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압록강대교, 완공 12년 만에 개통… 북한이 미뤄 온 다리가 지금 열린 이유
10월 15일 중국 랴오닝성 단둥과 북한 평안북도 신의주를 잇는 신압록강대교가 공식 개통했다. 압록강을 가로지르는 왕복 4차로, 길이 약 3km의 이 다리는 2014년에 다 지어 놓고도 12년 동안 쓰지 않던 다리다. 다리 한가운데서 열린 개통식에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와 박태성 북한 내각총리가 영상 축사를 보냈고, 양국 국기를 단 화물트럭이 10대씩 국경을 넘었다. 행사가 끝난 오후부터는 중국 화물트럭이 다리를 건너 북한으로 들어갔고, 북한 트럭도 중국 해관(세관) 구역에 들어가 통관 절차를 밟았다. 행사용 통과에 그치지 않고 실제 화물 운송이 시작된 것이다.
다 지은 다리가 왜 12년 동안 닫혀 있었고, 왜 지금 열렸는가. 짧게 답하면 이렇다. 이 다리를 원하고 돈을 댄 쪽은 처음부터 중국이었다. 다리 너머 북한 땅에 도로와 세관을 짓는 일은 북한 몫이었는데, 북한은 그 공사를 늦추며 개통 시점을 쥐고 있었다. 다리가 열린 것은 북한이 러시아 쪽으로 기운 뒤 중국이 관계 회복에 나선 국면에서였다.
중국이 원하고 중국이 지은 다리
중국에 이 다리가 필요했던 이유는 기존 통로의 병목이다. 단둥과 신의주는 북중 교역의 최대 거점이지만, 이곳 육상 화물은 1943년에 놓인 조중우의교 하나에 의존해 왔다. 조중우의교는 한쪽에 단선 철로, 다른 쪽에 1차로 도로가 있어 차량이 한 방향씩 번갈아 다닐 수밖에 없다. 교역이 다시 늘던 올해 6월 말에는 단둥 세관 밖에서 컨테이너 트럭 수십 대가 검사나 신의주 진입을 기다리는 모습이 전해졌다.
그래서 비용도 중국이 혼자 댔다. 두 나라는 2009년 새 다리 건설에 합의했고, 2010년 말 착공해 2014년 다리 본체를 완공했다. 공사비 22억2천만 위안(약 4,400억 원)은 중국이 부담했다. 다리 위치도 중국 뜻대로 정해졌다. 북한은 신의주 도심 가까운 곳에 다리를 놓기를 원했다. 중국은 단둥에 새로 개발하는 신도시와 신의주 남쪽 외곽을 잇는 안을 밀었고, 그 안이 채택됐다. 북중 접경의 도시공간을 연구한 황진태 통일연구원 부연구위원은 2023년 보고서에서 이후 북한의 공사 지연을 중국 구상에 대한 불만의 표현으로 해석했다.
12년의 공백: 다리는 있었지만 북쪽 길이 없었다
2014년에 끝난 것은 다리 본체뿐이었다. 다리를 북한 도로망에 잇는 연결도로와 화물을 검사할 세관은 북한 쪽에 지어야 했다. 이것이 없어서 2014년 10월 말로 잡혔던 개통이 무기한 연기됐다. 이후 북측 연결도로와 세관을 누가 짓고 누가 돈을 낼지가 오래 풀리지 않았다. 2014년 8월에는 북한이 세관 건설·운영에 참여할 해외투자자를 구하지 못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2017년 말에는 북한이 연결도로 투자와 토지수용비를 중국에 요구했고 중국이 난색을 보였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그 뒤 공사는 멈췄다 움직이기를 반복했다. 2019년 초 북측 끝에서 공사 재개 움직임이 보였고, 그해 7월에는 중국이 연결도로와 세관 건설 비용을 부담할 것이라는 일본 언론 보도가 전해졌다. 위성사진에는 2019년 말 북측 도로가 이어지고 포장되는 모습이 잡혔고, 황진태는 북측 연결도로가 2022년 하반기에 완공된 것으로 판단했다. 그런데 세관·출입국 시설 공사는 2025년 들어서야 본격화했고, 올해 7월에도 부지 대부분이 포장되지 않은 상태였다.
이 경과를 보면 지연은 기술이나 돈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북중 관계가 좋았던 2018~2019년에도 다리는 열리지 않았다. 반대로 2020년 코로나19 국경 봉쇄 기간에도 공사는 이어졌다. 도로가 놓인 뒤 세관이 지어지기까지 다시 몇 년이 걸렸다. 북한 땅에서 벌어지는 공사의 속도는 결국 북한이 정했다.
