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 · 경제

트럼프, '한국 알래스카 LNG 500억달러 투자' 거듭 주장… 한미 문서엔 '조건부 검토 착수'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의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사업 투자를 다시 이미 정해진 일처럼 말했다. 10월 13일(현지시간) 그는 알래스카 와실라에서 중간선거 지원 유세를 하며 대만이 이 사업에 44억달러를 투자한다고 발표했고, 이 돈이 한국이 이미 약속한 500억달러에 더해진다고 말했다. 다음 날에는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한국의 500억달러 인프라 투자는 자신과 한국이 맺은 무역·투자 합의의 일부라고 썼다.

유세와 SNS에서 되풀이된 '500억달러'

한국에 관한 이 말은 새 소식이 아니다. 트럼프는 9월 30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한국이 알래스카 LNG에 500억달러 이상을 투자한다고 발표하면서, 관세를 15%로 낮춰 준 대가로 한국이 내는 투자금의 일부라고 설명했다. 이번 유세와 게시물은 그 발표를 되풀이한 것이다. 그사이 한국 정부가 새로 승인하거나 서명한 것은 없다. 그러니 물어야 할 것은 하나다. 한국은 정말 500억달러를 약속했나.

문서에 적힌 것은 '조건부 검토 착수'

알래스카 LNG는 알래스카 북부 노스슬로프의 천연가스를 약 1300km 배관으로 남부 니키스키까지 보내 액화한 뒤 아시아 등에 수출하려는 사업이다. 미국 에너지 인프라 기업 글렌파른이 지분 75%, 알래스카주 공기업인 알래스카가스라인개발공사(AGDC)가 25%를 갖고 개발한다.

한미 두 정부가 10월 1일 함께 낸 발표문에서 이 사업에 관해 합의한 것은 한 가지다. 양국은 검토에 착수하기로 했고, 한미 투자 양해각서(MOU)의 상업적 합리성 요건과 국내법상 조건이 충족되면 추진 여부를 판단하기로 했다. 투자 금액도, 한국의 지분율도, 구매 물량도 적혀 있지 않다. 조건은 하나 붙었다. 추진할 경우 미국이 한국산 철강·기자재 관세를 낮추고, 장기 구매계약과 우선 구매권을 준다는 것이다. 같은 발표문은 텍사스 가스발전소를 국내 심의 절차를 마친 '1호 사업'으로 확정했다. 알래스카가 그 단계에 이르지 않았다는 점은 같은 문서 안에서도 구분된다.

미국 정부의 문서도 다르지 않다. CNN이 확인한 미국 상무부의 9월 30일 설명자료는 알래스카 협력을 상업적 합리성을 조건으로 시작한다고 적었고, 한국의 투자액은 적지 않았다. 트럼프 자신도 10월 2일 한국이 아직 승인하지 않았다는 기자 질문에 한국이 아직 검토 중이라고 인정했다. 한국 정부의 설명도 처음부터 같았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10월 1일 미국이 금액을 특정해 확정적으로 표현한 것이 합의를 넘어섰다며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에게 이의를 제기했다고 밝혔다. 10월 6일 국정감사에서도 투자가 확정되지 않았다고 답했다.

결국 "한국이 500억달러를 약속했다"는 트럼프의 말은 사실이 아니다. 한미가 문서로 합의한 내용과 맞지 않고, 트럼프 정부의 상무부가 낸 자료와도 맞지 않는다.

'검토'는 실제 심사다

'검토 착수'가 사실은 투자 약속을 외교적으로 돌려 말한 표현 아니냐고 물을 수 있다. 그러나 사업의 현재 상태와 한국이 적용해야 하는 기준을 보면 그렇게 읽기 어렵다.

먼저, 사업은 아직 돈을 넣을 단계에 이르지 않았다. 개발사는 사업에 실제 자금을 투입해 착공하기로 하는 최종투자결정을 아직 내리지 않았다. 10월 1일 미국 에너지부에 낸 보고서에서는 첫 단계인 알래스카 내수용 배관 건설조차 예비 계획 단계라고 적었다. 개발사가 제시한 총사업비는 445억~545억달러이고, 로이터는 가스 단위당 비용이 미국 멕시코만 연안의 비슷한 사업보다 두 배가량 높다고 보도했다. 이 사업이 자금 조달과 구매계약 부족으로 10년 넘게 표류한 사정도 그대로다. LNG 컨설팅업체 포텐앤드파트너스의 제이슨 피어는 시장가보다 비싼 값을 감수하겠다는 확정 구매계약을 아직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아시아 구매자들은 구속력 없는 의향서만 썼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한국 쪽 기준은 법에 적혀 있다. 한미전략투자법 시행령은 개별 사업의 존속기간 동안 한국 몫으로 돌아올 수입이 투자 원리금을 전부 갚을 수 있어야 상업적 합리성이 있다고 정의한다. 원리금은 미국 국채 20년물 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해 계산한다. 이 기준을 넘지 못하는 사업을 국가안보나 공급망을 이유로 추진하려면, 정부는 미국과 협의하기 전에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이 심사는 형식만 있는 절차도 아니다. 김 장관은 9월 22일 브리핑에서 루이지애나 사업 등을 원리금 회수 가능성 등 상업적 합리성이 부족해 거절했다고 밝혔다. 알래스카에도 같은 잣대를 대겠다는 뜻은 현지에도 전달됐다. 빌 위엘레호프스키 알래스카 주상원의원은 10월 7일 앵커리지에서 만난 한국 관계자들이 최종투자결정이 난 뒤에도 상업적으로 합리적인지 따져 투자를 고려하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그런데도 되풀이하는 이유: 중간선거

