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 경제

애플 CEO 터너스 “메모리 부족은 위기, 모든 선택지 검토”…중국 CXMT D램 시험했지만 계약은 없다

애플의 존 터너스 최고경영자(CEO)가 메모리 반도체 부족을 "분명한 위기"라고 부르며 "모든 선택지를 테이블에 올려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기본 생각"이라고 말했다. 10월 15일 공개된 미국 시사주간지 TIME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TIME은 이 말을 애플이 중국 업체의 메모리를 시험한다는 보도와 함께 소개했다. 그 시험이 국가안보를 위협한다며 애플을 비판한 미국 상원의원들에게 터너스가 반박한 말이라는 것이다. 터너스는 2001년 엔지니어로 입사해 하드웨어 개발을 이끌어 왔고, 9월 1일 팀 쿡에게서 CEO 자리를 넘겨받았다. 쿡은 이사회 의장으로 남았다.

새 CEO가 다시 꺼낸 "모든 선택지"

이 발언이 새 결정은 아니다. 인터뷰는 9월에 이뤄졌고, 터너스는 어느 중국 업체와 계약했다거나 어느 제품에 쓰겠다고 말하지 않았다. 같은 취지의 말은 7월 쿡이, 8월 사비 칸 최고운영책임자(COO)가 이미 했다. 이 발언이 의미를 갖는 이유는 따로 있다. 미국 행정부와 의회가 공개적으로 반대한 뒤에도 애플의 새 경영진이 중국산 메모리라는 선택지를 거두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애플은 왜 이 선택지를 붙잡고 있고, 실제로 중국산을 쓰게 될까.

공급사가 셋뿐인 시장에서 네 번째를 찾다

애플이 중국산을 보는 이유는 AI가 만든 메모리 부족이다. AI 가속기에 붙는 고대역폭메모리(HBM)는 칩이 커서 웨이퍼를 많이 쓴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2026년 말 상위 3사가 D램 웨이퍼의 약 22%를 HBM에 투입하지만, 거기서 나오는 메모리 용량은 전체의 약 9%에 그칠 것으로 추정했다. 그만큼 스마트폰과 PC에 들어가는 범용 D램 생산이 밀린다. 트렌드포스는 4분기에도 일반 D램 계약가격이 10~15%, 낸드플래시는 15~20%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전자는 공장을 늘리는 데 시간이 걸려 메모리 부족이 2028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봤다.

애플은 이 부족을 원가 상승으로 겪고 있다. 쿡은 7월 30일 실적발표에서 6월 분기 메모리 비용이 3월 분기보다 높았고 9월 분기에는 더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미리 사 둔 재고로 버티는 효과도 갈수록 줄어든다고 했다. 애플은 이미 6월에 아이폰을 뺀 제품의 가격을 올렸다.

그래서 애플은 메모리 공급사를 하나 더 늘리려 한다. 지금 D램 시장의 공급사는 한국의 삼성전자·SK하이닉스와 미국의 마이크론, 세 곳이다. 쿡은 같은 실적발표에서 "공급사가 더 있으면 좋을 것"이라며 "공급에는 도움이 되고 가격에도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가격 쪽은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그 후보가 중국 최대 D램 업체 창신메모리(CXMT)다. CXMT는 스마트폰용 저전력 D램(LPDDR5X)을 양산하고 있다고 발표해 왔다. 애플은 저장장치에 쓰는 낸드플래시를 만드는 중국 양쯔메모리(YMTC)와도 구매를 협상한 것으로 보도됐다.

시험과 협상까지 갔고, 계약은 없다

애플은 올해 CXMT 메모리를 실제로 시험하는 단계까지 갔다. 7월 1일 블룸버그는 애플이 중국 판매용 기기에 쓸 메모리를 CXMT·YMTC에서 사려고 협상 중이라고 보도했다. 다만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는 관계자 말도 함께 전했다. 8월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애플이 아이폰과 맥북을 포함한 제품군에서 CXMT 칩을 시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 판매용 일부 기기에 대한 초기 공급 협상도 진행됐다고 했다. 구상은 이렇다. 중국에서 파는 제품에 중국산 메모리를 넣고, 그만큼 남는 기존 3사 물량을 다른 시장 제품에 돌린다.

