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격·부적격 함께 적힌 청문보고서 채택 당일, 이 대통령이 김지용 초대 중수청장 임명
국회 행정안전위원회(행안위)는 10월 15일 오후 김지용 중대범죄수사청장 후보자의 인사청문경과보고서(청문보고서)를 여야 합의로 채택했다. 보고서 종합의견에는 '적격'과 '부적격'이 함께 적혔다. 같은 날 저녁 이재명 대통령은 임명안을 재가했다. 10월 2일 청장 없이 문을 연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은 13일 만에 수장을 맞았다.
무엇이 결정됐나
청문보고서에 부적격 의견이 실렸어도 임명에는 영향이 없다. 중수청장은 국회 임명동의를 받는 자리가 아니어서, 인사청문 절차만 거치면 대통령이 임명한다. 여야가 합의한 것은 후보자를 지지하는 일이 아니라 서로 다른 평가를 한 문서에 함께 적는 일이었다. 부적격 의견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 징계 반대 성명, 김학의 전 차관 출국금지 사건, 정진웅 검사 독직폭행 사건에 대한 소명이 충분하지 않다고 봤고, 정치적 중립성을 지킬 수 있을지 우려했다. 적격 의견은 후보자가 경위를 소명했고 검찰 기관장 경험으로 수사 전문성과 조직관리 역량을 갖췄다고 평가했다.
왜 여권 안에서 반대가 나왔나
이 인선이 유난히 시끄러웠던 것은 반대가 야당보다 여권에서 먼저, 더 세게 나왔기 때문이다. 중수청은 검찰청을 폐지하고 수사와 기소를 나누는 검찰개혁으로 생긴 기관이다. 부패·경제·마약·내란 같은 중대범죄는 중수청이 수사하고, 기소는 새로 생긴 공소청이 맡는다. 그러다 보니 초대 청장이 누구냐가 개혁의 성격을 보여 주는 상징이 됐다. 조국혁신당은 청문회 다음 날 임명 반대를 당론으로 정했다. 조국 대표는 검사 출신이라서가 아니라 초대 청장은 개혁의 상징에 걸맞아야 한다는 이유를 들었다.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개혁 대상이 개혁을 이끌 자리에 들어간다며 사퇴를 요구했다. 대통령은 9월 지명 뒤 반발이 커지자 추가 검증을 지시해 청문 요청을 미뤘고, 10월 1일 판단이 달라지지 않았다며 절차를 다시 밟았다.
반대하는 쪽의 핵심 주장은 김지용이 '친윤 검사'라는 것이었다. 대통령은 그를 '반윤'이라고 맞받았다. 그래서 이 인선의 쟁점은 김지용이 중수청을 이끌 자격이 있느냐보다, 그가 누구 편이었느냐로 정해졌다.
'친윤'이라는 근거는 무엇이었나
반대하는 쪽이 든 근거는 김지용의 검찰 재직 시절 행적이다. 김지용은 1999년 검사가 돼 서울고검 차장, 대검 형사부장, 광주고검 차장 등을 지내고 2023년 퇴직한 검찰 출신 변호사다. 가장 자주 거론된 것은 2020년 11월 서울고검 차장 시절 다른 검사장 16명과 함께 낸 성명이다.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내린 징계 청구와 직무정지를 재고하라는 내용이었다. 같은 해 서울고검은 한동훈 당시 검사장의 휴대전화를 압수하다 몸싸움을 벌인 정진웅 검사를 독직폭행 혐의로 기소했는데, 김지용은 그 지휘 라인에 있었다. 이듬해 대검 형사부장 때는 김학의 출국금지 사건으로 이광철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이 기소되는 과정에 관여했다. 2022년 4월에는 민주당의 검찰 수사권 축소에 맞서 검찰의 직접 보완수사가 필요하다는 브리핑을 했다.
이 근거들은 대부분 사실로 확인된다. 성명 참여는 기록으로 남아 있다. 정진웅은 무죄가 확정됐고, 이광철도 무죄가 확정됐다. 김지용은 청문회에서 이광철 기소가 무리했다는 지적을 수긍하고 일부 책임과 사과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이 기록이 보여 주는 것은 그가 검찰 간부로서 당시 조직의 판단에 함께했다는 사실까지다. 윤석열 개인과 가까웠다는 증거는 되지 못한다. 김지용은 2017년 윤석열과 약 3개월 함께 근무한 것 말고는 개인적 친분이 없다고 했고, 이를 뒤집는 자료는 나오지 않았다. 성명에 대해서는 윤석열의 일부 행위가 징계 사유가 될 수 있다고 봤지만, 소명 기회 없이 직무에서 배제한 절차가 문제라고 판단해 참여했다고 해명했다. 2022년 브리핑은 개혁에 소극적이었다는 비판의 근거가 된다. 하지만 그것은 누구에게 충성했느냐와는 다른 문제다. '친윤'이라는 규정은 확인된 기록보다 한 걸음 더 나간 것이다.
