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18 프로 출시 한 달: '판매 부진'은 확인되지 않았고, 확인된 것은 오류와 엇갈리는 환불 기준
파이낸셜뉴스는 10월 15일, 애플 아이폰18 프로 시리즈의 초기 흥행에 이상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근거로 든 것은 세 가지다.
- 신제품이 나온 9월에 국내 번호이동이 오히려 줄었다.
- 애플이 부품 주문을 줄였다는 해외 보도가 나왔다.
- 출시 직후 기기가 저절로 꺼졌다 켜지는 오류로 교환·환불이 1500건 넘게 접수됐다.
세 사실은 모두 실제로 집계되거나 보도된 것이다. 하지만 셋은 서로 다른 것을 잰다. 지금까지 나온 자료로는 아이폰18 프로가 덜 팔리고 있다고 말할 수 없다. 확인된 것은 두 가지다. 출시 직후 실제 오류가 났고, 그 피해를 구제하는 기준이 업데이트 시점과 구매 경로에 따라 소비자마다 다르게 작동한다. 이 글은 판매에 관한 질문과 구제에 관한 질문을 나눠서 본다.
비싸지고, 나눠서 나온 신제품
'흥행 부진'론의 배경에는 올해 출시의 두 가지 변화가 있다.
첫째는 가격이다. 애플은 9월 18일 한국·중국·인도 등에서 아이폰18 프로와 프로맥스를 팔기 시작했다. 국내 출고가는 256GB 기준 프로 199만원, 프로맥스 219만원으로 전작보다 각각 20만원 올랐고, 미국에서도 100달러씩 올랐다. AI 데이터센터가 메모리 반도체를 대거 사들이면서 메모리 가격이 뛰었고, 이것이 스마트폰 원가를 밀어 올렸다는 설명이 붙는다.
둘째는 출시 일정이다. 지난해에는 아이폰17 라인업 전체가 9월에 함께 나왔지만, 올해 9월에는 프로 두 모델만 나왔다. 애플의 첫 폴더블폰인 아이폰 듀오는 10월 23일 국내 출시된다(256GB 329만원). 일반형 아이폰18은 2027년 봄으로 미뤄졌다고 일본 경제매체 닛케이아시아가 전했다. 비싸진 프로를 사려던 사람 일부가 일반형이나 듀오를 기다릴 수 있다는 것이 부진론의 논리다.
번호이동은 아이폰 판매량이 아니다
부진론의 첫 근거인 번호이동 통계는 아이폰이 얼마나 팔렸는지를 재지 않는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는 통신사업자 단체로, 번호이동 건수를 집계한다. KTOA에 따르면 9월 이동전화 번호이동은 59만6599건으로 8월보다 12.3%, 지난해 9월보다 7.3% 줄었다.
번호이동은 통신사를 바꾸면서 쓰던 번호를 그대로 가져간 건수다. 알뜰폰끼리의 이동도 들어간다. 반면 같은 통신사에서 기기만 바꾸는 기기변경이나, 자급제폰을 사서 쓰던 통신사를 그대로 쓰는 경우는 빠진다. 파이낸셜뉴스 기사도 이 지표가 아이폰 판매량을 직접 보여 주지는 않는다고 적었다.
비교 대상인 8월도 평범한 달이 아니었다. 8월에는 삼성전자 폴더블폰 갤럭시Z 폴드8이 나와 번호이동이 68만 건을 넘었다. 올해 번호이동은 연초 KT가 위약금을 면제해 준 기간에 월 100만 건 가까이 몰렸다. 그 뒤로는 60만 건 안팎으로 내려왔고, 6~8월에는 60만 건대였다. 9월 수치는 그 범위 바로 아래다.
감소 이유를 두고 통신업계 관계자는 전월 갤럭시 효과, 제한된 아이폰 라인업, 추석 연휴를 꼽았다. 오류 때문에 소비자들이 구매를 미뤘다는 해석도 나왔다. 어느 쪽도 요인별 영향을 계량하지는 않았다.
국내 판매를 조금이라도 직접 보여 주는 자료는 출시 전 예약 흐름뿐이다. 통신 3사의 사전예약은 아이폰17 시리즈와 비슷하거나 그에 못 미친 것으로 전해졌다. 출시 뒤 국내 판매·개통 대수는 공개되지 않았다.
