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 · 사회

정부,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근로기준법 명시 추진…12월 로드맵은 회사 밖 격차까지 닿을까

고용노동부가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근로기준법에 넣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기술·노력·책임·작업조건으로 따져 가치가 같은 노동에는 고용형태나 성별과 상관없이 같은 임금을 주라는 원칙이다. 10월 18일 보도에 따르면 노동부는 12월 로드맵 발표를 목표로 전문가 의견을 듣고 있고, 그다음 노사 의견을 들을 계획이다. 로드맵에는 세 가지가 담길 예정이다. 하나는 원칙의 법제화이고, 다른 하나는 직무·직위·근속연수별 임금정보 제공 강화다. 마지막은 기업 단위를 넘어 업종·산업 단위로 임금을 교섭하는 초기업 교섭 활성화다. 근속연수에 따라 임금이 오르는 연공급(호봉제)을 일의 내용과 난도로 임금을 정하는 직무급으로 바꾸는 문제도 논의 대상에 올랐다.

12월에 나올 로드맵, 무엇을 담나

새로 나온 구상은 아니다. 출발점은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과 김영훈 노동부 장관의 인사청문회 약속이다. 노동부는 2025년 12월 업무보고에서 세 축을 담은 로드맵을 2026년 상반기에 마련하겠다고 했다가, 2026년 8월 업무보고에서 시한을 12월로 다시 잡았다. 이번 보도에서 새로 드러난 것은 입법 방식의 윤곽이다. 노동부 설명에 따르면 근로기준법 제6조의 차별금지 사유에 기간제·파견·하청 같은 고용형태를 넣는 방안과, 같은 직무에 같은 임금을 주도록 의무화하는 조항을 새로 만드는 방안이 거론된다. 노동부 관계자는 "조항 신설을 포함해 여러 방안을 열어놓고 검토할 방침"이라고 했다. 12월은 로드맵을 발표하는 때일 뿐이고, 법 개정과 시행은 그 뒤에 따로 거쳐야 한다.

근로기준법에 이 원칙을 넣으면 무엇이 달라지는지 알려면, 지금 법이 임금 차별을 어디까지 막고 있는지부터 봐야 한다.

지금 법이 비워 둔 자리

현행법에서 이 원칙을 명시한 곳은 남녀고용평등법 제8조 하나다. 같은 사업 안에서 가치가 같은 노동에는 같은 임금을 주라는 조항이다. 직무가 달라도 가치가 같으면 비교할 수 있다. 다만 성별 차별에만 적용되고, 실제 소송으로 이어지는 사례도 드물다.

비정규직 차별은 다른 법이 다른 방식으로 다룬다. 기간제법은 기간제 근로자를 같은 사업장에서 같거나 비슷한 업무를 하는 무기계약 근로자와 비교해 합리적 이유 없이 불리하게 대우하지 못하게 한다. 파견법은 파견근로자를 사용사업주 사업장에서 같은 종류나 비슷한 업무를 하는 근로자와 비교한다. 두 법은 '같은 가치'가 아니라 '같거나 비슷한 일'을 비교하고, 비교 대상도 법이 정한 짝으로 묶어 둔다. 차별을 당한 노동자는 노동위원회에 시정을 신청할 수 있다.

빈 곳은 이 짝 바깥이다. 공공기관의 공무직처럼 기간을 정하지 않고 고용된 무기계약직과 정규직 사이에는 두 법이 그대로 적용되지 않는다. 남는 길은 성별·국적·신앙·사회적 신분에 따른 차별을 금지하는 근로기준법 제6조뿐이다. 그런데 고용형태가 '사회적 신분'에 해당하는지는 법원 해석에 맡겨져 있고, 판결이 엇갈린다. 2023년 9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국도관리원으로 일하는 공무직이 공무원보다 수당을 적게 받는 것이 차별이라는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공무직 지위는 사회적 신분이 아니고 공무원은 비교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봤다. 반면 2025년 12월 서울고법은 민간 방송사 연봉직 디자이너의 고용형태를 사회적 신분으로 인정하고 호봉직과의 임금 차액을 배상하라고 판결했고, 이 판결은 확정됐다.

