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시위 약탈 뒤 일부 도심에 야간 통행금지…국가비상사태는 왜 아직 꺼내지 않았나
10월 17일 토요일, 프랑스 전역에서 생활비와 교육 여건에 항의하는 집회가 열렸다. 내무부는 전국에서 55만 명이 거리에 나왔다고 집계했고, 주최 측은 80만 명으로 추산했다. 행진은 대부분 평화롭게 끝났다. 그러나 파리를 비롯한 여러 도시에서 행진과 따로 움직인 집단이 경찰과 충돌하고 상점을 약탈했으며 공공건물을 공격했다. 중부 도시 리모주의 시청이 불탔고, 마르세유·릴 시청과 보르도의 도지사 관저에도 폭도가 들어갔다.
평화로운 행진 옆에서 벌어진 약탈
피해 규모도 컸다. 내무부가 18일 낸 집계로는 17일 하루 동안 전국에서 2,397명이 체포됐고, 경찰·헌병 997명이 다쳤다. 18일 밤에도 파리 등지에서 약탈이 이어졌다. 정부는 약탈·파손을 당한 상점을 적어도 3,000곳으로 추산했다.
19일 세바스티앵 르코르뉘 총리는 도지사들에게 그날 밤부터 '부분적·국지적' 통행금지를 시행하라고 요청했다. 일부 야당이 요구한 국가비상사태에 대해서는 "유용하다면" 선포하겠지만 지금은 통행금지가 더 적합하다고 답했다. 로이터가 수년 만의 최악이라고 부른 소요 앞에서 정부는 왜 더 센 수단을 남겨 두고 통행금지를 골랐을까. 그 답을 보려면 먼저 이 시위가 어디서 왔고, 정부가 무엇을 실패했다고 인정했는지 알아야 한다.
두 갈래 불만이 한 날짜에 모였다
17일 집회에는 서로 다른 두 불만이 합쳐져 있었다. 하나는 학생 시위다. 9월 중순 파리 교외 크레테유의 생텍쥐페리 고등학교에서 교사·직원 결원에 항의하는 학교 봉쇄가 시작돼 전국으로 번졌다. 학생들은 교원 충원, 시설 개선, 과밀학급 해소, 대학입학 배정제도 개편을 요구했다. 다른 하나는 연료비다. 국가통계청 INSEE에 따르면 9월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3.1% 올랐는데, 같은 기간 경유 값은 44.1% 뛰었다. 출퇴근에 자동차가 필요한 농촌 가구가 이 부담을 가장 먼저 떠안았다.
두 불만을 하나로 묶은 것은 날짜였다. 9월 초 틱톡에 "토요일이고 방학이니 모두 나올 수 있다"며 10월 17일을 지목한 영상이 퍼졌다. 2018년 연료세 인상 반대로 시작된 노란조끼 운동의 활동가들, 고교생·대학생 단체, 노동총연맹(CGT)이 차례로 이 날짜에 합류했다. 그래서 17일의 거리는 요구가 분명한 수십만 명의 평화 행진과, 그 주변에서 따로 움직인 폭력 집단으로 나뉘어 있었다. 통행금지와 국가비상사태를 둘러싼 논쟁은 모두 이 구분에서 출발한다. 폭력 집단을 막되 행진하는 다수의 자유는 얼마나 묶을 수 있느냐는 문제다.
내무장관이 인정한 '통제 상실'
폭력이 왜 이렇게 커졌는지에 대해서는 정부가 스스로 답을 내놓았다. 로랑 뉘네즈 내무장관은 17일 밤만 해도 경찰 배치가 부족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19일 라디오 인터뷰에서는 참여 규모를 실제보다 약 2.5배 적게 예상했고 일부 대도시에서 통제력을 잃었다고 인정했다. 이날 투입된 경찰·헌병은 6만 명이었다. 노란조끼 시위가 한창이던 2018년 12월 8일에는 8만 명이 투입됐다. 제랄드 다르마냉 법무장관도 당국이 "명백히 실패했다"고 말했다. 뉘네즈는 책임을 지겠다며 사의를 밝혔지만,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지휘의 연속성을 이유로 반려했다.
