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 사회

부천 화재로 소방관 순직…추미애, 빈소 항의 끝에 '재정 빨대' 발언 사과

10월 16일 오전 8시38분, 경기 부천시 오정구 내동의 금속부품 도장·인쇄공장 3층에서 불이 났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가장 먼저 도착한 대원 4명이 두 명씩 짝을 지어 3층에 들어가 불을 끄는데 불길과 연기가 갑자기 번졌다. 출입구 쪽 2명은 빠져나왔지만 안쪽의 2명이 갇혔다. 그중 부천소방서 오정119안전센터의 김진석 소방장은 9시35분에야 발견돼 심정지 상태로 구조됐다. 그는 치료를 받다가 17일 0시55분 숨졌다. 소방관 5명과 공장 관계자 2명도 다쳤다.

퇴근 20분 전 출동한 소방관이 숨졌다

김 소방장은 2014년 임용돼 2024년 7월부터 오정119안전센터에서 일했다. 올해 1월에는 화재 진압 공로로 모범 소방공무원상을 받았다. 유족에 따르면 그는 24시간 근무를 마치고 오전 9시 퇴근을 20여 분 앞두고 출동했다. 소방청은 그를 소방위로 1계급 특진시켰고, 장례는 경기도청장(葬)으로 치른다.

이 순직은 곧바로 정치 뉴스가 됐다. 사흘 전 추미애 경기도지사가 국회 국정감사에서 소방을 "골치 아픈 재정 빨대"라고 불렀기 때문이다. 17일 빈소를 찾은 추 지사는 입구에서 전직 소방관들에게 "사과하라"는 항의를 받았고, 조문을 마친 뒤 사과했다. 같은 날 추 지사가 속한 더불어민주당의 김민석 대표가 당을 대신해 사과했고, 이재명 대통령은 빈소를 찾아 옥조근정훈장을 추서했다.

추 지사의 잘못은 그 말과, 그 말을 사과한 방식에 있었다. 그러나 그 말이 가리킨 문제는 사실이고 사과로 끝나지도 않는다. 국가공무원인 소방관에게 드는 돈을 지방정부가 대고 있다는 문제다. 다만 그 이야기를 하기 전에 짚어 둘 것이 있다.

순직과 예산을 잇는 근거는 없다

발언 논란과 순직이 함께 보도되면서, 예산이 모자라 소방관이 숨진 것처럼 읽힐 여지가 생겼다. 지금까지 확인된 사실로는 그렇게 말할 수 없다. 17일 경찰·소방·국립과학수사연구원·한국전기안전공사가 합동감식을 벌였다. 경찰은 시너로 금속을 세척하고 부품을 옮기던 중 유증기에 정전기나 마찰열 같은 불꽃이 붙었을 가능성을 조사하고 있다. 공장은 위험물 취급 허가를 받은 적이 없었다. 경찰 과학수사대장은 불꽃이 인화성 가스에 옮겨붙지 않게 막는 방폭설비가 없어 보인다고 했다. 경기남부경찰청은 33명 규모의 수사전담팀을 꾸려 불이 난 경위와 대원이 고립된 경위를 함께 조사하고 있다. 인력·장비·예산 부족이 이번 인명피해로 이어졌다는 조사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남은 의문은 현장 지휘 판단에 관한 것이다. 김 소방위의 장인은 빈소에서 구조 시각을 적은 수첩을 보이며 따져 물었다. 공장 작업자들이 이미 모두 대피해 구할 사람이 없었는데 왜 대원을 안으로 들여보냈느냐, 위험했다면 왜 곧바로 철수시키거나 인력을 더 넣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소방 측은 대원들이 들어갈 때는 불이 크게 번지기 전이었고 작업 도중 급격히 커졌으며, 연기로 앞이 보이지 않아 발견이 늦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지휘부가 작업자 대피를 언제 알았는지, 철수를 어떻게 판단했는지에는 아직 직접 답하지 않았다. 16일 현장을 찾은 추 지사는 소방관들이 작업자들을 먼저 내보내고 마지막에 나오다 사고를 당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 순서를 누구에게서 보고받았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이 물음에는 예산 논쟁이 아니라 수사와 소방의 경위 조사가 답해야 한다.

'재정 빨대'는 국비를 늘리자는 문답에서 나왔다

순직과 따로 놓고 보면, '재정 빨대'라는 말이 나온 자리는 소방 예산을 줄이자는 논의가 아니었다. 13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 권영진 의원은 추 지사가 추진하는 세원 조정 구상을 문제 삼았다. 담뱃세의 일부인 지방교육세를 소방 재원인 지역자원시설세로 돌리자는 구상이다. 권 의원은 "세원을 조절하면 또 다른 충돌이 온다"며 "소방 예산 중에 국비를 전체적으로 높여 달라는 요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추 지사는 "위원님 말씀처럼 소방이 가장 큰 골치 아픈 재정 빨대 같다"며 "인건비만 하더라도 2027년도에 1조1000억을 잡아먹게 되고, 사업비만 5000억가량"이라고 답했다.

