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주택 착공, 10월까지 목표의 37%…정부 "연말 최대 23만5000가구" 목표 미달 인정
정부가 올해 수도권 주택 착공 목표를 채우지 못한다고 사실상 인정했다. 국무조정실과 국토교통부는 10월 1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첫 주택공급 정례브리핑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10월 둘째 주까지 수도권에서 9만9000가구 이상이 착공됐다고 밝혔다. 올해 목표 26만8000가구의 약 37%다. 연말까지는 21만8000~23만5000가구가 착공될 것으로 내다봤다. 목표의 81~88%로, 3만3000~5만가구가 모자란다. 정부는 이 전망마저 민간 착공 추이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단서를 달았다.
목표의 37%, 연말 전망도 목표에 못 미친다
정례브리핑은 공급 대책을 발표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실적을 공개해 평가받겠다며 만든 자리다. 8·13 대책 뒤 국무총리가 이끄는 범부처 점검체계가 꾸려졌고, 9월 30일 회의에서 브리핑을 정례화하기로 했다. 앞으로 한 달에 두 번 착공·분양·입주 실적을 공개한다. 그 첫 성적표에서 정부는 목표 미달을 인정했다.
연말 전망도 쉽게 닿을 수 있는 숫자는 아니다. 올해 분기별 수도권 착공은 1분기 2만가구, 2분기 4만5000가구, 3분기 3만2000가구 이상이었다. 전망에 닿으려면 남은 두 달 반 동안 11만9000~13만6000가구를 더 착공해야 한다. 앞선 9개월 반 동안 착공한 것보다 많은 양이다. 이 발표를 제대로 읽으려면 세 가지를 따져야 한다. 목표는 어떻게 정해졌고 왜 늦었는지, 연말 전망은 무엇에 기대고 있는지, 전망대로 되면 집을 구하는 사람에게 무엇이 달라지는지다.
착공을 실적으로 삼은 첫해
26만8000가구는 정부가 2025년 9월 7일 발표한 9·7 주택공급 확대방안에서 올해에 배정한 몫이다. 이 방안은 2026~2030년 수도권에 약 135만가구, 해마다 약 27만가구를 착공하겠다고 하면서 공급 실적을 재는 기준을 인허가에서 착공으로 바꿨다. 당시 김윤덕 국토부 장관은 인허가를 기준으로 계획한 이전 정부와 달리 착공을 관리 기준으로 삼았다고 설명했다. 인허가를 받고도 공사를 시작하지 않는 사업이 많으니, 실제로 짓기 시작한 물량으로 성과를 재겠다는 뜻이다.
목표가 높게 잡힌 것은 그동안 착공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2022~2024년 수도권 착공이 연평균 15만8000가구로 적정 수준보다 해마다 9만2000가구 모자랐다고 진단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로 주택사업이 위축된 시기다. 올해 목표는 이 3년 평균보다 약 70% 많은 물량을 한 해에 착공하겠다는 계획이었다. 정부는 이후 1·29 대책과 8·13 대책을 더하며 5년 물량을 150만가구 이상으로 늘렸지만 올해 목표는 그대로 뒀다. 이번 발표는 목표를 고친 것이 아니라 그 목표에 못 미치는 전망을 내놓은 것이다.
공공주택과 정비사업은 목표의 4분의 1
부문별로 보면 공공주택과 민간 정비사업이 목표의 4분의 1 안팎에 머물렀고, 기타 민간주택만 목표의 절반을 넘었다.
| 부문 | 실적(가구) | 올해 목표(가구) | 달성률 | 집계 시점 |
|---|---|---|---|---|
| 공공주택 | 1만6200 | 6만2000 | 26% | 10월 둘째 주 |
| 신축매입주택 | 1만3000 | 4만2000 | 31% | 10월 둘째 주 |
| 민간 정비사업 | 1만7000 | 7만2000 | 23.6% | 9월까지 |
| 기타 민간주택 | 4만7000 | 8만6000 | 54.7% | 8월까지 |
공공주택은 LH(한국토지주택공사) 같은 공공기관이 직접 짓는 주택이다. 신축매입주택은 민간이 새로 짓는 주택을 LH가 사들이기로 약정하고 다 지은 뒤 매입해 임대하는 방식이다. 민간 정비사업은 재개발·재건축이다. 기타 민간주택은 공공택지에 민간이 짓는 아파트, 지역주택조합, 도시개발사업 등을 묶은 것이다. 부문마다 집계 시점이 다르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민간 정비사업은 9월, 기타 민간주택은 8월까지의 실적이어서 그 뒤 착공한 물량은 아직 빠져 있다.
정부의 설명: 공공은 늦게 시작하고, 민간은 손이 닿지 않는다
정부가 내놓은 지연 이유는 두 갈래다. 먼저 공공 물량은 원래 늦게 시작한다는 설명이다. 김이탁 국토부 제1차관은 "올해 공격적인 목표를 수립하다보니 하반기에 착공 물량이 몰린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정우진 국토부 주택공급추진본부장은 그 구조를 풀어 설명했다. LH가 미리 조성해 둔 택지가 부족해 연초에 계획을 세우고 부지를 조성한 다음 하반기에 주택을 짓는다는 것이다. 공공은 늦게 시작할 뿐 연말에는 착공된다는 뜻이다.