통행금지는 정부가 이렇게 실패를 인정한 바로 그날 발표됐다. 다음 시위가 오기 전에 정부가 당장 꺼낼 수 있는 수단이 통행금지였다.
통행금지는 어디에, 누구에게 내려졌나
19일 밤부터 시행된 통행금지는 전국 조치도, 파리 전역 조치도 아니었다. 프랑스에서 통행금지는 시장이나 도지사가 명령으로 내린다. 도지사(préfet)는 중앙정부가 각 도에 보낸 국가 대표다. 총리의 요청을 받은 도지사와 시장들은 지역마다 다른 조치를 내놓았다.
- 파리: 레퓌블리크 광장 중앙부와 레알 일부 구역에서 19일 23시부터 20일 6시까지 모든 연령의 통행·체류를 금지했다. 주민, 업무상 출입자, 상인은 예외였다.
- 리옹: 도심 프레스킬 일부 구역에서 19일 21시부터 다음 날 6시까지 모든 연령의 통행을 막았다. 같은 구역의 18~21시 집회도 금지했다.
- 북부 노르 도: 도지사가 릴·두에·와티니·드냉 일부 구역에서 19일과 20일 밤 20시~6시에 보호자 없는 미성년자의 통행을 막았다.
- 니스: 도심에서 보호자 없는 미성년자의 21시~6시 통행을 26일까지 금지했다.
- 보르도·마르세유: 20일 밤부터 약탈 피해가 컸던 구역에서 미성년자 통행금지가 시작된다. 보르도는 26일까지 22시~7시에 적용되고, 마르세유는 상업구역에서 22시부터 시행된다.
대부분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데는 이유가 있었다. 드냉에서는 소란을 일으킨 무리에 13~14세 청소년도 섞여 있었다. 경찰 쪽 계산도 있다. 밤거리에 사람이 적으면 문제를 일으킬 만한 무리를 더 빨리 가려낼 수 있다. 파리와 리옹이 성인까지 묶은 것은 이례적이다. 그래도 범위는 광장과 상업지구 몇 곳이었고, 첫 명령은 하룻밤짜리였다.
같은 통행금지라도 근거가 되는 법이 다르다
이번 통행금지는 국가비상사태 없이 내려졌다. 근거는 시장과 도지사가 가진 일반 치안권이다. 지역의 질서와 안전을 지키려고 이동이나 집회를 제한할 수 있는 권한이다. 대신 조건이 붙는다. 행정법원은 그 구역에 특별한 위험이 있다는 구체적 근거가 있어야 하고, 조치가 목적에 맞고 지나치지 않아야 한다고 요구한다. 변호사 앙투안 푸레의 분석에 따르면 최고행정법원은 2026년 8월에도 한 도시 전체의 모든 미성년자에게 23시부터 적용한 통행금지를 근거 부족으로 정지시켰다. 위반하면 135유로의 정액 벌금을 문다. 위반만으로는 경찰서에 구금할 수 없다.
국가비상사태는 이와 다른 법에 근거한다. 1955년 4월 3일 법률에 따른 제도로, 정부가 국무회의 명령으로 선포하고 12일을 넘겨 유지하려면 의회가 법률을 통과시켜야 한다. 1955년 이후 일곱 번 선포됐다. 2005년 교외 폭동, 2015~2017년 파리 테러 이후, 2024년 누벨칼레도니 소요 때가 그 예다. 선포되면 도지사는 법률에 명시된 권한으로 통행금지를 내릴 수 있다. 특정인의 체류 금지, 집회장 폐쇄, 내무장관의 가택연금 명령 같은 권한도 생긴다. 가장 큰 차이는 처벌이다. 통행금지 위반이 징역 6개월·벌금 7,500유로의 범죄가 되고, 위반자를 구금해 즉결 재판에 넘길 수 있다.
