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당 50㎜ 가을 폭우·강풍에 수도권 도로 잠기고 인천공항 차질…낙엽 막힌 빗물받이는 왜 또 문제였나
10월 18일 일요일 오후 2시부터 5시 사이 수도권 곳곳에 시간당 50㎜ 안팎의 비가 쏟아졌다. 서울 강북구에서는 한때 시간당 53.5㎜가 관측됐고, 경기북부 가평·남양주·파주·고양 등에도 시간당 33~49.5㎜가 내렸다. 거센 바람도 함께 불었다. 도로가 물에 잠기고 나무와 간판이 쓰러졌으며, 인천공항에서는 항공편이 결항하거나 다른 공항으로 돌아갔다. 비구름은 저녁에 남쪽으로 내려가 전남 나주·영암에서도 도로가 잠겼다.
오후 세 시간, 수도권에 쏟아진 비
그래도 인명 피해는 크지 않았다. 인천 완정사거리에서는 오후 2시 48분께 물에 잠긴 차량에 갇힌 3명이 구조됐고, 경기 남양주에서도 고립된 차량 운전자가 구조됐다. 인천 구월동에서는 달리던 차에 낙하물이 떨어져 50대 운전자가 어지럼증으로 병원에 옮겨졌다. 피해 대부분은 도로 침수와 시설물 파손이었다. 인천 청라동에서는 교회 첨탑이 부러져 왕복 4차선 도로의 3개 차로를 막았고, 서울에서만 오후 5시까지 소방 대응이 129건에 이르렀다. 지역별 피해 신고는 집계 시점과 세는 대상이 제각각이어서 전국 규모를 하나의 숫자로 합칠 수는 없다.
여름처럼 만들어진 가을비
이런 비가 10월에 내린 것은 여름 집중호우와 같은 방식으로 비구름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기상청은 사흘 전인 15일, 따뜻하고 습한 공기가 들어와 있는 상태에서 차고 건조한 공기를 실은 한랭전선성 기압골이 북서쪽에서 접근해 대기를 불안정하게 만들고 비구름을 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렇게 생긴 좁고 강한 비구름대가 서쪽에서 빠르게 지나가면서 지나간 자리에만 비를 짧게 쏟았다. 그래서 같은 서울에서도 오후 5시까지 강북구에는 65㎜, 송파구에는 20㎜가 내렸다.
바람은 기압 차에서 나왔다. 송원화 기상청 예보관은 빠르게 이동하는 기압골과 일본 동쪽 바다의 고기압 사이에서 기압계가 조밀해지며 초속 25m 이상의 매우 강한 바람이 관측됐다고 설명했다. 기압계가 조밀하다는 것은 가까운 거리 안에서 기압 차이가 크다는 뜻이고, 그 차이가 클수록 바람이 세진다. 충남 태안의 섬 북격렬비도에서는 낮 12시 기준 순간풍속 시속 123㎞, 초속 약 34m가 기록됐다.
여러 언론은 이 바람을 '태풍급'이라고 불렀다. 하지만 이 수치는 가장 센 한순간의 바람인 순간풍속이고, 기상청은 태풍의 세기를 중심 부근의 10분 평균풍속으로 분류한다. '태풍급'은 바람이 그만큼 셌다는 표현이지, 이번 바람이 태풍 등급에 들어간다는 뜻은 아니다.
비는 중부에서 18일 밤 그치고 남부는 19일 오전, 제주는 19일 낮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보됐다. 비가 그친 뒤에는 찬 공기가 내려와 22일 서울 아침 기온이 4도까지 떨어질 전망이다.
예보가 맞힌 것과 놓친 것
비가 온다는 것과 언제 강해질지는 미리 알려졌다. 17일 예보는 18일 수도권에 30~80㎜의 비와 시간당 20~30㎜의 강한 비, 순간풍속 초속 20m 이상의 바람, 항공편 차질 가능성을 내놨다. 수도권기상청은 경기북부에 낮 12시부터 오후 6시 사이 시간당 20~30㎜의 비가 몰릴 것으로 봤다. 실제로 강한 비는 그 시간대에 내렸고, 하루 총량도 오후 9시까지 많이 내린 곳이 가평 청평 66.5㎜ 정도여서 예보 범위 안에 머물렀다.
예보가 놓친 것은 한 시간 동안 내린 비의 세기다. 서울 강북구와 경기북부 일부 지점에는 예보한 시간당 20~30㎜보다 훨씬 센, 곳에 따라 두 배 안팎의 비가 내렸다. 도시에서는 이 차이가 크다. 이영주 경일대 소방방재학부 교수는 2024년 YTN 방송에서 하루에 얼마나 왔느냐보다 짧은 시간에 집중적으로 내리는 비가 더 많은 피해를 낸다고 설명했다. 도시의 배수시설이 한꺼번에 들어오는 물을 다 빼내지 못하면 물이 도로에 고이기 때문이다.