민간 물량에 대해서는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에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 나왔다. 김용수 국무조정실 국무2차장은 LH 중심의 공공 물량은 목표에 근접하겠지만 비아파트·정비사업 같은 민간 물량은 정부가 직접 통제하기 어렵다고 했다. 정우진 본부장은 경기·인천 정비사업이 서울보다 사업성이 낮다고 했다. 또 관리처분 단계에서 사업시행계획을 바꾸면 앞 절차로 돌아가야 해 몇 달이 걸리고, 그 때문에 착공이 연말을 넘기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관리처분은 조합원에게 새 집을 어떻게 나누고 분담금을 얼마씩 낼지 정하는 단계다. 두 절차를 함께 처리하도록 하는 법 개정안은 마련했지만 개정이 늦어지고 있다고 했다. 정리하면 정부 스스로 공공은 시간의 문제로, 민간은 정부가 손쓰기 어려운 문제로 나눠 설명한 셈이다.
공공 물량: 연말 몰아치기에는 전례가 있다
이 가운데 공공 쪽 설명은 과거 기록이 뒷받침한다. 국토부 주택통계를 보면 전국 공공부문 착공 가운데 4분기 비중은 2023년 52.3%, 2024년 89.6%, 2025년 57.3%였다. 2024년에는 한 해 물량의 80.9%가 12월 한 달에 착공됐다. 공공 착공이 연말에 몰리는 것은 올해만의 일이 아니라 해마다 되풀이돼 온 방식이다.
LH의 올해 진행 상황도 같은 모양이다. 10월 12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공개된 자료를 보면 10월 2일 기준 LH의 전국 건설형 주택 착공은 연간 목표 5만1783가구 중 1만3293가구로 25.7%였다. 이성훈 LH 사장은 남은 물량 대부분이 민간참여사업이고 우선협상대상자를 이미 선정해 뒀다며 "11월이나 12월에 할 수 있다"고 답했다. 공사를 맡을 사업자까지 정해 둔 물량이라면 연말 착공 가능성은 높다. 정부가 연말까지 더 착공하겠다는 공공 4만5000가구는 연말 전망에서 가장 확실한 부분이다.
전망의 상단은 민간에 달려 있다
나머지 물량은 공공과 사정이 다르다. 정부가 연말까지 추가 착공을 추진한다고 밝힌 물량은 공공 약 4만5000가구, 신축매입주택 약 2만8000가구, 민간 정비사업 약 2만8000가구로 모두 약 10만1000가구다. 지금까지의 9만9000가구에 더하면 약 20만가구가 된다. 전망 하단까지는 약 1만8000가구, 상단까지는 약 3만5000가구가 더 필요하다. 그런데 정부는 이 물량이 어느 부문에서 나오는지 밝히지 않았다. 9월 이후 기타 민간주택 실적이 이 몫을 채울 것으로 보이지만, 정부가 그렇게 명시하지는 않았다. 추가 착공분 가운데 민간 정비사업 2만8000가구도 민간 물량이다. 그러니 전망이 하단에서 끝날지 상단까지 갈지는 정부가 직접 움직일 수 없는 민간 착공에 달려 있다.
민간 정비사업 현장을 보면 연말 착공을 앞둔 사업이 어떤 조건을 넘어야 하는지 알 수 있다. 한성숙 국무총리가 10월 13일 찾은 수원 영통1구역은 2012년 정비예정구역으로 지정된 지 14년 만에 철거 공사를 하고 있으며 연내 착공이 목표다. 한 총리는 이 자리에서 수도권 공급의 80% 이상을 민간이 맡고 있어 민간 정비사업을 서두르지 않고는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영통1구역처럼 이주를 마치고 철거에 들어간 사업장은 착공이 눈앞이다. 아직 이주를 앞둔 사업장에는 돈 문제가 남아 있다.
이주비가 대표적인 예다. 재개발·재건축 조합원은 기존 집을 비우고 공사 기간에 지낼 곳을 구해야 하고, 그 자금을 대개 대출로 마련한다. 정부는 8·13 대책에서 이주비 대출의 담보 가치를 매길 때 완공 뒤 새 집의 예상 가치까지 반영하도록 바꿨다. 전요섭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은 이 덕에 강북의 한 사업장에서 대출 가능액이 1억원 넘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규제지역에서 기본 이주비 대출에 적용되는 담보인정비율(LTV) 40%와 최대 6억원 한도는 그대로다. 모자라는 돈을 메울 추가 이주비 대출에 한국주택금융공사가 보증을 서는 상품은 내년 1월에야 나온다. 인허가 문제와 금융 문제를 한 창구에서 처리할 통합 주택공급 지원센터도 11월 말~12월 초에 문을 연다. 연말 민간 착공을 앞당기는 데 쓸 정부 수단의 상당수는 올해가 거의 끝날 때에야 작동을 시작한다.