문서와 다른 말이 거듭 나오는 시점은 미국 선거 일정과 겹친다. 와실라 유세는 11월 3일 중간선거를 앞두고 공화당 댄 설리번 상원의원의 재선을 돕는 자리였다. 설리번은 민주당 메리 펠톨라 후보와 접전 중이다. 10월 1~3일 여론조사에서 첫 선택 지지율은 펠톨라 47%, 설리번 45%였다. 트럼프는 유세에서 대만 투자와 한국의 500억달러를 묶어 말한 직후, 설리번이 이 일을 성사시키도록 도왔다며 공을 돌렸다. 다음 날 게시물에서는 한국·대만·일본의 투자 약속을 "거대한 건설 프로젝트로 전환하고 있다"고 썼다.

세 나라를 한 줄에 세운 이 홍보는 각국이 실제로 한 일과 거리가 있다. 일본 정부는 10월 15일 뉴욕주 반도체 공장 사업 실시에 미국과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다만 지금 합의한 사업비는 약 100억달러이고 210억달러는 증설까지 포함한 확대 가능성이라고 구분했다. 대만 경제부는 국영 에너지기업 대만중유공사(CPC)가 연 600만t을 사고 최대 44억달러를 투자하는 계획을 발표했지만, 투자 구조와 지분율은 후속 협상으로 정한다고 밝혔다. CPC는 아직 정식 계약 전인 구매 전약 논의 단계라고 설명했다. 정리하면 일본은 정부가 실시를 확정했고, 대만은 정부가 계획을 공개했으며, 한국은 검토에 착수했다. 트럼프는 이 셋을 모두 '약속'이라고 불렀지만 단계가 서로 다르다.

과장으로만 넘길 수 없는 이유: 거절에 붙은 관세

트럼프의 말이 사실과 다르다고 해서 한국에 아무 영향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한미 투자 합의의 구조가 그의 말에 힘을 실어 주기 때문이다.

2025년 11월 서명한 한미 전략적 투자 양해각서는 2000억달러 전략투자의 개별 사업마다 한국이 자금 제공을 거절할 재량을 인정한다. 그러나 한국이 돈을 내지 않으면 미국이 수익 배분을 불리하게 바꾸고, 미국 대통령이 정하는 관세를 매길 수 있다고도 적었다. 김 장관 역시 사업성이 훼손되면 출자를 중단하거나 철수할 수 있지만 미국의 관세 보복 가능성 때문에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이런 구조에서 트럼프가 같은 말을 되풀이하면, 검토 단계의 사업이 이미 정해진 약속처럼 굳어진다. 한국이 검토 끝에 참여하지 않기로 하더라도 '처음부터 약속한 적 없는 투자'로 보이지 않고 '약속을 깬 것'으로 보이게 된다. 트럼프는 10월 2일 이미 한국이 원하지 않으면 더 청구하겠다, 곧 서명하지 않으면 두 배로 올리겠다고 말했다. 무엇을 두 배로 올린다는 것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JD 밴스 부통령은 사업이 불확실한 이유를 한국의 정치적 사정 탓으로 돌리며, 한국의 현 정부든 다음 정부든, 아니면 일본 등 다른 나라와 함께라도 성사시키겠다고 했다. 설리번 의원실은 한국 정부의 미확정 설명을 협상 과정으로 해석했다. 미국 쪽 누구도 한국이 검토 끝에 참여하지 않는 것을 정당한 결론으로 다루지 않는다.

지금 확인되는 답

한국은 알래스카 LNG에 500억달러를 약속하지 않았다. 문서로 확인되는 것은 상업성과 국내법 요건을 조건으로 한 검토 착수다. 이 점에서는 한국 정부의 설명과 미국 상무부의 자료가 일치한다. 트럼프는 자기 정부의 문서에도 없는 약속을 사실처럼 거듭 말하고 있다. 이 말은 선거를 앞둔 성과 홍보다. 동시에 거절하면 관세가 따라올 수 있게 짜인 합의 구조 안에서는 한국의 선택지를 좁히는 압박으로 작동한다.

다만 한국 정부가 참여 자체를 닫아 둔 것은 아니다. 이 점이 결론의 범위를 정한다. 김 장관은 국감에서 중동전쟁 이후 공급선 다변화의 전략적 가치가 커졌다고 했다. 10월 1일에는 미국이 제시한 금액이 670억달러에서 500억달러로 바뀐 것을 두고 사업이 구체적이지 않다는 증거라고 지적하면서도, 새 자료와 현지 실사로 경제성을 다시 판단하겠다고 했다. 한국이 결국 일부 규모로 참여할 가능성은 열려 있다. 그러나 그것은 원리금 회수 기준에 따른 심사와, 필요하면 국회 동의를 거쳐 앞으로 내릴 결정이다. 지금 존재하는 약속은 아니다. 트럼프의 말이 반복될수록 이후 한국이 내릴 결정이 그 기준에 따른 것인지, 관세 부담에 밀린 것인지를 가려 보는 일이 중요해진다.

밑줄 친 문장을 누르면 그 문장의 배경 설명을 읽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