제6조에 고용형태를 명시하자는 안은 이 다툼을 입법으로 정리하자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무기계약직이 같은 사업장 정규직과 비교해 임금 차별을 다툴 근거가 법조문에 생긴다. 법원 판단에 따라 열렸다 닫혔다 하던 길을 법이 고정한다는 점에서, 이번 구상의 가장 분명한 효과는 여기에 있다.

격차의 큰 몫은 회사 밖에 있다

문제는 이 조항이 닿는 범위다. 근로기준법은 '사업 또는 사업장' 안을 규율하는 법이다. 그래서 노사가 드물게 같은 지적을 했다. 2025년 12월 한 포럼에서 한국노총 유정엽 정책1본부장은 "어떤 식으로 법제화해도 사업 또는 사업장 내에서 적용하는 규율이라 원·하청 등 초기업 단위에서 적용하진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황용연 노동정책본부장도 사업장 사이의 구조적 임금 격차를 사업장 내부를 규율하는 근로기준법으로 일률적으로 해소하려는 시도는 "제도 설계 자체와 맞지 않다"고 했다.

이 한계가 중요한 이유는 한국의 임금 격차가 회사 안 고용형태 차이 못지않게 회사 규모 차이에서 크게 벌어지기 때문이다. 노동부의 2025년 6월 기준 조사에서 300인 이상 사업체 정규직의 시간당 임금을 100으로 놓으면, 같은 규모 사업체의 비정규직은 61.1, 300인 미만 사업체의 정규직은 58.9, 300인 미만 사업체의 비정규직은 41.5였다. 대기업 안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이만큼 대기업 정규직과 중소기업 정규직의 차이도 크다. 두 격차가 겹친 중소기업 비정규직은 대기업 정규직 임금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이 수치는 직무·근속·학력을 맞춘 비교가 아니어서 전부를 '같은 가치 노동에 대한 차별'로 볼 수는 없다. 노동부도 비정규직의 구성이 바뀐 것이 평균 격차에 영향을 줬다고 설명한다. 그래도 격차가 어디에 쌓여 있는지는 보여 준다. 사업장 안 조항이 직접 다룰 수 있는 것은 이 가운데 같은 회사 안의 몫이다.

정부가 법제화에 임금정보와 초기업 교섭을 붙인 것은 이 한계를 메우려는 구성으로 읽힌다. 직무별 임금분포가 공개되면 다른 회사의 같은 직무와 견줘 볼 근거가 생긴다. 업종 단위 교섭은 기업마다 제각각인 임금 기준을 맞출 통로가 된다. 노동부는 국가통계로 상세 임금분포를 만들고 임금정보를 제공받을 법적 근거를 마련해 동일노동 판단의 객관적 기준으로 삼겠다고 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나온 설명은 방향뿐이다. 그 법적 근거가 어떤 법 개정을 뜻하는지, 초기업 교섭을 무엇으로 활성화할지, 새 조항의 비교 범위를 사업장 밖까지 넓힐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회사 밖 격차에 닿느냐는 질문의 답은 12월 로드맵이 이 두 축을 얼마나 구체적으로 채우느냐에 달려 있다.

직무급은 전제인가

법제화와 함께 가장 크게 다퉈지는 쟁점은 임금체계다. 매일경제는 18일 사설에서 호봉제를 직무급으로 바꾸는 것이 법제화의 '전제'라고 주장했다. 전환 없이 법부터 만들면 비정규직이 정규직만큼 임금을 올려 달라는 소송을 내고, 정규직 노조와 비정규직·하청 노조가 맞서며, 기업은 부담을 피하려 비정규직과 하청 일자리를 줄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황용연 본부장도 법제화 전에 객관적 직무분석을 바탕으로 연공급부터 개편하자고 했다.

이 주장에는 맞는 부분이 있다. 근속연수로 기본급이 정해지는 체계에서는 두 사람의 일이 같은 가치인지 따질 기준이 마땅치 않다. 노동부도 연공급이 대부분인 현실에서는 원칙을 적용하기 어렵다고 보고 직무급 도입을 논의하겠다고 했다. 다만 사설이 부작용으로 꼽은 비정규직의 소송은 법이 제대로 작동할 때 생기는 구제이기도 하다. 같은 가치의 일을 하고도 덜 받은 사람이 차액을 청구하는 것을 부작용으로만 볼 수는 없다.

