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사령관 “전작권 전환에 새 기준”, 국방장관 “조건 그대로”…다툼은 조건이 아니라 '잣대'에 있다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은 10월 14일(현지시간) 워싱턴의 싱크탱크 골드 국제전략연구소 행사에서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을 두고 “여건이 변했고 우리가 계획을 바꿨기 때문에 우리가 지켜야 할 새로운 기준이 생겼다”고 말했다. 그는 한미연합군사령관을 겸하고 있어, 전작권 전환 조건이 채워졌는지를 군사적으로 평가하는 미국 쪽 책임자다. 브런슨은 그 주에 있었던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들며 “신문을 대충 훑어보기만 해도 조건이 확실히 변했음을 알 수 있다”고 했다. 자신은 전환에 찬성하지만 수년 전 설정된 조건을 위반하는 데는 반대한다고도 했다.
사령관의 “새 기준”과 장관의 “조건 그대로”
하루 뒤 서울에서 강신철 국방부 장관이 이를 반박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군사법원 국정감사에서 손솔 진보당 의원이 브런슨 발언에 동의하느냐고 묻자, 강 장관은 합의된 조건은 “변함이 없다”고 답했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이 내일 전환해도 문제가 없다고 보느냐고 묻자 “문제없다고 본다”고 했다. 미국 측에 항의해야 하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이미 전달했다”며, 브런슨 발언이 한미 관계 전반에 미칠 영향을 우려한다고 말했다. 누구에게 어떤 방식으로 전달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같은 날 정빛나 국방부 대변인은 '개인 자격'이라는 전제를 달고 “골대를 계속 옮긴다면 전작권 전환은 영원히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두 사람의 말은 정면으로 부딪히는 것처럼 들린다. 그러나 기록을 따라가 보면 다툼의 대상은 한미가 합의한 조건 자체가 아니다. 같은 조건을 어느 수준의 잣대로 재느냐, 그리고 한 번 통과한 평가가 계속 인정되느냐가 쟁점이다. 이 차이를 보려면 먼저 전작권 전환이 어떤 절차로 결정되는지 알아야 한다.
전환은 어떤 절차로 결정되나
작전통제권은 특정 작전을 위해 정해진 시간과 공간에서 지정된 부대를 지휘하는 권한이다. 지금은 평시 작전통제권을 한국 합참의장이, 전시 작전통제권을 미군 대장인 한미연합군사령관이 행사한다. 전작권이 한국으로 넘어와도 연합사는 남는다. 2018년 한미가 합의한 연합방위지침에 따라 한국군 4성 장군이 사령관을, 미군 4성 장군이 부사령관을 맡고, 주한미군 주둔과 미국의 확장억제도 유지된다.
전환 시기는 2015년 한미가 합의한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계획(COTP)'에 따라 정해진다. 조건은 세 가지다. 한국군이 연합방위를 주도하는 데 필요한 군사능력,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동맹의 포괄적 대응능력, 안정적 전환에 맞는 한반도·역내 안보환경이다. 앞의 두 조건은 한미 연합평가단이, 세 번째 조건은 양국 정보당국 협의체가 함께 평가한다. 평가 결과는 한미 합참의장 회의(MCM)와 국방장관 회의인 한미안보협의회의(SCM)에 보고되고, SCM의 건의를 바탕으로 양국 대통령이 전환 시기를 정한다. 한미는 2022년 8월 COTP 부록을 개정해 평가할 능력의 목록과 능력별 평가방법·기준을 함께 확정했다. 이 사실은 뒤에서 판단의 기준이 된다.
첫 번째 조건 안에는 한국군이 지휘할 미래연합군사령부(미래연합사)의 임무수행능력을 세 단계로 검증하는 절차가 있다. 기본운용능력(IOC), 완전운용능력(FOC), 완전임무수행능력(FMC) 순이다. IOC 검증은 2019년에 끝났다. FOC 평가는 2022년에 실시돼 모든 평가과제가 기준을 충족했다는 결론이 났지만, 평가와 별도로 거쳐야 하는 FOC 검증은 아직 남아 있다. 2025년 11월 제57차 SCM에서 양국 국방장관은 2026년에 FOC 검증을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그래서 올해가 중요했다. 정부 구상은 올해 SCM에서 FOC 검증을 마치고 전환 목표연도를 양국 대통령에게 건의하는 것이었다. 정부 관계자는 늦어도 2028년까지 전환 절차를 끝낸다는 내부 방침을 밝혔고, 브런슨은 4월 미 하원에서 2029년 1~3월까지 조건을 달성하는 로드맵을 제출했다고 말했다. 그런데 국방부는 10월 14일 올해 계획한 공동평가는 모두 끝냈지만 일부 이견이 남았고 SCM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브런슨의 '새 기준' 발언은 국방부가 이견을 인정한 직후에 나왔다.
