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 정치

이 대통령, 3기 신도시 첫 입주지 계양서 "보상 기간 줄이고 원형지 분양 검토하라"

이재명 대통령은 10월 20일 인천 계양 공공주택지구를 찾았다. 계양은 문재인 정부 때 발표된 수도권 대규모 공공택지, 이른바 3기 신도시 가운데 처음으로 입주하는 곳이다. 12월에 공공분양과 신혼희망타운 1,285가구가 들어간다. 이 대통령은 마무리 공사 중인 아파트 옥상에서 조성 현황을 살핀 뒤 입주예정자·전문가·국토교통부·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참석한 간담회를 열었다. 그 자리에서 "지금이 비상시기인 만큼 공급 기간을 당겨야 한다"며 여러 지시를 내렸다.

계양 현장에서 나온 지시

지시는 무게가 서로 다르다. 장관이 그 자리에서 이행을 약속한 것은 두 가지다. 대통령이 토지 취득·보상에 1년쯤 잡은 계획을 두고 "왜 1년씩이나 걸리느냐"고 묻자, 9월 취임한 홍지선 국토부 장관은 협의보상을 3~4개월로 줄여 보겠다고 했고, 수용 심사도 인력을 늘리면 2~3개월로 단축할 수 있다고 답했다. 철거가 끝나지 않은 일부 필지 때문에 전체 착공을 미루지 말고 나머지부터 공사하라는 지시에는 착공 가능한 지역부터 하겠다고 답했다. 검토 과제로는 원형지 분양, 조기 착공 사업장에 주는 금융 인센티브의 '획기적' 확대, 모듈러 주택이 나왔다. 보상금을 받고도 나가지 않는 점유자 때문에 민사소송을 해야 하는 문제는 '입법 미비'라며 LH에 법률 검토 후 별도 보고를 지시했다.

이번 지시로 새 공급 물량이나 지구별 착공일이 정해진 것은 아니다. 대통령은 "지난 8월 발표한 목표대로 2030년까지 3기 신도시 공공주택 물량의 약 90%를 착공"하라고 당부했다. 기존 목표를 더 빨리 이행하라는 주문이다. 그렇다면 따져 볼 것은 이 지시들이 3기 신도시를 실제로 늦춘 곳을 겨냥하고 있는가다.

왜 지금 '속도'인가

대통령이 내세운 이유는 공급 공백이다. 그는 이날 "2022년부터 작년까지 알 수 없는 이유로 신규 주택 인허가와 착공이 절반 가까이 줄었고, 인허가 후 공급까지 3년 정도 걸려 지금 공급 부족이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감소 자체는 통계로 확인된다. 전국 주택 착공은 2021년 53만7천여 호에서 2023년 24만6천여 호로 절반 넘게 줄었다가 2024년 30만3천여 호로 일부 회복했다. 다만 원인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국토부는 2022년 말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 위기와 공사비 상승으로 2023년 착공이 위축됐고, 이것이 시차를 두고 준공 감소로 나타난다고 설명해 왔다. 올해 1~8월 수도권 준공은 전년보다 21.6% 줄었다.

정부 대책도 아직 이 공백을 메우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2025년 9·7 대책에서 인허가가 아니라 착공을 기준으로 2026~2030년 수도권 공급을 관리하겠다고 했고, 이후 1·29 대책과 8·13 대책을 거쳐 목표를 150만 호 이상으로 늘렸다. 그러나 대통령 방문 나흘 전인 10월 16일 첫 주택공급 정례브리핑에서 정부는 올해 수도권 착공이 목표 26만8천 호의 81~88%인 21만8천~23만5천 호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수도권 공공주택의 핵심 사업인 3기 신도시를 앞당기라는 이번 주문은 이 미달 전망 위에서 나왔다.

3기 신도시는 어디서 늦어졌나

3기 신도시는 정부가 개인 땅을 협의로 사들이거나 수용한 뒤 LH가 터를 닦아 주택을 짓는 사업이다. 그 과정에서 일정이 거듭 밀렸다. 계양의 첫 입주 목표는 2025년 상반기에서 2026년 상반기, 다시 2026년 하반기로 늦춰졌다. 남양주 왕숙2지구와 하남 교산지구의 첫 입주는 각각 2029년 2월과 6월로, 당초 계획보다 2년 넘게 밀렸다.

