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 사회

프랑스 55만 명 생활비·교육 시위, 약탈·방화로 번져…장관들은 '예측 실패' 인정, 정부는 '극좌 배후' 지목

2026년 10월 17일 토요일, 프랑스 전역에서 생활비와 교육 문제에 항의하는 집회가 열렸다. 내무부는 참가자를 55만 명으로, 주최 측은 80만 명으로 추산했다. 행렬은 대부분 평화롭게 끝났다. 그러나 여러 대도시에서는 행진 도중이나 끝날 무렵 일부 집단이 경찰과 충돌하고 관공서와 상점을 공격했다. 리모주에서는 1883년에 문을 연 시청 청사가 방화로 불타 첨탑과 지붕이 무너졌다. 파리·마르세유·보르도 등에서 벌어진 상점 약탈은 19일까지 이어졌다. 당국 집계로 주말 사이 약 2,400명이 체포되고 경찰·헌병 1,000명 가까이가 다쳤다. 시위 참가자 1명은 심정지로 숨졌다. 피해 점포는 18일 유통업계 단체가 약 1,500곳으로 잡았는데, 19일 상무장관은 적어도 3,000곳으로 늘려 잡았다. 집계 주체와 시점에 따라 수치가 크게 다르다.

이 사태를 누구 책임으로 볼지를 두고 프랑스 정치권은 정면으로 부딪히고 있다. 정부는 극좌 집단을, 우파 야당은 정부의 무능과 급진좌파 정당을, 좌파는 정부를 지목한다. 한국에서는 연금 지출이 청년 예산을 밀어낸 결과라는 해석까지 나왔다. 대통령선거를 6개월 앞둔 때라 사태를 어떻게 해석하느냐가 곧 선거 쟁점이 됐다. 아래에서는 각 설명을 기록으로 확인된 사실과 맞춰 본다.

따로 시작된 두 갈래의 항의가 한 날짜에 모였다

책임을 따지려면 먼저 17일 거리에 누가 왜 나왔는지 알아야 한다. 이날 집회는 한 조직이 준비한 것이 아니다. 출발점이 다른 두 갈래의 항의가 한 날짜에 합쳐진 것이다.

첫째 갈래는 학생 시위다. 9월 중순 파리 교외 크레테유의 한 고등학교에서 교사 부족에 항의하는 학교 봉쇄가 시작돼 전국으로 번졌다. 학생들은 교사 충원, 낡은 시설 개선, 과밀학급 해소, 대학입학 배정제도 Parcoursup 개편을 요구했다. 마르세유의 한 교사는 한 반이 37명이라 수업 때마다 옆 교실에서 책상과 의자를 가져와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10월 8일 '대체교사 3000명'을 내놓았다. 하지만 새로 뽑는 인력이 아니라, 수업을 맡지 않던 기존 대체교사를 학교에 다시 배치하는 조치였다. 에두아르 제프레 교육장관은 어려움이 심각한 학교가 114곳에서 41곳으로 줄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영어 교사가 필요한 학교에 역사·지리 교사가 배치되는 식이어서 결원이 그대로 남은 곳도 있었다. 10월 15일 열린 교육장관과 학생단체의 세 번째 회의는 진전 없이 끝났다.

둘째 갈래는 생활비 항의다. '10월 17일'이라는 날짜는 학생들이 정한 것이 아니다. 9월 7일 틱톡에 올라온 한 익명 계정의 영상에서 나왔다. 연료(#essence)와 노란조끼 해시태그를 단 이 영상은 "토요일이고 방학이니 모두 나올 수 있다"고 호소했다. 연료비가 오른 배경에는 이란 전쟁에 따른 중동 공급 차질이 있다. 뒤이어 노란조끼 운동의 인사들이 이 호소를 지지했다. 노란조끼 운동은 2018~19년 연료세 인상 반대로 시작된 운동이다.

두 갈래는 10월 중순에 만났다. 고교생단체 USL의 리아드 라니 회장은 13일 17일 집회에 대거 합류하자고 호소했다. 노동총연맹(CGT)과 농민·기후운동 단체들도 참여를 호소했다. 노란조끼 활동가 제롬 로드리그는 이 결합을, 각자 자기 요구를 그대로 지닌 채 모인 '분노의 연합'이라고 불렀다. 지도부 하나 없이 SNS로 모인 집회였던 만큼, 규모를 미리 읽어 내는 일은 치안 당국의 몫이었다.