'조건'이라는 말이 한국에서 예민한 이유
'조건이 변했다'는 말이 한국에서 곧바로 '또 미루자는 말'로 들리는 데는 이유가 있다. 한미는 처음에는 날짜를 정했다. 2007년 양국 국방장관은 전환일을 2012년 4월 17일로 합의했지만, 2010년 변화된 안보상황을 이유로 2015년 12월로 미뤘다. 2014년에는 북한 핵·미사일 위협을 들어 시기와 조건을 다시 검토하기로 했다. 그리고 2015년 날짜 대신 조건을 기준으로 하는 지금의 방식으로 바꿨다. 전환이 미뤄질 때마다 근거는 안보환경이었다. 정부 쪽에서 나오는 '골대'라는 말은 이 역사 위에서 나온 표현이다.
브런슨이 말한 것과 말하지 않은 것
브런슨의 발언은 이틀에 걸쳐 나왔고, 둘을 나눠 읽어야 한다. 13일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대담에서 그는 조건에 기반한 전환을 “전적으로 지지한다”며 이것이 협정 내용이라고 했다. 전환 시점은 “제가 결정하는 일이 아니다”라고 했고, 대통령이나 국방장관이 즉시 전환을 명령하면 따르되 조건을 채우지 못한 상태에서 전환하는 위험을 보고하겠다고 말했다. 군사적 평가는 사령관이 하고 결정은 정치 지도자가 한다는, 합의된 절차와 맞는 설명이다.
14일 발언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갔다. '새로운 기준'이 생겼다고 했지만 그 기준이 무엇인지는 말하지 않았다. 바꿨다는 '우리의 계획'이 미군의 계획인지 한미 공동의 계획인지, 무엇이 어떻게 바뀌었는지도 밝히지 않았다. 그가 말한 '조건'(conditions)은 합의된 전환 조건과 실제 안보 여건을 함께 가리키는 것으로 읽힌다. 주한미군은 이후 언론 질의에 조건 기반 전환 의지를 재확인하면서도 평가의 세부 사항은 작전보안상 공개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한미가 공식 조건이나 평가기준을 바꿨다는 발표는 지금까지 없다.
다툼의 실체: 한 번 통과한 평가는 유지되나
'새 기준'이 무엇인지 당사자들은 밝히지 않았지만, 익명 소식통을 인용한 보도들이 윤곽을 보여 준다. 중앙일보는 14일 복수의 군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이 지난해 합격점을 줬던 일부 평가 항목을 올해는 충족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해마다 다시 평가해야 하는 항목이 있고 달라진 전장 환경을 반영해야 한다는 입장이고, 한국은 지난해 충족된 항목에 올해 새로 충족된 항목을 더하면 FOC 검증을 마칠 수 있다는 입장이라는 것이다. 같은 보도에 따르면 미국은 한국군 사령관이 미군의 첨단 지휘통제체계를 직접 운용하는 능력, 인공지능(AI) 기반 표적 처리, 정보·감시·정찰(ISR), 데이터링크 통신 보안을 특히 중시한다. 경향신문은 15일 미국이 북한 미사일 고도화를 근거로 천무 다연장로켓과 중고도 정찰 무인기 같은 감시정찰 자산의 운용 규모 확대를 추가로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한 정부 소식통은 경향신문에 “조건이 또 다른 조건을 낳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미 당국은 이 보도들을 확인하지도 부인하지도 않았다. 다만 강 장관의 국감 답변이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그는 조건은 그대로라고 하면서도, 충족 여부를 판단할 때는 정량적 요소('사이언스')와 정성적 요소('아트')가 함께 작용해 관점 차이가 생길 수 있다고 인정했다. 정리하면 한미는 조건 목록을 놓고 다투는 것이 아니다. 지난해 통과한 항목이 올해도 통과로 인정되느냐, 북한 위협이 커진 만큼 같은 항목의 요구 수준을 올리느냐를 놓고 다툰다.
미국의 주장: 근거는 있지만 스스로 내건 원칙과 어긋난다
미국 쪽 주장에는 합의 안의 근거가 있다. 세 번째 조건이 애초에 안보환경이고, 두 번째 조건은 북한 핵·미사일 위협 대응능력이다. 위협이 달라지면 이 두 조건의 평가가 달라지는 것은 자연스럽다. 한국도 그 위협을 인정했다. 2025년 제57차 SCM 공동성명에서 양국 국방장관은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와 북러 군사협력을 중대한 도전으로 평가했다. “여건이 변했다”는 말 자체를 합의 밖의 주장이라고 할 수는 없다.
