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 국제

후티 미사일 사흘째 리야드로…새 피해 없이 요격됐지만 공항은 18일까지 폐쇄, 드러난 사우디 방공·경보 공백

사우디아라비아의 수도 리야드에 12일 저녁 다시 미사일이 날아왔다. 주민 휴대전화에 위협 경보가 왔고, 도시에서 폭발음이 최소 세 차례 들렸다. 사우디 국방부와 사우디 주도 연합군의 대변인을 함께 맡은 투르키 알말리키는 후티가 리야드로 쏜 탄도미사일을 요격했다고 발표했다. 후티는 이란의 지원을 받는 예멘의 무장·정치 세력으로, 2014년 수도 사나를 장악한 뒤 예멘 북서부를 통치하고 있다. 후티 군사 대변인 야히야 사리는 이날 탄도미사일로 리야드 킹칼리드 국제공항을 "정확히" 맞혔고 남서부 하미스무샤이트 공군기지도 드론으로 직접 타격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후 보도에서 이날 공항이 새로 피격됐다거나 사상자가 났다는 내용은 나오지 않았다. 13일에도 연합군은 리야드 북쪽에서 드론 3대를 요격했다고 발표했다. 지금까지 확인된 바로는, '공격 사흘째'라는 12일에 있었던 일은 발사와 요격 발표다.

12일 확인된 것: 발사와 요격, 새 피해는 없었다

인명 피해는 그 앞 이틀 동안 났다. 10일 오후 3시께 미사일이 킹칼리드 공항 국내선 터미널에 떨어져 출발구 쪽 천장이 무너졌다. 사우디 민간항공청은 처음에 사망 12명, 부상 309명으로 발표했다. 다친 인도인 한 명이 이튿날 숨지면서 사망자는 13명으로 늘었다. 숨진 사람들의 국적은 사우디·인도·방글라데시·미국·이집트·요르단·시리아·팔레스타인·수단이다. 11일에는 같은 공항 4터미널에 정체불명의 발사체가 떨어져 1명이 숨지고 11명이 다쳤다. 국내에 보도된 '사흘간 15명 사망, 300명 이상 부상'은 이 집계와 맞지 않는다. 10일과 11일 사망자를 더하면 14명이다. 부상 309명은 10일 공격 한 번에서 나온 숫자다. 7일과 8일 공격까지 합치면 이번 주 리야드 공항에서만 최소 18명이 숨졌다.

공항은 10일 이후 닫혀 있다. 12일 발행된 항공고시는 폐쇄 기간을 사우디 현지시간 18일 0시까지 늘렸다. 이것은 폐쇄가 끝날 예정 시각일 뿐이고, 그때 운항이 재개된다고 확정된 것은 아니다. 유럽과 아시아 항공사들이 리야드 노선을 끊으면서 사우디 전체 공항의 결항률은 46.4%에 이르렀다. 한국 외교부는 11일 밤 사우디 전역에 여행경보 3단계(출국권고)를 내렸다.

후티는 왜 공항을 겨누나

이렇게 사우디의 하늘길이 막히는 것이 후티가 노리는 결과다. 사리는 사우디 공항과 영공을 자신들의 '작전구역'이라고 부르며 항공사와 여행객에게 메카·메디나를 뺀 사우디 공항과 영공을 쓰지 말라고 경고해 왔다. 후티가 내세우는 명분은 '맞봉쇄'다. 사나 공항과 예멘 항구가 막혀 있으니 사우디의 하늘길도 막겠다는 것이다.

이 명분은 올여름 사나 공항에서 시작됐다. 예멘에서는 후티의 사나 장악 이후 내전이 이어졌고, 2015년부터 사우디 주도 연합군이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예멘 정부 편에서 후티와 싸웠다. 2022년 유엔 중재로 휴전한 뒤로는 큰 전투가 멈췄다. 그러다 2월 말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이 시작됐고, 7월 13일에는 후티 통치지역의 국제 관문인 사나 공항의 하나뿐인 활주로가 공습을 받았다. 예멘 정부는 이란 항공기의 착륙을 막으려고 자신들이 공격했다고 발표했다. 후티는 이를 사우디의 공격으로 규정했다. 그리고 사우디에 미사일을 쏘면서 사나 공항 봉쇄가 풀릴 때까지 사우디 영공을 쓰지 말라고 경고했다. 9월에는 후티가 모카항과 바브엘만데브 해협 주변의 홍해 연안을 장악했다. 바브엘만데브는 이란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 통행이 흔들린 뒤 걸프 원유를 실어 나르는 대체 수송로가 된 곳이다.