정부는 집회 규모를 잘못 읽었다고 스스로 인정했다

치안 당국은 그 일을 해내지 못했다. 로랑 뉘네즈 내무장관(한국 보도에서는 '누녜즈')은 17일 밤만 해도 경찰 배치가 부족하지 않았다고 했다. 극좌가 선동한 집단이 흩어져 움직인 탓에 제압이 어려웠다는 설명이었다. 다음 날 경찰 노조와 툴루즈 현장 경찰은 정부가 폭력 가담자 수를 과소평가했고 인력이 모자랐다고 반박했다.

19일 뉘네즈는 말을 바꿨다. 그는 라디오 인터뷰에서 20만 명을 예상했는데 55만 명이 나왔다며 예측이 부족했다고 인정했다. 일부 대도시에서는 "통제를 잃었다"고도 말했다. 같은 날 제랄드 다르마냉 법무장관도 정보 수집에 결함이 있었다고 인정했다. 뉘네즈는 사의를 밝혔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휘를 이어 가야 한다며 반려하고, 대신 예측과 정보 수집의 실패를 투명하게 밝히라고 지시했다.

따라서 정부의 실패는 야당의 주장이 아니라 확인된 사실이다. 학생 시위는 몇 주째 이어졌고, 17일 집회는 한 달 넘게 SNS에서 예고됐다. 그런데도 치안 당국은 참가 규모를 실제의 절반에도 못 미치게 잡았다. 담당 장관 두 사람이 이를 직접 인정했다.

진압 방식에도 물음이 남았다

치안 실패에는 다른 면도 있다. 경찰이 모자랐다는 비판과 별개로, 경찰이 쓴 무력이 지나쳤는지를 묻게 하는 사건들이 있다. 생테티엔에서는 17세 참가자가 수류탄에 맞아 오른손을 영구히 잃었다. 뮐루즈에서는 17세 청소년이 한쪽 눈에 중상을 입었다. 두 지역 검찰은 경찰 감찰기구(IGPN)에 수사를 맡겼다. 뉘네즈는 집회 전날, 심각한 충돌이 생기면 수류탄·최루탄·고무탄 발사기를 쓸 수 있다고 밝혔었다. 뮐루즈 부상을 일으킨 발사체가 무엇인지, 개별 경찰관이 규정을 어겼는지는 감찰 수사로 가려질 문제다. CGT의 소피 비네 사무총장은 파손을 규탄하면서도, 이 부상들을 들어 정부가 경찰 전략도 규탄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극좌 배후론'은 아직 수사로 확인되지 않았다

정부는 실패를 인정하면서도 폭력의 주체로 극좌를 지목했다. 마크롱은 18일 대국민 연설에서 폭력을 저지른 이들을 극좌 소집단 출신 선동세력과 여기에 합류한 다수의 범죄자로 규정했다. 세바스티앵 르코르뉘 총리는 19일 극좌가 대선 때까지 혼란을 이어 가려 한다고 말했다. 우파는 특정 정당을 겨눴다. 극우 국민연합(RN)의 마린 르펜과 중도우파 대선 주자 에두아르 필리프 전 총리는 급진좌파 정당 '굴복하지 않는 프랑스'(LFI)에 정치적 책임을 물었다. LFI를 이끄는 장뤼크 멜랑숑은 리모주 방화를 범죄라고 하면서도 책임은 정부에 있다고 맞섰다.

이 주장들 가운데 확인된 것은 일부다. 파리 마들렌 광장에서 블랙블록 집단이 손발을 맞춰 경찰을 공격한 것은 현장 취재로 확인됐다. 블랙블록은 검은 옷과 복면 차림으로 무리 지어 움직이는 극좌 성향 시위대를 말한다. 그러나 전국의 약탈·방화를 극좌가 이끌었다는 주장은 수사로 뒷받침되지 않았다. 파리 검사장 로르 베퀴오는 19일, 파리에서 구금된 557명에 대해 극좌 소속을 확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 발언은 파리 수사에 한정된 것이다. 하지만 다른 지역에서도 정부가 근거로 내놓은 수사 결과는 아직 없다. LFI가 폭력에 관여했다는 근거 역시 어느 쪽에서도 제시되지 않았다. LFI는 학생 운동을 지지하지만 조직하지는 않았다고 해 왔다.

그러므로 극좌 배후론과 LFI 책임론은 지금으로서는 주장일 뿐이다. 극좌 배후론을 처음 꺼낸 쪽이 경찰 배치가 충분했다고 했다가 이틀 만에 실패를 인정한 정부라는 점도 따져 볼 만하다. 확인된 자기 실패와 확인되지 않은 외부 원인을 같은 무게로 내세우면, 책임의 무게가 바깥으로 옮겨 간다. 멜랑숑이 "정부만 책임이 있다"고 한 말도 같은 잘못을 반대 방향으로 저지른다. 실제로 불을 지르고 약탈한 사람들의 책임을 지우기 때문이다.