부품 주문 축소 보도에는 반대 보도가 있다
두 번째 근거는 닛케이아시아의 10월 9일 보도다. 닛케이는 복수의 익명 공급망 취재원을 인용해, 애플이 일부 공급업체에 낸 프로·프로맥스용 10월 부품 주문을 최초 요청량보다 최소 15% 줄였다고 전했다. 취재원들은 가격 인상이 수요를 눌렀다고 설명했다. 로이터와 국내 매체들도 이 내용을 보도했지만 모두 닛케이 취재를 옮긴 것이고, 독자적으로 확인한 곳은 없었다. 또 이 수치는 애플이 처음 계획한 물량과 비교한 것이다. 판매량이 전년이나 전월보다 줄었다는 뜻이 아니다.
중국 매체들은 다른 이야기를 전했다.
- 증권 전문지 증권시보는 공급망 회사를 취재해, 프로 주문은 10~15% 줄었지만 프로맥스는 10~15% 늘어 프로 시리즈 총주문은 변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이유로는 프로맥스 수요가 강하다는 점을 들었다.
- 경제매체 제일재경이 취재한 공급망 관계자도 관련 주문 총량에 실질적 변화가 없다고 답했다.
- 중국 상장 부품사 가운데 링이즈자오와 주하이관위는 애플의 감산 요청을 듣지 못했다고 했고, 펑딩홀딩스는 자사 주문량에 영향이 없다고 답했다.
다만 중국 보도들이 닛케이와 같은 10월 주문, 같은 부품을 가리키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그래서 어느 쪽이 맞는지 가릴 수는 없다. 애플은 응답하지 않았다.
해외 초기 판매 자료는 오히려 부진론과 반대 방향을 가리킨다.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중국에서 출시 첫 사흘이 포함된 주간의 프로 제품군 판매가 전년보다 12% 늘었다고 발표했다. 인도 일부 도시의 매장 점검에서는 첫날 수요가 전작보다 15~28% 높았다고 추정했다. 둘 다 출시 직후 짧은 기간의 자료다.
따라서 지금까지 나온 자료로는 아이폰18 프로가 덜 팔린다고도, 잘 팔린다고도 말할 수 없다. 이 판단을 바꿀 자료는 애플이 11월 2일 발표하는 회계 4분기 실적이다. 출시 뒤 첫 몇 주의 판매가 여기에 처음 반영된다.
확인된 것은 오류다
판매와 달리 오류는 확인된 사실이다. 출시 다음 날인 9월 19일부터 국내외에서 화면이 멈추거나 기기가 꺼졌다 다시 켜진다는 제보가 나왔다. 이런 심각한 시스템 오류가 나면 아이폰의 분석 로그에 '패닉풀(panic-full)'이라는 기록이 남는다. 오류의 원인이 아니라 기록의 이름이다.
미국 애플 전문매체 9to5Mac은 9월 21일 이 현상을 직접 재현했다. Face ID(얼굴 인식)로 잠긴 앱에서 인증에 실패하면 화면이 멈추고 재부팅됐다. 올해 프로 모델은 Face ID용 적외선 카메라를 화면 아래로 옮긴 새 구조를 썼다.
애플은 문제를 인정하고 업데이트를 내놨다. 미국 기준 9월 28일(한국 29일) 배포한 iOS 27.0.1의 수정 목록에는 'Face ID 인증 실패 때 예기치 않게 재시작하는 문제'가 들어 있다. 다만 애플이 수정 대상으로 명시한 것은 Face ID와 연결된 재부팅뿐이다. 충전 중이나 앱 실행 중 꺼졌다는 다른 제보와의 관계는 확인되지 않았다. 애플은 Face ID 구조 변경과 오류의 관계도 밝히지 않았다.
업데이트 뒤에도 제보는 이어졌다. 10월 7일 기준으로 아이폰 사용자 카페 '아사모'에는 직전 일주일 동안 업데이트 후에도 패닉풀을 겪었다는 글이 9건 올라왔다. 충전 중이나 유튜브를 보다가 꺼졌다는 글도 있었다. 10월 13일에는 미국 커뮤니티 레딧에 최신 업데이트를 적용한 상태에서도 앱이나 월렛을 열 때 멈추고 재시작된다는 글이 올라왔다. 이 증상들이 같은 오류의 재발인지, 원인이 다른 것인지, 얼마나 많은 기기에서 생기는지는 공개적으로 판별되지 않았다.
1500건, 그리고 '기밀'
오류가 소비자에게 얼마나 번졌는지 보여 주는 공식 숫자는 교환·환불 건수 하나뿐이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김장겸 의원(국민의힘)실이 애플의 한국 법인 애플코리아에서 자료를 받았다. 출시일인 9월 18일부터 28일까지 11일 동안 패닉풀을 사유로 애플 고객지원 창구에 접수된 교환은 약 1500건, 환불은 50건이었다.
