라는 원칙을 지키지 못한 점을 반성하고, 조사 협조와 작업환경 개선을 약속했다. 하지만 비타민이라는 안내, 강제 투약, 검진 결과 왜곡 가운데 어느 것도 인정하지 않았고, 전날 실장이 한 부인을 거둬들이지도 않았다.
수치가 내려가는 동안 공장의 납은 그대로였다
노동자의 혈중 납 수치가 낮아지는 동안 공장의 납 노출은 줄지 않았다. 의혹이 제기된 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이 3월 31일부터 4월 3일까지 공장 공기를 직접 측정했다. 그 결과 일부 공정의 공기 중 납 농도가 노출기준을 넘었고, 일부 지점은 기준치의 5배를 넘었다. 노동부 울산지청의 감독에서는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88건이 나왔다. 조립·도장 라인의 노출기준 초과, 환기설비 성능 미달, 작업복 관리와 세척시설 문제 등이었다. 노동부는 납 노출 공정에 17일간 사용중지를 명령했다.
작업장 공기의 납을 재는 작업환경측정도 실제 상황을 보여 주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 MBC는 공단 측정 결과가 그동안 보고된 수치와 전혀 달랐다고 전했다. 노동부는 이 공장을 맡아 온 측정기관의 부실측정을 확인하고 3개월 영업정지 처분을 내렸다. 다만 어떤 측정을 어떻게 잘못했는지는 공개되지 않았고, 측정기관이 회사와 짜고 수치를 낮췄다는 근거도 나오지 않았다. 확인된 사실만 놓고 보면, 정부가 이 공장을 들여다보던 두 숫자인 노동자의 혈중 납과 작업장 공기의 납이 모두 실제보다 덜 위험한 그림을 보여 주고 있었다.
처벌 조항이 없어 형법을 빌렸다
그렇다면 이런 행위는 무엇으로 처벌할 수 있을까.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에는 사업주가 검진을 앞둔 노동자에게 약을 맞게 하는 일을 직접 금지하거나 처벌하는 규정이 없다. 그래서 노동부는 5월 법무법인과 정부법무공단 등 5곳에 형법상 업무방해·공무집행방해와 의료법 위반 여부를 자문했다. 대부분의 기관은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가 성립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노동부는 검진기관이 낸 공식 결과를 믿었을 뿐이므로, 수치를 꾸며 노동부를 속인 구조가 된다는 것이다. 반면 정부법무공단은 검진 결과 때문에 실제로 감독·처분·사후관리 업무가 어려워졌다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고 봤다. 노동부는 회사를 업무방해 혐의로 수사의뢰했다. 노동부 관계자는 주사를 놓은 의료기관도 따로 수사의뢰했다고 설명했다.
형사 책임은 결국 회사가 무엇을 알고 무엇을 지시했느냐에 달려 있다. 노동부 조사에서 확인된 것은 검진 전 투약 사실까지다. 회사 차원에서 검진 결과를 은폐하려는 목적이 있었는지는 확인되지 않아 경찰이 가려야 할 몫으로 남았다. 이 사건의 판단을 바꿀 수 있는 빈칸은 이것 하나다. 다만 보건관리자 명의의 공지와 의사의 발언이 이미 그 질문에 상당 부분 답하고 있다. 회사가 모르는 일이었다면, 회사 공지가 투약 차수와 검진 일정을 관리할 수는 없다.
법률자문은 제도의 약점도 드러냈다. 자문기관들은 노동부의 책임을 낮게 봤다. 검진기관의 결과에는 겉보기에 아무 이상이 없었고, 혈액 검체만으로는 킬레이션을 했는지 알아내기 어렵다는 것이 근거였다. 노동부의 책임을 덜어 주는 이 논리를 뒤집으면, 누군가 검진 전에 수치를 낮춰도 지금의 체계로는 알아챌 방법이 없다는 뜻이 된다. 지금까지 회사에 매겨진 과태료는 4620만원이고,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68건은 입건돼 검찰로 넘겨졌다. DN오토모티브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5천억원을 넘은 회사다.
다른 공장에서도 같은 일이 있었나
노동부는 배터리 제조 동종 사업장 14곳을 기획감독하고 작업환경을 정밀측정하고 있다. 전국 특수건강진단기관에는 4월과 10월 두 차례 문진으로 킬레이션 투약 여부를 확인해 달라고 요청했다. MBC는 광주의 다른 납축전지 공장들에서도 작업환경은 그대로인데 노동자 혈중 납이 갑자기 크게 떨어져 노동부가 현장 감독을 했다고 전했다. 해당 사업장들은 투약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그런데 문진에는 한계가 있다. 노동자가 자신이 맞은 주사가 무엇인지 알아야 대답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법무법인은 자문에서, 사업주가 약을 비타민 주사라고 설명했다면 노동자들이 검진에서 투여 사실을 제대로 알리지 못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DN오토모티브 노동자들은 바로 그런 일을 겪었다고 말한다. 검진 전 투약을 직접 금지하고 확인하는 규정이 없으면, 이런 일을 찾아내는 데는 노동자의 제보나 수치 변화를 의심한 감독관의 판단에 기댈 수밖에 없다.
DN오토모티브 노동자들의 건강이 실제로 얼마나 나빠졌는지는 아직 답이 없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은 9월 18일 퇴직자를 포함한 전·현직 노동자 전체를 대상으로 집단 역학조사를 하기로 의결했다. 10월 8일에는 노·사·정이 추천한 전문가 9명으로 납 노출 규명과 작업환경 개선위원회가 출범했다. 회사는 건강 이상과 납 노출의 인과관계가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 인과관계를 판단할 근거가 돼야 할 검진 수치부터가 회사가 관리한 숫자였다.
무엇이 확인됐나
지금까지 확인된 사실로 답할 수 있는 것은 이렇다. DN오토모티브가 관리한 것은 노동자의 몸이 아니라 검진 날의 수치였다. 회사 공지, 투약 의사의 말, 노동자 조사가 모두 같은 과정을 가리킨다. 그 결과 법이 정한 보호 장치인 추적검사, 작업전환, 검진 주기 단축, 작업환경 개선이 시작될 계기가 사라졌다. 그동안 공장 공기의 납은 기준치를 넘고 있었다. '자율 치료'라는 회사 설명은 이 기록과 맞지 않고, 12일 사과는 이 핵심을 인정하지 않았다. 경찰 수사가 가려야 할 것은 이 관리를 누가, 무엇을 노리고 지시했느냐다. 그리고 수사 결과와 상관없이, 검진 전 투약을 직접 막는 규정이 없다는 공백은 그대로 남아 있다.
밑줄 친 문장을 누르면 그 문장의 배경 설명을 읽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