지연은 두 갈래에서 나왔다. 하나는 땅 주인과 거주자를 내보내는 일이다. 2021년 계양에서 보상 협의가 시작되자 토지주들은 보상가가 주변 시세의 반에도 못 미친다며 재평가를 요구했고, LH는 소유자·시도지사·시행자가 각각 추천한 감정평가사의 평가액을 평균한 것이라고 맞섰다. LH가 조성하는 3기 신도시 5곳의 보상액은 당초 예상보다 1조276억원(8.5%) 불어났고, 이주 과정에서 생긴 명도소송은 2,718건에 이르렀다. 다른 하나는 공사 현장 자체다. 왕숙 S-18블록은 지장물 철거 등으로 사업기간이 19개월, 계양 A-10블록은 지반 보강으로 12개월 늘었고, 교산은 문화재 조사로 늦어졌다. 이날 옥상에서 아직 착공하지 않은 구역을 묻는 대통령에게 이성훈 LH 사장이 한 설명도 "지반 처리에 시간이 걸린다"였다.

보상 단축과 '입법 미비': 이미 있는 장치를 더 조이는 지시

보상 기간을 줄이라는 지시는 첫째 갈래를 겨냥한다. 절차는 이렇다. 사업시행자가 감정평가로 보상액을 정해 소유자와 협의하는데(협의보상), 시행령상 협의기간은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30일 이상이다. 협의가 안 되면 토지수용위원회 재결을 거쳐, 시행자가 보상금을 지급하거나 법원에 맡겨 두는 공탁을 하면 소유권을 얻는다. 소유자가 이의신청이나 행정소송으로 보상액을 다퉈도 수용 자체는 멈추지 않는다. 대통령이 문제 삼은 '1년'은 법정 기간이 아니라 사업계획에 잡힌 시간이고, 3~4개월은 이를 줄이겠다는 장관의 약속이다. 정부는 이미 8·13 대책에서 보상기간을 1년에서 9개월로 줄이겠다고 했는데, 장관은 이번에 그보다 더 줄이겠다고 한 셈이다. 어떤 방법으로 줄일지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대통령이 '입법 미비'라고 한 것은 그다음 단계다. 소유권을 넘겨받아도 사람이 실제로 땅과 건물을 비워 넘기는 명도는 별개 문제다. 대법원은 2005년 판결에서 명도는 직접 실력을 행사해야 하는 의무라 원칙적으로 행정대집행 대상이 아니라고 봤다. 그래서 시행자는 민사 명도소송을 내야 하고, 대통령은 "민사소송은 시간 끌면 1년은 가뿐하게 넘어간다"고 했다. 그런데 이 공백은 이미 일부 메워지고 있다. 6월 16일 공포된 토지보상법 개정으로 12월 17일부터 정당한 이유 없이 비우지 않는 사람에게 회당 1천만원 이하의 이행강제금을 연 2회까지 매길 수 있다. 김·장 법률사무소는 이 제도가 부당한 인도 지연을 줄일 것으로 내다봤다. 이행강제금은 돈으로 압박하는 수단이지 사람을 내보내는 수단은 아니어서, 끝까지 버티면 명도소송은 여전히 남는다. 대통령이 짚은 문제는 실재한다. 다만 보도된 현장 문답에는 시행을 두 달 앞둔 이 제도가 나오지 않는다. 새 입법을 검토하려면 이행강제금이 어떤 효과를 내는지부터 봐야 한다.

더 근본적인 물음은 사람들이 왜 나가지 않느냐다. 대통령은 보상금을 받고도 대상이 아닌 입주권 같은 부당한 요구를 하며 버티는 '반(半) 알박기'를 예로 들었다. 반면 서진형 광운대 교수는 생활 터전을 잃는 데다 보상금을 받아도 이사 갈 곳이 마땅치 않아 주민이 수용을 쉽게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수도권 집값이 오를수록 보상금으로 근처에 집이나 가게를 구하기는 더 어려워진다. 2,718건의 명도소송 가운데 어느 쪽이 많은지는 공개된 자료가 없고, 바로 이것이 이번 지시의 효과를 가른다. 버티기가 많다면 강제 수단을 보강해 시간을 줄일 수 있다. 갈 곳이 없어 못 나가는 경우가 많다면, 법을 더 세게 만들어도 갈등이 소송에서 다른 단계로 옮겨 갈 뿐이다. 보상을 시작할 때부터 이주자주택과 대체 영업공간을 함께 마련하는 '선(先)이주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우선 착공은 해 볼 만하고, 원형지는 불확실하다