애플은 워싱턴의 승인도 구했다. 5월 무렵부터 상무부 등 행정부 관계자들에게 CXMT 메모리 구매를 지지해 달라고 요청했다. 로이터는 애플이 CXMT가 미국 수출통제 명단에 오르지 않는다는 보장까지 구했다고 전했다. 7월 24일 WSJ는 쿡 등 경영진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에게 미국 밖에서 파는 제품에 중국산 메모리를 쓰는 방안을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적용 범위가 보도마다 '중국 판매용'과 '미국 밖 판매 제품'으로 엇갈린다. 서로 다른 범위의 논의가 전해진 것으로 보인다.

10월 16일 현재 애플이 CXMT 메모리 인증을 마쳤거나, 구매계약을 맺었거나, 판매 제품에 넣었다는 자료는 없다. CXMT의 자오룬 총경리도 9월 애플과의 협력 진척을 묻는 투자자 질문에 "세계의 우수 고객과 협력 기회를 논의하는 데 열린 태도"라고만 답했다.

의회와 행정부, 그리고 마이크론의 반대

반대는 의회에서 먼저 나왔다. 여야 상원의원 7명이 7월 29일 쿡에게 서한을 보냈다. 민주당의 척 슈머 원내대표·진 샤힌·앤디 김, 공화당의 짐 뱅크스·마이크 크레이포·짐 리시·피트 리케츠다. 이들은 CXMT와 YMTC의 메모리를 전 세계 어느 애플 제품에도 쓰지 않겠다고 약속하고, 시험 현황 등을 8월 21일까지 답하라고 요구했다. 근거는 세 가지다. 첫째, 미국 국방부가 두 회사를 중국 군 관련 기업으로 지정했다. 둘째, 중국은 철강·배터리에서처럼 국가 보조금으로 값을 낮춰 서방 업체를 몰아낼 수 있다. 셋째, 중국 판매용으로만 써도 CXMT는 매출과 평판을 얻고, 애플의 인증을 받으면 세계 시장으로 넓히기 쉬워진다. 애플이 이 서한에 공개적으로 답했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행정부도 반대를 공개했다. 러트닉 상무장관은 8월 애플의 휴스턴 공장을 방문한 뒤 WSJ 인터뷰에서 "트럼프 행정부는 그것에 찬성하지 않는다"며 메모리 문제에는 다른 해법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애플에 직접 전했느냐는 질문에는 "분명히"라고 답했다.

미국 메모리 업체 마이크론도 반대편에 섰다. 마이크론은 행정부가 애플의 중국산 구매를 지지하지 않도록 로비했다. 중국 업체에 미국 대형 고객을 열어 주면 미국 산업 기반이 훼손된다는 주장이고, 미국 내 생산에 약 2,50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는 계획도 내세웠다. WSJ에 따르면 애플 경영진은 거꾸로 마이크론의 높은 이익률과 느린 증설을 문제 삼았다. 공급사가 하나 늘면 애플의 원가는 내려가고 마이크론의 가격 결정력은 약해진다. 두 회사의 주장은 각자의 사업 이익과 정확히 겹친다.

법은 구매를 막지 않는다

그러나 지금 미국 법에는 애플이 CXMT 메모리를 사서 민간 제품에 넣는 것을 막는 규정이 없다. 반대 측이 근거로 드는 제도는 셋인데, 어느 것도 민간 기업의 구매를 겨냥하지 않는다.

첫째, 국방부의 군 관련 기업 명단(Section 1260H)이다. 6월 관보에 공개된 명단에 CXMT와 YMTC가 모두 들어 있다. 이 명단은 미국 정부의 판단을 공개하는 제도이고, 여기에 연결된 조달 제한은 국방부 계약에만 적용된다. CXMT는 8월 28일 이 지정을 취소해 달라는 소송을 내고, 자사는 군과 연계되지 않은 민수용 D램 업체라고 주장했다.