공항 공격은 사우디가 지원하는 반격이 시작되면서 본격화했다. 10월 5일 예멘 정부군이 사우디 전투기 100대의 엄호를 받으며 '예멘의 새벽' 작전을 시작하자, 후티는 같은 날 리야드 공항과 사우디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의 정유시설, 군기지를 공격했다고 주장했다. 그 뒤로 사우디 공항을 겨냥한 공격이 거의 매일 이어졌다. 후티 정치국의 무함마드 알부카이티는 사우디를 공격하는 목적을 이렇게 설명했다. 사우디 왕세자가 안전한 곳에 앉아 예멘을 공격할 수는 없다는 메시지를 보내려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예멘에서 벌어지는 전쟁의 비용을 사우디가 자기 나라 안에서 치르게 하겠다는 뜻이다.

후티의 명분은 그들 자신의 기준에 걸린다

알부카이티는 10일 공항 공격을 사우디가 예멘 민간시설을 공습한 데 대한 보복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예멘의 공항·항만·병원·시장이 보호받아야 하고, 다른 나라의 같은 시설에도 같은 규칙이 적용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 규칙을 그대로 적용하면 순례객과 여행객이 오가던 리야드 공항 여객터미널도 보호받아야 할 시설이다. 상대가 규칙을 어겼다고 해서 같은 종류의 시설을 공격해도 된다는 결론이 나오지는 않는다. 알부카이티가 든 원칙은 이번 공격을 정당화하지 못하고, 오히려 이번 공격을 비판하는 근거가 된다. 알말리키가 이 공격을 국제인도법상 전쟁범죄로 규정한 것도 민간시설을 보호해야 한다는 같은 기준에 선 판단이다.

이 기준은 사우디 쪽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국제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는 위성영상을 분석해, 7월 사나 공항 공격 때 세 발이 유일하게 쓰이던 활주로를 직접 맞혔다고 밝혔다. 그리고 이 공격을 사우디와 연합한 예멘 정부군의 작전으로 서술했다. 사나 공항은 인도주의 인력과 구호물자가 들어오는 통로였다. 후티 측 보건당국은 12일 사우디 공습으로 예멘 알자우프에서 어린이 5명을 포함한 민간인 9명이 숨졌다고 발표했다. 이 수치는 독립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 폴커 튀르크 유엔 인권최고대표는 후티의 사우디 공항 공격을 규탄했다. 그러면서도 예멘과 사우디 양쪽 민간인의 피해를 함께 언급하며 조사와 책임 규명을 요구했다. 이번 공방에서 민간시설 보호라는 원칙을 양쪽에 똑같이 적용한 사람은 튀르크다.

수도 공항까지 뚫린 사우디 방공

후티의 공격이 수도 공항의 터미널까지 닿은 데는 사우디 방공의 빈틈이 있었다. 사우디는 10일 공격을 막지 못한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AP는 익명의 지역 관리 두 명을 취재해 초기 조사 내용을 전했다. 후티가 먼저 드론 여러 대를 보내 길을 연 뒤 순항미사일과 탄도미사일이 뒤따르게 했다는 것이다. 1,000km 넘게 날아온 공격을 방공 체계가 왜 더 일찍 경고하지 못했는지도 조사 대상이다.

막는 데 쓸 요격탄도 모자란다. 사우디는 9월부터 요격탄 재고가 줄어 프랑스·영국·파키스탄·이집트에 방공 지원을 요청했다. 미국의 재고도 이란전쟁을 치르며 줄었다. 정부와 가까운 사우디 분석가 알리 시하비는 "공항·송유관·석유시설 등 지킬 것이 너무 많다"며 "모든 것을 한꺼번에 막을 만큼 패트리엇과 요격탄이 충분하지 않다"고 말했다.