전망대로 돼도: 2021년 이후 최대지만 평년에는 못 미친다
전망이 실현되면 숫자 자체는 분명한 회복이다. 23만5000가구는 2021년(26만6000가구) 이후 가장 많은 착공이고, 지난해 16만7000가구보다 약 30% 많다. 김이탁 차관은 착공이 저점을 찍고 늘어나는 흐름을 앞으로 입주로 이어질 좋은 선행지표로 봐 달라고 했다. 서울만 봐도 올해 1~8월 착공은 2만1000가구로 1년 전보다 41% 늘었다.
장기 평균에 견주면 아직 거리가 있다. 서울의 1~8월 착공은 최근 10년 같은 기간 평균의 약 54%다. 아파트를 뺀 다세대·다가구 같은 일반주택 착공은 1년 전보다 68% 늘었지만 10년 평균의 31%에 그친다. 목표 미달, 전년 대비 회복, 장기 평균 미달은 비교 기준이 달라서 셋 다 사실이다. 정부가 말하는 회복은 바닥에서 올라오고 있다는 뜻이지, 평년 수준을 되찾았다는 뜻은 아니다.
착공한 아파트에 들어가 살려면 3~4년
전월세와 집값이 불안한 지금 수요자에게 중요한 것은 착공보다 입주다. 정우진 본부장은 아파트는 착공부터 입주까지 3~4년 이상 걸릴 수 있다고 했다. 올해 착공하는 아파트는 대체로 2029~2030년 이후에야 입주할 수 있다는 뜻이다. 영통1구역도 연내 착공하면 2030년 6월에 976세대가 들어설 예정이다. 공사 기간이 짧은 신축매입주택은 착공 뒤 1~2년이면 입주할 수 있는 유형이다. LH는 올해 착공분의 입주를 2027년 말부터 시작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정부가 같은 날 단기 대책으로 내놓은 숫자도 나눠서 읽어야 한다. 정부는 올해 4분기부터 내년 말까지 수도권 공적주택 약 10만가구의 입주를 추진한다고 했다. 그중 4만5000가구가 전세임대, 2만9000가구가 매입임대로 전체의 74%를 차지한다. 전세임대는 LH가 기존 주택을 빌려 다시 세를 주는 방식이어서 새 집이 늘어나는 것이 아니다. 권대중 한성대 경제부동산학과 석좌교수는 당장 집을 구하는 사람에게는 중장기 공급계획보다 시장에 나오는 매물이 얼마나 늘어나는지가 더 직접적이라고 했다. 착공 확대만으로 지금의 불안 심리를 잠재우기는 어렵다는 평가다. 정부도 입주까지 시차가 있다는 점은 인정한다. 정부와 전문가가 갈리는 지점은 착공 증가가 지금 시장을 안정시키는 신호로 얼마나 효과가 있느냐다.
해마다 되풀이되는 연말 쏠림
올해 실적이 연말에 몰린 데 대해서는 정부와 전문가의 진단이 크게 다르지 않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공공과 민간 모두 회계연도 단위로 사업계획을 세워 착공 실적을 관리하기 때문에 연말 쏠림이 반복된다고 봤다. 그는 현실성 있는 목표로 조정하고 착공 시기를 나누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김이탁 차관도 앞으로 물량을 연중에 분산하겠다고 했고, 이성훈 사장도 국감에서 연말 집중을 고쳐야 한다고 인정했다. 다만 첫 브리핑에서 어떻게 분산하겠다는 구체적인 방법은 나오지 않았다.
첫 성적표가 말해 주는 것
이번 발표로 확인된 것은 세 가지다. 첫째, 올해 수도권 착공 목표 26만8000가구는 달성되지 않는다. 정부 전망의 상단으로도 3만3000가구가 모자란다. 둘째, 연말 전망 가운데 공공 몫은 해마다 되풀이된 연말 착공과 이미 끝난 사업자 선정에 기대고 있어 실현 가능성이 높다. 반면 하단을 넘어 상단으로 가는 몫은 정부가 출처를 밝히지 않은 민간 물량에 달려 있다. 민간을 움직이려고 준비한 보증과 지원센터는 대부분 연말이나 내년 초에야 작동한다. 셋째, 전망대로 되더라도 이는 3년 동안 줄었던 착공이 2021년 이후 최대치로 돌아온다는 회복 신호다. 그 아파트에 사람이 들어가는 것은 대체로 2029년 이후다.
그래도 이번 브리핑에는 의미가 있다. 착공을 성과 기준으로 삼겠다고 한 정부가 목표에 못 미친다는 사실을 스스로 숫자로 공개했다. 그 기준을 지킨 첫걸음이다. 이 기준이 의미를 가지려면 연말 뒤 브리핑에서도 같은 방식의 공개가 이어져야 한다. 실적이 전망 하단인 21만8000가구에 닿았는지, 모자란 물량이 어느 부문에서 생겼는지를 밝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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