묻는 쪽도 답하는 쪽도 국가가 돈을 더 내야 한다는 데는 생각이 같았다. 문제가 된 것은 그 주장을 담은 말이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소방본부는 14일 성명에서 추 지사가 소방관을 "단순한 예산 낭비 요인이자 재정 부담으로 치부했다"고 비판했다. 한국소방공무원노동조합은 "소방관들의 목숨값이 고작 지자체 예산이나 갉아먹는 '빨대'냐"고 물었다. 그런데 같은 노조들은 정부도 함께 겨냥했다. 한국소방공무원노조는 정부가 "국가직으로 전환했다며 생색을 내놓고, 정작 인건비는 여전히 지방자치단체에 떠넘기고 있다"며 인건비 전액을 국가가 부담하라고 요구했다. 미래소방연합노조는 표현은 부적절하지만 중앙정부 지원이 부족하다는 지적은 이해한다고 했다. 소방관들이 분노한 이유는 국비를 늘리자는 주장이 아니었다. 목숨을 걸고 일하는 사람들을 예산을 빨아들이는 비용으로 묘사한 데 있었다.

사과는 늦었고, 조건이 붙었다

추 지사가 직접 사과하기까지는 나흘이 걸렸다. 14일 경기도는 대변인을 통해 국가직 전환 뒤에도 지방이 소방 재정 대부분을 부담하는 현실을 강조한 취지였다고 해명했다. 16일 화재 현장에서 기자가 발언을 묻자 추 지사는 "그런 얘기 하지 마시죠"라며 답하지 않았다. 그사이 민주당은 16일 이용우 대변인 논평으로 먼저 사과했다. 17일에는 김민석 대표가 당을 대신해 사과하면서 추 지사에게도 "자성 어린 사과"를 요청했다. 김 대표는 당 소속 공직자의 부적절한 발언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조치하겠다고도 했다. 당사자보다 소속 정당이 먼저, 그것도 두 번 사과한 셈이다.

17일 빈소에서 나온 사과에는 조건이 붙어 있었다. 방송 영상에 담긴 추 지사의 말은 "제 의도와 다르게 전달이 됐다면 깊은 유감의 말씀을 드리고, 사과를 바라시니까 정말 마음을 다해서 사과드립니다"였다. 그는 "표현상의 실수인 것은 저도 인정"한다면서도 소방관을 폄훼할 의도는 없었다고 했다. 이어 인건비 1조1천억원에 정부 지원은 800억원뿐이라는 재정 설명을 다시 덧붙였다. 전날 질문을 받지 않은 것은 화재 현장이라는 자리가 적절하지 않아서였다고도 설명했다.

경기도가 같은 날 낸 보도자료는 이 대목을 다르게 옮겼다. '전달이 됐다면'은 '전달되어'로 바뀌었고, '사과를 바라시니까'는 빠졌다. 전날 일에 대한 해명도 현장에서는 '이 자리'가 부적절했다는 말이었는데, 보도자료에는 '사과 발언'이 부적절했다는 말로 적혔다. 경기도는 문구를 바꾼 이유를 밝히지 않았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바로 그 '사과를 바라시니까'를 들어 "사과하러 간 것입니까, 변명하러 간 것입니까"라고 비판했다.

이 비판은 타당하다. '전달이 됐다면'은 잘못이 말한 사람이 아니라 받아들인 사람 쪽에 있다는 뜻이 된다. '사과를 바라시니까'는 사과가 요구에 떠밀려 나온 것처럼 들리게 한다. 경기도가 왜 고쳤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 말을 그대로 옮겨서는 사과로 읽히기 어려웠던 것은 분명하다. 추 지사가 표현이 잘못됐다고 인정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나흘을 끌다가 조건을 붙여 내놓은 사과는 동료를 잃은 소방관들에게 온전히 받아들여지기 어려웠다.

그러나 추 지사가 가리킨 구조는 사실이다

사과가 모자랐다고 해서 추 지사가 말하려던 내용까지 틀린 것은 아니다. 소방공무원은 2020년 4월 지방공무원에서 국가공무원으로 바뀌었다. 지역마다 다른 처우를 국가가 책임지겠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돈의 흐름은 그대로 남았다. 소방관의 월급과 장비·운영비는 지금도 시·도가 운영하는 소방특별회계에서 나간다. 그 재원은 세 갈래다. 시·도 일반회계에서 넘겨받는 돈, 지방세인 소방분 지역자원시설세, 그리고 국가가 주는 소방안전교부세와 국고보조금이다.