2주 동안 멈춰 있던 공개 경보

방공이 뚫리는 동안 주민들은 경보도 받지 못했다. 사우디 민방위는 내무부 산하에서 재난·구조를 맡는 기관으로, 5월부터 휴대전화로 군사위협 경보를 보내 왔다. 그런데 9월 29일 남부 나즈란에 경보를 낸 뒤로 10월 12일까지 군사위협 경보를 한 번도 내지 않았다. 같은 기간에 비·홍수 같은 기상 경보는 계속 나갔다. 그사이 리야드 공항은 네 차례 공격받았다. 같은 기간 리야드의 서방 대사관들은 자국 정보와 사우디 정보를 모아 직원들에게 따로 경보를 보냈다.

사우디 정부는 경보를 멈춘 이유를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로이터가 취재한 서방 관리 두 명에 따르면, 동맹국 정부 관리들이 공항 공격 전에 이유를 물었다. 사우디 측은 경보가 생활을 방해하고 밤에 잠을 깨운다는 민원이 많았다고 답했다고 한다. 살만 알도사리 사우디 공보장관은 12일 정부 기자회견에서 "왕국의 삶은 정상적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공백 때문에 10일에 사람들이 숨졌다고 말할 근거는 없다. 10일 공격 전에는 대사관 내부 경보도 없었다. AP가 전한 조사 내용도 방공 체계가 미리 위협을 알리지 못했다는 쪽을 가리킨다. 군이 공격을 탐지하고도 주민에게 알리지 않았다는 기록도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사실은 남는다. 수도가 거듭 공격받는 동안 외국 대사관은 직원들에게 경보를 보냈고, 사우디 정부는 주민에게 경보를 보내지 않았으며, 지금까지 그 이유를 설명하지 않고 있다. 익명 관리들이 전한 이유가 사실이라면, 사우디 정부는 주민의 밤잠을 이유로 주민이 위험을 알고 피할 기회를 거둔 셈이다. 사우디는 12일에야 공개 경보를 다시 냈고, 13일에는 경보를 받으려면 휴대전화 운영체제를 업데이트하라고 안내했다. 이 안내에도 그동안 경보가 왜 없었는지는 들어 있지 않았다.

다음 국면은 석유시설 위협과 미국의 선택에 달렸다

공격 대상은 공항에서 석유시설로 번질 조짐을 보인다. 알말리키는 13일 군사작전에 앞서 사나 서부 알사바하 석유시설 주변 주민에게 대피를 요구했다. 사리는 곧바로 아람코 시설 주변의 직원과 주민에게 대피하라고 경고했고, 사나를 공격하면 리야드에 강하게 보복하겠다고 했다. 시장은 이미 이 위험을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 12일 브렌트유 12월물은 1.8% 오른 배럴당 106.65달러에 마감했다. 시장 분석가들은 호르무즈 해협의 유조선 공격도 상승 원인으로 함께 꼽았고, 이번 공격으로 사우디 원유 생산이 실제로 줄었다는 보도는 아직 없다.

미국은 아직 직접 개입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일 공항 공격 뒤 후티를 공격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12일에는 사우디를 지킬 것이냐는 질문에 "곧 알게 될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미국은 9월과 10월 초 사우디가 요청한 공습을 보류했다. 지금은 정보 공유와 표적 식별, 작전계획을 지원하는 데 그치고 있다. 알부카이티는 미국이 참전하면 역내 미국의 이익을 공격하겠다고 경고했다. AP는 미국이 개입하면 후티가 바브엘만데브 해협의 선박 통행을 막으려 할 수 있다고 전했다.

사흘째 공격이 보여 주는 것

12일의 공격은 새 피해 없이 요격으로 끝났다. 그러나 후티가 노린 결과는 이미 상당 부분 나타났다. 사우디에서 둘째로 붐비는 리야드 공항은 적어도 18일까지 닫혀 있다. 사우디 공항 항공편은 절반 가까이 결항됐다. 후티의 공격은 줄어드는 요격탄과 드론·미사일을 섞은 공격 방식 때문에 방공을 뚫고 수도의 여객터미널에 닿았다. 그동안 주민들은 경보를 받지 못했다. 후티가 내세우는 맞봉쇄 명분은 그들 스스로 내건 민간시설 보호 원칙에 비춰 성립하지 않는다. 그 원칙은 사나 공항과 예멘 민간인에게도 똑같이 적용돼야 한다. 공격이 어디까지 번질지는 두 가지에 달려 있다. 사나 석유시설과 아람코를 서로 겨눈 위협이 실행되는지, 그리고 미국이 지원에서 직접 공습으로 넘어가는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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