둘째 갈래인 현장 공정에 닿는 지시는 우선 착공이다. 지장물은 수용 대상 땅 위에 남아 있는 건물·비닐하우스·축사 같은 시설을 말한다. 지금까지는 이것을 다 치운 뒤에야 전체 공사를 시작했는데, 대통령은 "한두 지장물 소유자가 버티면 착공을 못 하고 있다"며 그 부분만 빼고 공사하라고 했다. 새로운 발상은 아니다. 인천도시공사는 2021년 계양의 사전청약 부지를 우선공사구역으로 나눠 먼저 착공하는 일정을 설명한 바 있다. 한계도 이미 드러났다. LH가 2013년 파주 운정3지구에서 이전이 늦어진 묘지를 빼고 단계별로 착공하려 했을 때, 그 묘지 부지는 다른 구역을 메울 흙을 가져올 곳이기도 했다. 공정끼리 맞물려 있으면 일부를 빼도 전체가 늦어질 수 있다.

원형지 분양은 공사 순서가 아니라 땅을 넘기는 시점을 바꾸는 방식이다. 지금은 LH가 땅을 확보해 터를 닦고 기반시설을 갖춘 뒤 건설사에 넘기고, 건설사는 그 땅을 다시 판다. 대통령은 옥상에서 "파내고 기반을 다지고 분양하면 건축업자들이 또 판다"며, 터를 닦기 전 상태의 땅(원형지)을 넘겨 이 중복을 없애는 방안을 근본적으로 검토하라고 했다. 이것도 처음은 아니다. 국토해양부는 2011년 보금자리주택지구에 원형지 선수공급 지침을 시행했다. 도로·하수도 같은 기반시설은 공공이 맡고 부지 조성은 민간이 하는 방식으로, 당시 목적은 자금난에 빠진 LH의 초기 부담을 덜어 주는 것이었다.

원형지에는 오래된 쟁점 두 가지가 따라붙는다. 하나는 값이다. 다듬지 않은 땅은 싸게 넘어가므로, 민간이 부담할 조성비를 제대로 따지지 않으면 개발이익이 특정 기업에 쏠린다. 2010년 세종시 개발 때 대기업에 원형지를 싸게 공급하는 방안이 특혜 논란을 빚은 것이 그 예다. 다른 하나는 이 정부의 방향과의 충돌이다. 정부는 9·7 대책에서 공공택지를 민간에 파는 대신 LH가 직접 주택사업을 하도록 바꿨다. 민간에 판 땅은 경기에 따라 착공이 미뤄진다는 이유였다. 원형지로 땅을 민간에 넘기면 이 문제가 되살아날 수 있다. 이창무 한양대 교수는 땅을 싸게 사는 것과 실제 사업을 진행하는 것은 다르며, 과거 경험으로 봐도 원형지가 건설 속도를 높인다는 확신이 없다고 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공급 시차를 줄일 수 있는 모든 방안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봤다. 대상 땅, 기반시설 비용 정산, LH 직접시행과의 관계가 정해지기 전까지 원형지는 이번 지시 가운데 효과가 가장 불확실한 수단이다.

금융 인센티브와 모듈러 주택 역시 이미 가동 중인 정책을 키우자는 주문이다. 8·13 대책은 서울·경기에서 2027년 안에 착공하는 사업장에 PF 대출이자 1%포인트를 지원하기로 했고, 모듈러 공공주택 발주 목표를 2027~2030년 2만 가구로 늘렸다. 공장에서 만든 부재를 현장에서 조립하는 모듈러 방식은 건축 공사 기간을 줄인 사례가 있지만, 보상과 부지 조성에 드는 시간까지 줄여 주지는 않는다.