이 가운데 국가 몫은 작다. 국회입법조사처 자료에 따르면 2025년 전국 소방예산 8조1478억원 가운데 국비는 10.7%였다. 소방공무원 인건비만 보면 국비 지원은 5476억원으로 8.6%였다. 같은 국가직인 경찰의 인건비는 국가가 전액 부담한다. 경기도의 올해 소방특별회계 1조5655억원 가운데 도 일반재원에서 넘어온 돈이 9265억원으로 59.2%, 지역자원시설세가 4850억원으로 31.0%다. 소방안전교부세는 1209억원에 그친다. 소방청 관계자도 국가직 전환 뒤에도 지방 지출이 더 크다는 것을 인정했다. 그러면서 국가 차원의 인건비 지원을 늘릴 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국회입법조사처 박윤정 입법조사관은 신분은 국가로 통일됐는데 비용을 대는 주체는 지방에 남아 둘이 어긋나 있다고 설명했다.

국가가 주는 소방안전교부세도 소방관 급여의 일정 비율을 채워 주는 돈이 아니다. 이 돈은 담배에 붙는 개별소비세의 45%를 재원으로 한다. 2026년에는 전국에 1조503억원이 배분됐고, 인건비 몫은 2017~2022년 시·도별 충원 인원을 기준으로 나눴다. 경기도 몫은 인건비 921억원과 사업비 427억원을 합한 1348억원이다.

추 지사가 든 수치에는 연도와 단계가 다른 숫자가 섞여 있다. 800억원은 2026년 예산을 짜던 단계의 인건비 지원액이고, 실제로 확정된 2026년 교부액은 921억원이다. 반면 1조1천억원은 국감에서 2027년 인건비라고 말한 금액이다. 그래도 경기도가 예상한 2026년 인건비가 약 1조1570억원이었으니, 확정 교부액으로 계산해도 국가 지원은 인건비의 8% 안팎이다. 국가 지원이 인건비의 10%에도 못 미친다는 추 지사의 요지는 맞다.

이 구조에서는 지방 재정이 빠듯해질수록 소방 예산도 깎일 대상이 된다. 추 지사의 말대로라면 경기도는 세수 감소로 재정 비상을 맞았다. 경기도는 9월 도의회에 낸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에서 소방차 구매 계획을 103대에서 78대로 줄였고, 순직 소방관 추모일인 119메모리얼데이 행사비 1억원을 전액 깎았다. 같은 안에서 인력 운영비와 신규 대원 보호장비 예산은 늘렸다. 최종 의결에서 이 항목들이 어떻게 처리됐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다만 국가가 비용을 대지 않는 한, 국가공무원인 소방관의 장비와 처우가 지방의 다른 지출과 예산을 다툴 수밖에 없다는 점은 분명하다.

사과 다음은 예산이다

국가가 소방 비용을 더 부담해야 한다는 데에는 이제 아무도 반대하지 않는다. 소방노조들이 그렇게 요구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소방 예산을 원점에서 검토해 국가와 지방이 책임을 떠넘기는 문제를 바로잡겠다고 했다. 민주당은 16일과 17일 두 차례 논평에서 인력·장비·처우 개선 예산을 챙기겠다고 약속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17일 SNS에서 소방대원의 안전은 국가의 책무라고 했다. 전날 전국체전 개회식에서는 소방관들에게 "천금을 준들 아깝겠느냐"며 제복 입은 공직자에 대한 예우와 보상이 충분하지 못하다고 말했다. 이 말을 추 지사를 에둘러 비판한 것으로 읽은 보도가 많았지만, 대통령이 추 지사를 지목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런 합의가 처음 나온 것은 아니다. 국가직 전환 직후 한때 11%를 넘었던 소방예산의 국비 비중은 그 뒤 다시 낮아져 2025년 10.7%였다. 여야가 번갈아 정부를 맡은 5년 동안 어느 쪽도 이 비중을 끌어올리지 못했다. 국민의힘이 추 지사의 말을 공격하는 것은 표현의 문제로서 정당하다. 하지만 국가가 소방 비용을 지방에 떠넘겨 왔다는 비판은 정부를 맡았던 두 당 모두에게 돌아간다.

그리고 지금 그 비중을 바꿀 수 있는 쪽은 나라 예산을 짜는 정부와 국회다. 대통령과 여당이 내놓은 것은 아직 약속일 뿐이고, 확정된 증액도, 국가와 지방의 분담 기준을 고친 것도 없다. 대통령이 조문 뒤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지시한 것도 부상자 치료와 유족 지원이었다. 약속이 지켜지는지는 다음 달 국회의 정부 예산안 심의에서 드러난다.

추 지사가 사과해야 했던 것은 소방관을 '빨대'라고 부른 말이었고, 그 사과가 늦고 모자랐다는 비판은 그가 감당할 몫이다. 그러나 그가 말하려던 문제, 곧 국가공무원의 비용을 지방이 대는 구조는 그대로 남아 있다. 이번 논란이 지사의 사과와 정치권의 조문으로 끝난다면, 내년 소방관 인건비도 지금처럼 대부분 지방 재정에서 나온다. 김 소방위의 유족이 던진 현장 지휘에 대한 물음은 이와 별개로 수사와 경위 조사가 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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