둘째, 상무부의 수출통제 명단(Entity List)이다. 명단에 오른 회사에 미국의 품목·소프트웨어·기술을 넘기려면 허가를 받아야 한다. YMTC는 2022년 12월 이 명단에 올랐고, CXMT는 올라 있지 않다. 통제 대상은 그 회사로 넘어가는 기술이지, 그 회사에서 사 오는 물건이 아니다.

셋째, 2023회계연도 국방수권법 제5949조다. CXMT·YMTC 반도체가 들어간 전자제품을 연방기관이 사는 것을 2027년 12월 23일부터 제한한다. 정부 조달에만 적용된다.

수출통제 변호사 케빈 울프는 WSJ에 이렇게 설명했다. 애플은 CXMT의 기성품을 사고 값을 흥정할 수는 있지만, 애플 사양에 맞춘 칩을 주문하려고 기술정보를 넘기면 허가 문제가 생긴다. 그런데 칸 COO는 다른 아이폰 부품과 달리 메모리는 "맞춤 설계가 많지 않다"고 말했다. 법이 그어 둔 선이 메모리 구매에는 거의 닿지 않는다는 뜻이다. 실제로 HP와 에이서는 이미 미국 밖에서 파는 기기에 CXMT 메모리를 쓰고 있다. 러트닉과 상원의원들의 반대가 아무리 강해도 지금은 규칙이 아니라 압력이다. 압력을 공식 조치로 바꾸는 가장 직접적인 길은 CXMT를 수출통제 명단에 올리는 것이다. 그렇게 해도 구매가 곧바로 금지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기술정보를 주고받는 협력이 막히고, 정부의 반대가 의견에서 조치가 된다. 애플이 처음부터 행정부에 막아 달라고 한 것도 바로 이 조치였다.

더 큰 걸림돌은 CXMT 쪽에 있다

법이 막지 않는데도 애플이 당장 CXMT 메모리를 대량으로 쓰기는 어렵다. CXMT에는 애플에 내줄 물량도, 싼 값도 없기 때문이다.

먼저 물량이 빠듯하다. 로이터의 취재에 따르면 중국 당국은 메모리가 부족해지자 CXMT와 YMTC에 중국 고객에게 먼저 공급하라고 요구했다. CXMT의 생산 여력은 중국 내 수요로 이미 차 있었다. 증설이 이 사정을 빨리 바꾸지도 못한다. 트렌드포스의 엘리 왕은 새 생산능력이 의미 있는 공급으로 이어지기까지 보통 최소 1년이 걸린다고 말했다. 유진투자증권 손인준 연구원은 CXMT 증설이 1~2년 안에 공급 부족을 푸는 효과는 제한적이고, 영향이 커지는 것은 2029~2030년 이후라고 전망했다.

값도 싸지 않다. 로이터가 취재한 관계자들은 CXMT가 일부 서버용 D램 모듈을 삼성전자 제품보다 비싸게 팔았다고 전했다. 디지털데일리는 반도체 업계를 인용해 애플이 CXMT와 LPDDR5X 공급 단가를 협상하며 인하를 요구했다가 거절당했다고 보도했다. CXMT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와 같거나 더 높은 값을 고수했다고 한다. 상원의원들의 서한도 CXMT 가격이 일부 경우 경쟁사보다 높다고 적었다.

애플은 중국산에서 두 가지를 기대한다고 말해 왔다. 물량 확보와 가격 부담 완화다. 적어도 지금은 둘 다 CXMT가 줄 수 없다. 쿡 자신도 가격 효과는 불확실하다고 인정했다.

2022년에도 같은 길에서 멈췄다

애플은 4년 전 같은 선택지를 거의 끝까지 밀고 갔다가 거둔 적이 있다. 2022년 애플은 일본 키옥시아의 생산 차질 등을 겪은 뒤 공급망을 넓히려고 YMTC의 낸드를 검증했다. 경쟁사보다 약 20% 싼 칩이었다. 중국 판매용 아이폰부터 쓰기 시작해 아이폰 낸드 물량의 최대 40%까지 맡기는 방안도 검토됐다. 미국 의원들이 경고하자 애플은 중국 판매용 일부 아이폰에 쓸지만 평가하고 있고, 저장되는 사용자 데이터는 암호화된다고 해명했다. 지금 애플이 내세우는 '중국 판매용' 논리와 같다.