이 숫자는 처리를 마친 건수나 피해자 수가 아니라 접수 건수다. 애플이 모델별 판매량을 공개하지 않아 판매량 대비 비율도 알 수 없다. 눈여겨볼 점은 집계 기간이 모두 업데이트 배포 전이라는 것이다. 고칠 방법이 아직 없던 시기라, 소비자에게는 기기를 바꾸거나 돌려주는 것 말고는 선택지가 없었다.
애플코리아는 의원실에 소프트웨어 오류를 확인해 수정 업데이트를 배포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구체적인 원인에 관한 세부 정보는 기밀정보에 해당해 제출하기 어렵다고 했다. 애플은 내부 파악 결과 하드웨어 문제는 아니라는 입장이지만, 그 근거는 내놓지 않았다.
애플은 정부 보고도 하지 않았다. 소비자기본법은 소비자의 생명·신체·재산에 위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중대한 결함이 발견되면 사업자가 정부에 보고하도록 한다. 애플은 이번 문제가 보고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같은 증상, 다른 결과
원인이 공개되지 않은 상태에서 소비자가 받을 수 있는 구제는 언제 업데이트했는지에 따라 갈린다. 애플은 업데이트로 문제가 해소된 기기는 패닉풀을 사유로 교환·환불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업데이트 뒤에 생기는 하자는 기존 패닉풀로 단정하지 않고, 일반적인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따라 판단한다고 했다. 업데이트 전에는 패닉풀 증상만으로 교환·환불이 접수됐다. 반면 업데이트 뒤 증상이 다시 나타난 사람은 그것이 같은 오류라는 점부터 다퉈야 한다.
어디서 샀는지도 차이를 만든다. 애플에서 직접 산 사람은 수령 후 14일 안에 이유와 상관없이 반품할 수 있다. 통신사에서 산 사람은 사정이 다르다. 애플 서비스센터가 기기 이상을 확인해 주는 작업인가확인서를 정해진 기한 안에 받아야 반품이나 개통취소를 할 수 있다. 기한은 다음과 같다.
그런데 출시 직후 추석 연휴가 겹쳤다. 9월 28일 서울 일부 공인서비스센터는 예약 가능한 시간이 없거나 며칠 뒤에야 예약할 수 있었다. 통신사들은 애플의 수리 지침을 따르기 때문에 연휴를 기한에 반영하기 어렵다고 했다. 애플코리아는 이 문제에 별도 입장이 없다고 답했다. 원격 상담에서는 소프트웨어 문제이니 기다리라는 안내를 받았는데, 다음 날 매장에서는 하드웨어 문제로 교환을 안내받았다는 경험담도 나왔다.
'고쳐졌는지'를 가릴 정보는 애플에만 있다
소프트웨어 오류를 업데이트로 고치는 것 자체는 정당한 해법이다. 업데이트가 정말 문제를 없앴다면, 멀쩡해진 기기를 새것으로 바꿔 줄 이유는 없다.
문제는 그 '정말'을 확인할 수단이 소비자에게 없다는 데 있다. 애플은 Face ID 재부팅 하나를 고쳤다고 밝혔고, 원인은 기밀로 묶었으며, 업데이트 뒤의 재부팅은 별개 하자로 본다. 업데이트 뒤에 기기가 다시 꺼진 소비자가 교환을 기대하려면 그것이 같은 결함임을 보여야 한다. 그런데 이를 가릴 정보는 애플만 갖고 있다. 통신사 구매자에게는 여기에 9~15일이라는 기한과 예약난이 더해진다.
그래서 이 사안에서 비판받아야 할 대상은 판매 실적이 아니라 애플의 정보 비공개다. 애플은 무엇을 고쳤는지는 밝혔다. 하지만 오류가 왜 생겼는지, 어떤 증상이 그 오류에 속하는지는 밝히지 않은 채 어느 기기가 고쳐진 것인지를 혼자 판단하고 있다. 김장겸 의원은 애플이 정확한 원인을 규명하고 후속 조치를 국내 소비자에게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통신사 구매자가 환불에서 불리하지 않도록 개선 방안을 살펴보겠다고도 했다. 최소한 수정 대상 증상과 그렇지 않은 증상의 경계를 애플이 공개해야 한다. 그래야 업데이트 뒤 다시 꺼진 기기를 가진 소비자가 무엇을 근거로 교환을 요구할지 알 수 있다.
'흥행 먹구름'은 아직 판매 숫자로 확인되지 않은 전망이다. 그 사이 확인된 것은 따로 있다. 200만원 안팎의 휴대폰을 산 소비자 일부가 저절로 꺼지는 기기를 받았다. 그리고 지금 그들이 받을 수 있는 구제는 언제 업데이트를 눌렀고 어디서 샀는지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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