반면 예보가 대응으로 이어진 곳도 있었다. 인천공항에서 이날 결항한 40편 가운데 36편은 예보에 따라 미리 운항을 취소했고, 당일 결항은 4편이었다. 그래도 바람이 가장 셌던 시간에는 운항이 흔들렸다. 오후 1시 36분 활주로에서 최대 51노트(시속 약 94㎞)의 바람이 관측되고 시정이 1.2㎞로 떨어졌으며, 모든 활주로에서 급변풍이 보고됐다. 급변풍은 바람의 방향이나 세기가 갑자기 바뀌는 현상이다. 일본 오사카·후쿠오카와 홍콩에서 오던 3편은 김해공항으로 돌아가 내렸고, 중국 칭다오 등에서 오던 2편은 5시간가량 늦게 도착했다. 인천공항 집계로 이날 지연은 34편, 회항은 9편이었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날씨가 나아진 뒤에도 항공기 연결 문제로 지연이 계속 늘 것으로 내다봤다. 앞선 운항이 늦어지면 같은 항공기를 쓰는 다음 운항도 밀린다는 뜻이다.
낙엽이 막은 빗물받이
짧고 센 비가 도로에 고인 현장에서 비의 세기와 함께 지목된 것이 낙엽이다. 도로 가장자리에서 빗물을 받아 하수관으로 보내는 빗물받이의 입구를 낙엽이 덮으면서 물이 빠지지 못했다. YTN 리포트에는 시민이 페트병으로 빗물받이를 파내 낙엽을 치우자 잠겼던 도로가 다시 드러나는 장면이 담겼다. 경기 고양시 행신동 주민 오철선 씨는 차가 지나가면 보닛 절반까지 물이 찼고 가게 안으로도 물이 들어와 주민들이 막고 배수로에 막힌 낙엽을 파냈다고 말했다. 고양시 관계자는 비가 오는데 바람까지 불어 낙엽이 많이 떨어졌다고 했다.
이 장면에는 두 가지 반응이 따라붙었다. 언론은 고양 일산서구 등에서 맨손으로 낙엽을 걷어낸 시민들을 '선행'으로 소개했다. 동시에 YTN 이준엽 기자는 리포트 끝에서 해마다 반복되는 현상인 만큼 기습 폭우 탓만 하기엔 사전 대비가 미흡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고 전했다. 채널A는 제목에 '또 낙엽에 막힌 배수구'라고 썼다.
대비는 있었지만 시점이 어긋났다
이 지적을 따지려면 먼저 위험이 예고됐는지부터 봐야 한다. 예고는 있었다. 기상청은 17일 예보에서 낙엽으로 배수가 원활하지 못해 저지대 침수가 발생할 수 있다고 따로 경고했다.
지자체가 손을 놓고 있던 것도 아니다. 고양시는 2025년 8월 시간당 100㎜가 넘는 비에 능곡동·행신동이 잠긴 일을 고려해 올해 6월 빗물받이·지하차도·배수펌프장 등 침수 위험 시설을 선제 점검했다고 발표했다. 9월에는 고양시 자원봉사센터가 행신3동을 포함한 16개 동에서 주민 400여 명과 빗물받이의 낙엽·토사·쓰레기를 치웠다고 밝혔다.
문제는 이 대비가 이뤄진 시점이다. 6월 점검은 여름 장마를 겨냥했고, 9월 정비는 낙엽이 본격적으로 떨어지기 전에 이뤄졌다. 18일에는 강풍이 낙엽을 한꺼번에 떨어뜨렸고, 그 낙엽이 불어난 빗물을 따라 흘러다녔다. 이영주 교수는 앞의 방송에서 빗물받이 입구가 막히면 배수관로 용량을 아무리 늘려도 쓸 수 없고, 우기 직전에 정비해도 비가 이어지면 떠내려온 이물질로 다시 막히므로 비가 잦아든 틈에 신속히 다시 정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원리대로라면 미리 한 번 치우는 정비로는 비와 바람이 함께 오는 날 떨어지는 낙엽을 감당할 수 없다.
그날 빗물받이를 다시 치운 것은 시민들이 먼저였다. 소방과 지자체 공무원들도 배수 작업에 나섰지만, 서울시가 밝힌 대응 방식은 침수 민원이 접수되면 즉시 자치구와 소통해 낙엽 제거와 배수 작업을 지시한다는 것이었다. 물이 차고 신고가 들어온 뒤에 움직이는 구조다.
따라서 '사전 대비가 미흡했다'는 지적은 대비가 없었다는 뜻이라면 사실과 다르다. 점검과 정비는 있었다. 그러나 확인된 대비는 낙엽이 떨어지기 전의 한 차례 정비였다. 낙엽철에 강한 비와 강풍이 함께 예보된 날을 앞두고, 또는 비가 오는 동안 빗물받이를 다시 점검했다는 기록은 이번에 확인한 자료에 없다. 고양시나 다른 지자체가 17~18일에 그런 점검을 했다면 평가는 달라진다. 지금 드러난 사실로 보면, 낙엽을 걷어내자 도로가 다시 드러난 지점들의 침수는 피할 수 없는 기습 폭우 탓만이 아니다. 낙엽철 빗물받이 관리가 '미리 한 번'에 그치고 비가 오는 동안에는 시민과 민원에 맡겨진 데서 나왔다고 보는 것이 가장 설명력 있는 그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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