북한은 왜 서두르지 않았나
북한은 개통을 미룬 이유를 직접 밝힌 적이 없다. 다만 연구자들의 설명은 한 방향을 가리킨다. 이 다리가 북한보다 중국에 더 이롭다는 것이다. 정은이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조중우의교로도 교역할 수 있던 북한에는 새 다리가 중국만큼 절실하지 않았고, 신의주에 늘어날 물류를 받아낼 기반이 부족해 오히려 대중 의존 부담만 커질 수 있었다고 본다. 김규범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제재 이후 무역적자와 대중 의존만 키우는 방식의 교역 확대를 북한이 반길 이유가 없었다고 본다. 그래서 북한이 다리를 중국을 상대로 한 협상카드로 썼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교역 수치도 이 설명과 맞는다. 올해 8월 북한의 대중 수입은 1억8,285만 달러였지만 수출은 5,503만 달러에 그쳤다. 다리가 넓어지면 중국 물건은 더 빨리, 더 많이 들어오겠지만 북한 물건이 그만큼 더 팔린다는 보장은 없다. 김규범도 이 점을 지적했다. 문일현 중국정법대 교수는 여기에 안보 이유를 더한다. 비상시 중국군이 단시간에 들어올 길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북한이 개통을 주저한 이유 가운데 하나였다는 것이다.
왜 지금 열렸나: 러시아로 기운 북한, 되돌리려는 중국
다리가 열린 시점은 북중 관계가 회복된 흐름과 겹친다. 북한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러시아와 군사·경제 협력을 강화한 2024년 이후 북중 관계는 냉랭했다. 흐름이 바뀐 것은 지난해 9월부터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베이징의 중국 전승절 80주년 열병식에 참석하고 시진핑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했다. 올해 3월에는 코로나19로 끊겼던 국제여객열차와 항공편이 6년 만에 다시 다니기 시작했다. 6월 평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은 국경 통상구의 전면 재개통을 계기로 왕래를 늘리자고 제안했다. 통상구는 사람과 화물이 국경을 넘는 공식 관문이다. 김정은은 이를 전면 이행하겠다고 답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번 개통을 6월 합의 가운데 가시적으로 이행된 사실상 첫 사례로 평가했다.
중국이 서두를 이유는 러시아에도 있었다. 지난달 7일 북한과 러시아는 두만강을 건너는 첫 자동차 다리를 먼저 개통했다. 왕복 2차로에 길이 약 1km, 하루 약 300대를 처리하는 작은 다리다. 정은이는 중국이 이를 두고 "상당한 불편함과 놀라움"을 보였다고 전했다. 열지도 못한 신압록강대교에 해마다 약 2억 위안의 유지비를 써 온 중국으로서는 북러 다리가 먼저 열린 것이 달갑지 않았으리라는 것이다. 강준영 한국외대 교수는 이번 개통을 러시아로 기운 북한을 향한 중국의 영향력 복원 시도로 본다. 리창도 개통식 축사에서 이 다리를 시진핑과 김정은이 함께 관심을 갖고 추진한 사업이라고 부르며 "북중 관계가 새로운 단계에 들어섰다"고 말했다.
여기서 판단에는 한계가 있다. 두 나라가 개통을 앞두고 무엇을 주고받았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확인할 수 있는 6월 정상회담 공개문에는 신압록강대교의 개통일이나 조건이 적혀 있지 않고, 박태성의 축사 내용도 알려지지 않았다. 김규범은 북한산 상품 수입 확대, 북한 노동력 수출, 임가공 통로 허용 같은 경제적 이견에 일정한 합의가 있었을 것으로 추론한다. 하지만 협상 결과를 확인한 것은 아니다.
그래도 확인된 순서만으로 그릴 수 있는 그림이 있다. 북한은 러시아라는 다른 출구를 먼저 열었다. 그 뒤 관계 회복을 원하는 중국에 오래 쥐고 있던 카드를 내놓았다. 다리가 중국에 더 필요했다는 점과, 개통이 중국의 관계 복원 행보 끝에 이뤄졌다는 점은 기록으로 확인된다. 북한이 그 대가로 무엇을 얻었는지는 앞으로 교역 조건에서 드러날 것이다. 정은이는 북한 공장에 들어갈 원료·자재의 가격과 결제 조건, 북한산 제품의 대중 수출 여건이 달라지는지를 관찰 지점으로 꼽았다.