문제는 방식이다. 한미는 2022년에 평가할 능력의 목록과 평가방법·기준을 함께 확정했다. 그런데 브런슨은 '우리가 계획을 바꿨기 때문에' 새 기준이 생겼다고 했고, 그 새 기준이 한미 합의를 거쳤다는 기록은 없다. 합의 없이 생긴 기준이라면 그것은 브런슨 자신이 반대한다고 말한 일, 곧 수년 전 설정된 조건에서 벗어나는 일이다. 방향만 반대일 뿐이다. 그가 한국에 요구하는 원칙을 그 자신에게 적용하면 이런 결론이 나온다. 게다가 그는 13일에는 결정 권한이 정치 지도자에게 있다고 선을 그어 놓고, 14일에는 양국이 이견을 정리하기로 한 SCM을 앞두고 내용 없는 '새 기준'을 공개석상에서 꺼냈다. 무엇이 바뀌었는지는 작전보안을 이유로 밝히지 않았다. 이러면 한국은 무엇을 채워야 하는지 알 수 없다. 조건 기반 방식이 날짜 방식을 대신하며 약속한 것은 '무엇을 채우면 전환한다'는 예측 가능성이었다.
이 판단을 바꿀 수 있는 변수가 하나 있다. 미국이 실제로 평가기준을 바꾼 것인지, 기존 기준을 새 위협 상황에 엄격하게 적용한 것인지는 공개된 자료로 가릴 수 없다. 후자라면 미국의 잘못은 합의 위반이 아니라 공개 발언으로 혼란을 키운 데 그친다. 다만 그 경우에도 같은 기준으로 지난해 통과시킨 항목을 올해 다시 떨어뜨렸다는 보도가 사실이라면, 예측 가능성의 문제는 그대로 남는다.
한국의 주장: 기록은 맞지만 '내일 전환'은 반박이 아니다
같은 잣대를 한국 쪽에도 적용해 보자. 한국 정부의 “조건은 그대로”라는 말은 기록과 맞는다. 강 장관의 태도에도 일관된 면이 있다. 그는 장관 후보자 시절 “조건 추가 금지 원칙”으로 미국과 협의해 왔다고 밝혔다. 국감에서 시한을 정해 전환하는 방식을 검토하자는 손솔 의원의 제안에는, 조건 방식도 양국 정부가 합의한 것이므로 시기 방식으로 바꾸는 것 역시 합의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미국에 합의를 지키라고 요구하는 만큼 한국도 합의에 묶인다는 태도다.
그러나 “내일 전환해도 문제없다”는 답은 이 원칙에서 비켜 나 있다. 이 판단은 한미 공동평가의 결론이 아니다. 강 장관이 근거로 든 것은 상호 신뢰라는 전제, 그리고 한국군 사령관이 지휘하고 미군 부사령관이 지원하는 구조였다. 공동평가에 이견이 남아 있다고 국방부 스스로 밝힌 상황에서 장관이 즉시 전환이 가능하다고 말하면, 합의된 평가보다 정치적 의지가 앞선다는 인상을 준다. 윤상현 의원이 국방부 장관이 정치인의 발언을 따라가서는 안 된다고 비판한 것은 이 지점을 겨냥했다. 또 장관이 충족 판단에 정성적 요소가 있다고 인정한 이상, 미국의 정성적 판단을 '골대 옮기기'로만 치부하기도 어렵다. 정부 소식통들이 말하는 정상 간 정치적 결단도 같은 문제를 안고 있다. COTP가 최종 시기 결정을 대통령에게 맡기는 것은 맞지만, 그 결정은 평가와 SCM 건의를 거친 뒤에 내리게 돼 있다. 평가에서 생긴 이견을 정상 간 결단으로 건너뛰는 것은 한국이 내세우는 '합의된 조건'과는 다른 길이다.
지금 어디까지 왔고, 답은 무엇인가
연내 전환 목표연도 합의는 어려워졌다. SCM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고, 정부는 이달 말 아세안 확대 국방장관회의와 11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고위급 협의를 시도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번 충돌에서 한미가 합의한 조건이 바뀌었다는 근거는 없다. 쟁점은 같은 조건을 어떤 잣대로 재느냐다. 이 쟁점을 공개석상으로 끌어낸 사람은 브런슨이고, 그 잣대가 무엇인지 밝힐 책임도 먼저 그에게 있다. '새 기준'이 합의를 거치지 않은 것이라면, 그는 자신이 지키자고 한 조건 기반 원칙을 스스로 흔드는 셈이다. 한국 정부의 '조건 불변' 주장은 기록에 맞지만, '내일 전환해도 된다'는 장관의 말은 그에 대한 반박이 되지 못한다. 양국은 이미 그 잣대를 정할 자리를 갖고 있다. 연합평가단과 MCM·SCM에서 미국이 새 기준을 문서로 내놓고, 지난해 통과한 항목을 계속 인정할지부터 합의해야 이 이견이 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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