'반윤'이라는 반박은 기록과 맞나
대통령의 반박은 더 구체적인 사실을 내세웠다. 이 대통령은 9월 30일 X에 이렇게 썼다. 김지용은 추미애 장관 때 검사장으로 발탁됐다. "윤석열 검찰총장 때" 대검 형사부장으로서 윤 총장의 장모 최은순 씨의 모해위증 사건(법정에서 남을 해치려 거짓 증언했다는 혐의)에 재기수사 명령을 내려 "기소하라고 했다". 그리고 "이 때문에" 윤석열 정부에서 좌천됐다가 쫓겨나다시피 사직했다. 재기수사 명령은 이미 불기소된 사건을 상급 검찰청이 다시 수사하라고 돌려보내는 결정이다. 성기홍 청와대 홍보소통수석도 10월 1일 재기수사 때문에 좌천되고 사실상 쫓겨났다고 설명했다.
이 설명은 세 군데서 기록과 어긋난다. 첫째, 시점이 틀렸다. 윤석열은 2021년 3월 검찰총장에서 물러났고, 6월 1일 김오수 총장이 취임했다. 재기수사 명령은 7월 1일, 김오수 총장 때 나왔다. 둘째, 재기수사 명령은 다시 수사하라는 지시였지 기소 명령이 아니었다. 다시 수사한 서울중앙지검은 그해 11월 다시 불기소했다. 후보자 측 설명에 따르면, 한 차례 추가 수사를 요구한 뒤 공소시효가 임박해 불기소 의견을 받아들인 것도 김지용이었다. 셋째, 재기수사 때문에 좌천됐다는 인과는 확인되지 않는다. 2022년 6월 인사 당시 보도는 김오수 전 총장을 보좌한 대검 참모진이 대부분 지방으로 옮겼다고 전했고, 김지용의 광주고검 차장 전보도 그 가운데 하나였다. 2023년 사의에 대해서도 당시 보도는 고위직 인사를 앞두고 후배에게 길을 터 주는 의미로 분석했다. 재기수사 뒤에 전보가 있었다는 순서는 맞다. 그러나 재기수사가 전보의 원인이었다는 것은 김오수 전 총장과 후보자, 청와대가 내세우는 주장일 뿐이다.
정진웅 사건에 대한 정부 설명도 절반만 맞았다. 9월 17일 행안부 브리핑과 10월 1일 청와대 브리핑은 김지용이 기소에 반대했고 최종 결정권자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김지용은 청문회에서 독직폭행 기소에는 반대했지만 업무상과실치상 기소는 정당하다고 봤다고 답했다. 기소를 결재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도 했다. 두 브리핑에는 이 대목이 없다. 김지용은 이 의견을 검증 과정에서 청와대와 행안부에 전달했다고 주장한다. 그 말이 맞다면 정부는 알면서도 유리한 절반만 발표했다. 틀리다면 정부 검증이 그 대목을 놓쳤다.
이 대통령은 앞의 X 글에서 비판은 "사실에 기초해야" 하고, 허위임을 알면서 하는 주장은 "국정 방해"라고 했다. 이 기준을 대통령 자신의 설명에 대 보면, 시점과 '기소하라고 했다'는 대목은 사실과 달랐고 좌천의 원인은 확인되지 않은 주장이었다. 반대쪽의 '친윤'처럼 청와대의 '반윤'도 기록보다 앞서 나갔다.
원칙이 상대에 따라 바뀐 자리
양쪽이 기록보다 편을 앞세우자, 청문회는 후보자가 누구 편인지 확인하는 자리가 됐다. 김지용은 '정치검사 1호'를 꼽아 달라는 질문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들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이 청문회를 여권의 '우리 편 검증'이라고 불렀다. 그러는 사이 같은 원칙이 상대에 따라 다르게 적용되는 장면이 나왔다. 하나는 후보자 자신이다. 김지용은 2020년 성명 참여가 당시에는 적절했다고 답하면서도, 중수청 수사관들이 성명을 내면 집단행동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민주당 김영배 의원은 자신과 부하에게 다른 기준을 댄다고 지적했다.