의원들의 경고 뒤에도 평가를 이어 가던 애플은 정부가 움직이자 멈췄다. 미국 정부가 10월 7일 대중국 반도체 수출통제를 강화했고, 열흘 뒤 애플이 계획을 보류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당시 보도는 이미 기술 검증을 마친 제품의 조달을 멈췄다고 전했다. 통제 때문에 YMTC의 생산과 기술 발전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들었다. YMTC가 수출통제 명단에 오른 것은 그 뒤인 12월이다. 그때와 지금은 두 가지가 다르다. 그때 YMTC는 쌌지만 지금 CXMT는 싸지 않다. 그리고 지금은 행정부가 공개적으로 반대하고 있지만, 공식 조치는 아직 없다.

지금은 쓸 수 없는 선택지를 왜 붙잡나

애플의 '중국 판매용' 논리는 상원의원들이 지적한 위험의 핵심에 답하지 못한다. 상원의원들이 문제 삼은 것은 메모리가 어느 나라 소비자의 기기에 들어가느냐가 아니다. 세계 최대 기기 업체의 인증이 CXMT에 주는 매출과 신뢰다. 그 효과는 중국 판매분에만 써도 생긴다. 애플은 2022년에도 같은 해명을 내놨고, 그 해명은 그때도 논란을 끝내지 못했다.

반대 측의 약점은 우려를 규칙으로 만들지 않았다는 데 있다. 행정부는 CXMT를 수출통제 명단에 올릴 권한이 있다. 그런데도 "찬성하지 않는다"는 의견만 냈다. 반대에 가장 적극적인 기업인 마이크론은 애플이 공급사를 늘리면 가격 결정력을 잃는 회사다. 그렇다고 안보 우려가 틀렸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그 우려를 기업이 지켜야 할 기준으로 삼으려면, 그 기준을 만드는 일은 정부의 몫이다.

지금 확인된 사실로 보면, 애플이 가까운 시일 안에 CXMT D램을 판매 제품에 의미 있는 양으로 넣을 가능성은 낮다. 법 때문이 아니다. CXMT에 애플에 내줄 싼 여유 물량이 없기 때문이고, 여기에 행정부·의회와의 마찰이라는 비용이 더해진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입장에서도 애플 물량이 당장 중국 업체로 옮겨 갈 위험은 크지 않다는 뜻이다.

그런데도 터너스가 '모든 선택지'를 되풀이한 이유는 무엇일까. 당장 사겠다는 계획보다는, 네 번째 공급사의 가능성을 닫지 않겠다는 뜻으로 읽는 것이 확인된 사실들과 가장 잘 맞는다. CXMT가 생산능력을 늘릴 몇 년 뒤를 겨냥한 것이다. CXMT는 9월 상하이 새 공장의 장비 입찰에 들어갔다. 기술 전문지 ZDNet은 투자 계획이 모두 실행되면 CXMT가 2028년까지 해마다 월 7만~8만 장(웨이퍼 기준)씩 생산능력을 늘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터너스는 행정부 인사들을 만나 "함께 풀어 가고 있다"고도 말했다. 이 문제를 워싱턴과 협상할 사안으로 보고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이 선택지가 닫힐지는 애플보다 워싱턴이 정한다. 2022년에 애플을 멈춘 것은 의원들의 경고가 아니라 정부의 수출통제 강화였다. 행정부가 반대 의견을 공식 조치로 바꾸면, 예컨대 CXMT를 수출통제 명단에 올리면, 애플의 '모든 선택지'에서 중국산은 빠질 가능성이 크다. 그 전까지 이 선택지는 남아 있겠지만, 메모리 부족을 당장 풀어 줄 해법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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