다리가 바꾸는 것과 바꾸지 못하는 것
당장 바뀌는 것은 화물이 다니는 길의 폭이다. 차량이 한 방향씩 번갈아 다니던 조중우의교와 달리 신압록강대교에서는 대형 트럭이 양방향으로 다닐 수 있다. 북한 경제를 연구하는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접경 물동량 처리능력이 3~5배로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이 다리 하나로 제재 이전 수준의 교역에 곧바로 돌아가기는 어렵고, 효과는 중장비·원자재·에너지 제품 운송에 집중될 것이라고 봤다. 교역 자체는 다리가 열리기 전부터 늘고 있었다. 지난해 북중 교역액은 약 27억3,600만 달러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의 98.1% 수준까지 회복했고, 올해 상반기에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19.6% 늘었다.
반면 바뀌지 않는 것도 있다. 첫째는 사람의 왕래다. 중국인의 북한 단체관광과 비자 발급이 아직 정상화되지 않아, 당분간 이 다리는 화물 위주로 쓰일 것으로 보인다. 개통 전날 정례회견에서 '화물 전용이냐'는 질문을 받은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직접 답하지 않고 교역과 인적 왕래를 촉진할 것이라고만 말했다. 둘째는 거래할 수 있는 품목이다. 다리 입구 근처 단둥 궈먼완 무역구의 관리자는 예전에 많이 들여오던 북한산 수산물·농산물이 유엔 제재로 막혀 있어 다리 개통이 자기 상권과 크게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길이 넓어져도 그 위로 실을 수 있는 물건은 제재가 정한다.
제재는 무너지나
개통을 두고 가장 크게 엇갈리는 것은 대북제재에 미칠 영향이다. 먼저 제재가 무엇을 막는지 봐야 한다.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에 대응해 2006년부터 강화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는 북중 교역 전체를 금지하지 않는다. 금지하는 것은 북한산 석탄·철광석·수산물·섬유제품 수출, 북한으로 가는 기계·차량·금속 공급, 북한 노동자의 해외 신규 취업이고, 석유는 공급량을 제한한다. 도로로 오가는 북한 관련 화물도 검사 대상이며, 신압록강대교에 따로 예외가 생긴 것도 아니다.
이 구조 때문에 통일부는 신중하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중 교역이 모두 제재 위반은 아니므로 개통으로 제재가 무너진다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반대로 임을출은 양국 당국이 관리하는 현대식 관문이 생긴 것을 제재 무력화와 우회 통로 확보로 해석한다. 문일현도 물류가 늘면 제재 대상 물자가 알게 모르게 섞여 넘어갈 수 있다며, 다리가 "회색지대 교역의 문턱"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두 주장은 서로 다른 것을 말하고 있다. 지금 기준으로는 통일부의 말이 맞다. 다리를 지난 특정 화물이 제재를 어겼다는 보도는 아직 없고, 합법적인 교역이 늘어나는 것 자체는 제재 위반이 아니다. 우려하는 쪽이 보는 것은 다리 자체가 아니라 다리를 둘러싼 조건이다. 중국과 러시아는 2022년 미국이 주도한 추가 제재 결의에 나란히 거부권을 행사했다. 제재 이행을 조사하던 유엔 전문가패널은 2024년 4월 활동을 끝냈다. 수송력이 몇 배로 커지는 시점에 그 화물을 들여다볼 국제 감시는 오히려 약해진 것이다.
여기에 합법과 위반의 경계가 흐려지는 품목도 있다. 임을출은 의류·가발·인조 속눈썹을 제재망을 비교적 안전하게 피할 수 있는 품목으로 꼽으며 임가공 수출이 늘 것으로 내다봤다. 가발과 속눈썹은 직접 금지 품목이 아니다. 그러나 의류는 2017년 결의 2375호가 금지한 섬유제품에 들어간다. 중국산 원단을 들여와 북한에서 꿰매 내보내는 방식이라고 해서 금지가 풀리지도 않는다. 임가공 거래가 늘면 경계선에 놓인 화물도 함께 늘어난다.
그래서 신압록강대교가 제재를 무너뜨리는지는 다리가 아니라 다리 끝 세관에서 결정된다. 국제 감시가 비어 있는 지금, 이 다리를 지나는 화물을 검사할 책임은 사실상 중국 세관에 있다. 강준영도 새 교역로에서 제재를 지키는 일을 중국이 풀어야 할 과제로 꼽았다. 12년 동안 닫혀 있던 다리는 북한의 셈법이 바뀌면서 열렸다. 이 다리가 합법적 교역의 통로로 남을지, 제재를 우회하는 길이 될지는 이제 중국의 통관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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