더 무거운 장면은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의 감찰 지시다. 윤 장관은 10월 11일 김지용을 공개 비판해 온 임은정 광주지방중수청장에 대해 감찰을 지시하겠다고 밝혔다. 임 청장의 행동이 고위공직자의 품위에 맞지 않고, 검찰의 정치 개입·집단행동 관행을 중수청에 옮길 수 있다는 이유였다. 윤 장관은 김지용을 제청한 사람이다. 그가 제청한 후보자는 5년 전 법무부 장관의 결정에 공개적으로 반대한 검사장 집단 성명에 참여했지만, 정부는 그 이력을 결격으로 보지 않았다. 결국 장관이 제청한 후보자를 공개 비판한 현직 지방청장은 감찰 대상이 됐고, 장관의 징계 결정에 집단으로 반대한 후보자의 과거는 절차에 대한 문제 제기로 받아들여졌다. 국민의힘 강명구 의원은 장관이 발언을 이유로 감찰을 지시하면 중수청 독립성을 위협하는 선례가 된다고 비판했다. 이웅혁 건국대 교수는 장관보다 중수청 본청이 스스로 지시하는 편이 더 적절했다고 봤다.
공방이 비켜 간 것: 장관의 사건 지휘권
감찰 지시가 드러낸 것처럼, 중수청이 정치적으로 중립일 수 있느냐는 청장 개인의 성향보다 제도에 더 크게 달려 있다. 중수청은 행정안전부 장관 소속이다. 중수청법 제6조는 장관이 구체적 사건에 대해서도 청장을 지휘·감독할 수 있게 한다. 일선 수사관에게 직접 지시하지는 못해도, 청장을 거치면 개별 사건에 관여할 길이 열려 있다. 차진아 고려대 교수는 이 지휘권을 삭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경규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본부장은 중수청을 행안부의 강한 영향력 아래 두면 정치 수사기관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청문회에서 이 문제는 후보자의 약속으로 정리됐다. 김지용은 현행법으로도 외압을 제어할 수 있다면서, 필요하면 장관의 수사 개입을 막는 내부 규정을 만들겠다고 했다. 외압 시도와 사건 배당 변경, 수사팀 교체 경위를 기록하겠다는 약속도 했다. 그러나 내부 규정으로는 법률이 장관에게 준 지휘권을 없앨 수 없다. 기록은 외압이 있었다는 사실을 나중에 드러낼 수는 있어도 외압 자체를 막지는 못한다. 게다가 장관은 출범 열흘 만에 중수청 간부의 발언을 문제 삼아 감찰을 지시했다. 장관의 영향력이 사건 지휘권 조문 밖에서도 작동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준 일이다.
임명은 무리였나
임명 자체를 무리라고 보기는 어렵다. 청문 과정에서 제기된 문제는 대부분 소명이 충분했느냐를 다투는 것이었다. 국민의힘 주호영 의원도 중립성을 입증하지 못했다고 비판하면서 도덕성 문제는 두드러지지 않았다고 인정했다. 반면 수장이 없는 비용은 실제로 나타났다. 중수청은 정원 2,874명의 약 66%로 출발했고, 본청 과장·담당관 24자리 가운데 16자리가 비어 있었다. 경찰은 10월 2~10일 중수청에 459건을 통보했지만, 8일까지 중수청이 이첩을 요구하거나 넘겨받은 사건은 0건이었다. 청와대가 조속한 안착을 임명 이유로 든 데는 근거가 있다.
문제는 임명 결정이 아니라 그것을 정당화한 방식이다. 청와대는 후보자가 '우리 편'임을 보이려고 시점이 틀리고 원인이 확인되지 않은 이야기를 내세웠고, 정진웅 사건은 유리한 절반만 발표했다. 반대쪽도 성명 참여와 지휘 라인이라는 기록을 '친윤'이라는 충성의 문제로 바꿨다. 양쪽 모두 중수청장의 자격을 누구에게 충성했느냐로 따졌고, 그 사이 장관의 사건 지휘권이라는 구조는 후보자의 약속에서 멈췄다.
그래서 김지용을 평가할 기준은 그가 윤석열에게서 얼마나 멀었느냐가 아니라, 그를 지명하고 감싼 정부와 장관으로부터 얼마나 독립적으로 움직이느냐다. 조국혁신당은 임명 뒤 청문회에서 밝힌 개혁 의지가 실제 개혁으로 이어지는지 지켜보겠다고 했다. 지켜볼 것은 분명하다. 김지용이 약속한 내부 규정을 실제로 만드는지, 장관의 사건 지휘가 있을 때 그것을 기록하고 드러내는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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