더 큰 문제는 직무급을 원칙과 같은 것으로 보는 데 있다. 직무급은 직무의 가치를 매겨 기본급에 반영하는 방식이다. 그 결과는 누가 어떤 요소에 얼마의 무게를 두어 직무를 평가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국제노동기구(ILO)가 직무평가를 할 때 육체적 노력만이 아니라 정신적·감정적 노력도 평가하고 여성이 많은 직무의 요구를 빠뜨리지 말라고 권고하는 것도, 평가 방식에 따라 편향이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도 평가 설계가 결과를 가른 사례가 있다. 2018년 정부가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자에게 적용하려던 표준임금체계 모델안은 직무 4개 등급과 등급 안의 숙련 6단계로 짜였다. 최하위 등급의 출발 임금을 최저임금에 맞춰, 15년을 일해 꼭대기 단계에 올라도 기본급이 처음보다 약 10%만 오르는 구조였다. 노동계는 '최저임금 직무급제'라며 반발했고, 정부 연구진은 호봉제를 적용하면 인건비가 불어나 다시 외주화될 유인이 생긴다고 맞섰다. 노동부는 확정안이 아니라고 물러섰다. 공공연대노조 이영훈 위원장이 올해 2월 "저임금 구조를 직무급으로 고착화하는 것이 공정한 임금체계의 본질은 아니다"라고 한 것도 이런 경험 위에 있다.

결국 직무급은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을 이루는 여러 수단 가운데 하나다. 그것이 갖춰져야 원칙을 논할 수 있는 전제도 아니고, 그것만 갖추면 원칙이 이뤄지는 충분조건도 아니다. 노사의 대립도 직무급이냐 호봉제냐보다 직무 가치를 누가 어떻게 정하느냐에 가깝다. 같은 포럼에서 유정엽 본부장이 임금공시와 함께 기업 밖에서 통용되는 '초기업 직무평가'를 요구하고, 황용연 본부장이 "모든 구성원이 수긍할 수 있는" 직무분석을 조건으로 단 것도 같은 지점을 가리킨다.

3년 전에도 같은 조항이 있었다

이 두 쟁점, 곧 조항이 어디까지 닿느냐와 평가 기준을 누가 쥐느냐는 처음 나온 것이 아니다. 2023년 5월 국민의힘 김형동 의원은 "고용형태가 서로 다른 근로자들 간의 동일가치노동에 대해 동일한 임금을 보장해야 한다"는 조항을 담은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냈다. 당시 윤석열 정부는 직무·성과 중심 임금체계를 노동개혁의 핵심으로 내세웠다. 그해 6월 양대 노총과 더불어민주당이 국회에서 연 토론회에서 권오성 성신여대 교수는 그 법안이 개별 기업 안에 영향력이 한정돼 원청과 하청, 대기업과 중소기업 격차의 대책이 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같은 자리에서 박명준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동일가치노동의 기준을 사용자가 정하면 정규직 임금 인상을 막는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때의 두 비판은 지금 정부 안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이번 구상이 법제화에 임금정보와 초기업 교섭을 묶은 것은 첫째 비판에 답하려는 모양새이고, 직무급을 강제하지 않고 '논의 대상'으로 둔 것은 둘째 비판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모양새만으로는 답이 되지 않는다. 그 비판이 나온 토론회를 함께 연 정당이 지금 정부를 이끌고 있다. 3년 전 상대 법안에 들이댄 잣대를 자기 안에도 똑같이 들이대야 한다.

12월 로드맵에서 가려질 것

근로기준법에 원칙을 명시하는 것은 같은 사업장 안의 고용형태 차별을 다툴 근거를 법조문에 적는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변화다. 그러나 이 조항만으로는 임금 격차의 큰 몫인 기업 사이, 원청과 하청 사이의 격차에 닿지 않는다. 12월 로드맵이 그 이상이 될지는 세 가지로 가려진다. 새 조항의 비교 범위를 어디까지 잡는지, 임금정보와 초기업 교섭을 실제로 움직일 법적 근거와 수단을 내놓는지, 직무 가치를 누가 어떤 기준으로 평가하게 하는지다. 이 셋이 비어 있으면 이번 로드맵은 3년 전 비판받은 법안과 크게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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