실행을 맡을 LH의 사정

이 지시들을 실제로 수행할 곳은 LH다. 그런데 LH의 일손은 줄어 왔다. 현원은 2021년 9,284명에서 올해 6월 8,335명으로 줄었고 정원보다 604명 적다. LH는 보상 인력 108명을 포함해 정규직 332명을 공급 부서로 돌렸다. 대통령도 이날 "인력이 2천 명이나 부족하다고 하니 빨리 충원하라"며 관계부처 협의가 아직 끝나지 않은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인력만의 문제도 아니다. 정부는 LH를 택지개발·주택건설을 맡는 주택도시개발공사와 주거복지·자산관리를 맡는 주택도시자산공사로 나누는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조직 분리와 현장 인력 회복을 두고 노사 교섭은 9월 30일과 10월 14일 두 차례 결렬됐다. 장효수 LH 노조 공동위원장은 감축된 인력부터 회복하고 분리의 근거와 실행 방안을 내놓으라고 요구했다. 이성훈 사장은 10월 12일 국정감사에서 대규모 충원이 필요하며, 직원 사기가 떨어지면 주택 공급을 추진할 수 없다고 했다. 대통령이 이날 조직 분리로 직원이 불이익을 받거나 의욕을 잃지 않게 하라고 당부한 것도 이 사정 때문이다. 절차를 줄이라는 지시는 결국 같은 사람들이 같은 일을 더 빨리 하라는 뜻이어서, 충원과 개편이 정리되지 않으면 단축 목표는 서류에 머물 수 있다.

'입주가 기준'이라면 계양이 먼저 보여 주는 것

대통령은 이날 "통상 정부는 착공을 주택 공급의 기준으로 관리하는데, 국민이 체감하려면 기준은 입주가 돼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관계기관에 당부한 목표는 2030년까지 3기 신도시 공공주택의 약 90% '착공'이었다. 착공과 입주 사이에 무엇이 남는지는 이날 방문한 계양이 보여 준다.

계양 A2·A3블록은 2024년 3월 주택 공사를 시작해 12월 입주를 앞두고 있다. 집은 일정대로 지어지고 있지만 생활 기반은 뒤처져 있다. 입주 초기 교통은 17~23분 간격의 신설 버스 7701번과 기존 버스로 철도역까지 가서 갈아타는 방식이 중심이다. 인천시가 신청한 강남행 광역버스(M버스)는 11월에야 신설 여부를 심의하고, 김포공항역을 거치는 셔틀버스는 LH와 인천시가 협의하는 단계다. 황규상 계양신도시 입주예정자협의회장은 서울로 바로 가는 교통수단과 '선교통 후입주' 약속 이행을 요구했다. 신설 초등학교는 2029년 3월과 9월에 문을 열 예정이어서, 그전까지 초등학생은 인근 당산초에 임시 배치된다. 단지 안 구립어린이집도 2027년 2월 개원이 목표다. 이날 간담회에서 입주예정자들이 광역교통 대책을 요청하자 박찬대 인천시장은 최대한 마련하겠다고 답했지만 구체적인 노선이나 일정은 내놓지 않았다. 대통령의 지시도 교통·교육·난방을 입주 시기에 맞춰 준비하라는 당부에 그쳤다.

서류의 시간은 줄어도 이주와 기반시설의 시간은 남는다

이번 지시는 3기 신도시를 늦춘 병목 가운데 행정 절차가 차지하는 부분을 겨냥하고 있다. 협의와 수용 심사 기간을 줄이고 정리되지 않은 필지를 빼고 먼저 착공하는 것은 해 볼 만한 조치다. 그러나 대부분은 8·13 대책과 6월 법 개정으로 이미 가동 중인 장치를 더 조이는 것이다. 지연을 실제로 키운 것은 보상가 갈등과 이주, 지반·지장물·문화재 같은 현장 공정, 그리고 이를 처리할 LH의 일손이었다. 이번 지시에서 이 부분은 법률 검토와 '검토하라'는 주문에 머물렀다. 원형지 분양은 정부가 지난해 스스로 줄이기로 한 민간 택지 매각의 위험을 되살릴 수 있어 가장 신중하게 다뤄야 할 카드다. 대통령이 세운 '입주' 기준으로 이 지시의 성패를 재려면, 착공률보다 원주민이 옮겨 갈 곳과 계양 입주민이 탈 버스, 아이들이 다닐 학교가 언제 마련되는지를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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