'연금이 청년 예산을 밀어냈다'는 해석은 프랑스 쪽 근거가 없다

한국에서는 또 다른 원인 설명이 붙었다. 국민일보는 19일 이 사태를 "고령층 복지 지출이 청년 예산을 밀어내며 촉발된" 시위로 규정하고 한국의 '미리보기'라고 불렀다. 그러나 이 기사가 근거로 든 수치는 모두 한국의 인구·재정 전망이다. 인용한 김우철 한국재정학회장의 발언도 한국에서 채무 확대와 연금 고갈이 세대 갈등을 부를 수 있다는 전망이다. 프랑스에서 연금 지출이 교육 예산을 얼마나 밀어냈는지는 기사에 나오지 않는다.

이 인과를 분명하게 주장한 사람은 미국 경제학자 폴 크루그먼이다. 그는 10월 8일 개인 기고에서 프랑스의 후한 공적연금이 교육 등 다른 지출을 압박했다며, 그래서 학생 시위는 놀랄 일이 아니라고 썼다. 그가 바탕에 둔 사실들은 맞다. 2023년 연금개혁은 은퇴연령을 64세로 올리기로 했는데, 이 상향 일정은 2028년까지 유예됐다. 의회 과반이 없는 르코르뉘 내각이 예산안 부결을 피하려고 야당 요구를 받아들인 결과다. 현재 법정 은퇴연령은 62세 9개월이다. 프랑스 회계감사원은 이 유예에 다른 절감조치의 철회를 더하면 2026년 적자가 GDP의 0.3%포인트 늘어난다고 봤다. 국가부채는 2026년 2분기 GDP의 119.0%에 이르렀다. 하지만 크루그먼도 교육 예산이 실제로 얼마나 깎였는지는 제시하지 않았다.

더 중요한 것은 거리에 나온 사람들이 직접 말한 이유다. 학생들은 교사와 시설을, 생활비 집회는 연료비를 이야기했다. 집회에 합류한 CGT 문화노조는 오히려 임금과 연금 인상을 요구했다. 연금을 줄여 청년에게 돌리라는 요구는 이번 시위에서 확인되지 않는다. 재정난이 의미가 있는 곳은 따로 있다. 정부가 시위대의 요구에 돈으로 답할 여력을 좁힌다는 점이다. 정부의 2027년 예산안은 증세와 일부 급여 동결로 적자를 GDP의 5%까지 줄이려 한다. 그렇다고 이것이 '연금 때문에 터진 시위'라는 뜻은 아니다. 그 설명은 프랑스에서 확인된 사실보다 한국의 연금 논쟁을 말하려고 끌어온 비유에 가깝다.

확인된 책임과 다음 고비

지금까지 확인된 사실로 책임을 나누면 이렇다. 약탈·방화의 형사 책임은 그것을 저지른 사람들에게 있다. 다르마냉 법무장관에 따르면 주말 구금자 2,331명 가운데 80% 이상이 기소 절차에 들어갔다. 정부의 책임은 집회 규모를 잘못 읽고 정보 수집에 실패한 데 있으며, 장관들이 이미 인정했다. 진압 과정의 무력 사용은 감찰 수사가 판단할 몫으로 남아 있다. 반면 극좌 배후론과 LFI 책임론, 그리고 '연금 때문에 터진 시위'라는 해석은 지금 기록으로는 뒷받침되지 않는다. 55만 명이 거리에 나온 이유인 교사 결원과 생활비 문제는 그대로 남아 있다. 마크롱 스스로도 이를 정당한 요구라고 인정했다.

정부의 후속 대응은 치안과 보상 쪽이 먼저 움직였다. 르코르뉘 총리는 일부 지역에 통행금지를 요청하고, 피해 상점에 휴업 수당과 지원기금을 약속했다. 마르세유 당국은 19일 낮 시 전역의 모든 집회와 시위를 금지했다. 반면 마크롱이 약속한 학생·교사·노조·지방정부와의 협의는 아직 예고 단계다. 그 사이 노란조끼 쪽은 10월 24일 2차 전국 행동을, 주요 노조는 11월 5일 전국 파업과 시위를 예고했다. 정부가 이번 실패를 넘어설 수 있을지는 두 가지에 달렸다. 24일에 치안 대응이 달라지는지, 그리고 그 전에 교사 결원과 생활비에 대한 실질적인 답이 나오는지다.

프랑스를 여행하거나 프랑스에 머무는 한국인에게 외교부는 프랑스 전역을 여행유의 지역으로 표시하고 있다. 주프랑스 대사관은 집회 전에 시위 현장 근처 방문을 자제하라고 공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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