따라서 국가비상사태는 없던 통행금지를 새로 만들어 내는 제도가 아니다. 푸레의 정리대로, 이미 쓸 수 있는 수단에 명시적인 법적 근거와 형사처벌을 더하는 제도다. 2005년 국가비상사태 때도 실제 통행금지는 7개 도에서 보호자 없는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3~11일 시행되는 데 그쳤다. '통행금지냐 국가비상사태냐'의 논쟁은 결국 얼마나 넓게 제한하고 얼마나 무겁게 처벌할 것이냐를 두고 벌어진다.
국가비상사태를 요구하는 쪽과 미루는 쪽
국가비상사태를 요구하는 쪽은 우파다. 공화당 대선 후보 브뤼노 르타이오는 국가비상사태 선포를 요구하며 마크롱 대통령이 국가의 힘으로 혼란에 맞서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마크롱 진영의 가브리엘 아탈 전 총리도 같은 요구를 냈다. 정부는 미루는 쪽이다. 르코르뉘는 국가비상사태가 "무거운 것"이라고 말했다. 다르마냉은 20일 국가비상사태를 원칙적으로 배제하지는 않지만, 강경 대응과 통행금지로 충분해 지금은 필요하지 않다고 했다.
반대편에서는 통행금지조차 과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녹색당 대표 마린 통들리에는 통행금지가 폭력에 가담하지 않은 주민의 자유까지 묶으므로 정부가 그 필요성을 입증해야 하며, 사회적 위기에 대한 정치적 답이 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릴 시장은 전날 청년 무리가 이미 18~19시에 거리로 나왔다며 22시 통행금지는 효과가 없었을 것이라고 보고 시 차원의 통행금지를 거부했다. 드냉 시장은 모든 주민을 대상으로 시 전역에 통행금지를 내렸다가 다음 날 일부 구역의 미성년자로 대상을 줄였다. 그 사이 시민단체가 행정법원에 이의를 냈다.
지금까지 확인된 사실로 보면 정부의 선택이 더 설득력 있다. 르코르뉘의 표현대로 폭력은 몇몇 대도시 도심과 상업지구에 "매우 국지적으로" 몰렸다. 통행금지가 처음 시행된 19일 밤부터 20일 아침까지 도시들은 큰 충돌 없이 진정됐다. 이런 상황에서 넓은 지역에 형사처벌을 붙이는 국가비상사태는 문제보다 큰 수단이다. 다만 이 진정이 통행금지 덕분인지는 아직 가릴 수 없다. 르코르뉘는 통행금지가 진정에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19일은 학교 방학이 시작된 날이었고, 경찰 증원과 배치 변경도 함께 이뤄졌다. 같은 비례성 기준은 통행금지에도 적용돼야 한다. 드냉의 후퇴는 국지적 통행금지도 쉽게 과해질 수 있음을 보여 준다. 통들리에의 요구대로, 정부는 통행금지를 연장하거나 넓힐 때마다 그 근거를 내놓아야 한다.
통행금지가 답하지 못하는 것
통행금지는 다음 폭력을 막기 위한 응급조치일 뿐, 이번 사태의 두 근원에는 닿지 않는다. 첫째는 치안 대비의 실패다. 마크롱은 뉘네즈의 사의를 반려하면서 정보 수집과 예측의 실패를 투명하게 설명하라고 요구했다. 정부는 48시간 안에 시위 대응 원칙을 고치겠다고 했고, 녹색당 의원들은 의회 조사위원회 구성을 요구했다.
정부는 여기에 다른 설명을 덧붙였다. 르코르뉘는 극좌가 대통령선거까지 혼란을 이어 가려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파리 검사장은 파리에서 붙잡힌 사람들이 극좌 조직 소속인지 확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급진좌파 정당 '굴복하지 않는 프랑스'(LFI)의 장뤼크 멜랑숑은 증거를 내놓으라고 맞섰다. 지금 기록으로 확인되는 폭력 확산의 원인은 정부 장관들이 스스로 인정한 대비 실패다. 극좌가 폭력을 조직했다는 설명은 아직 정부의 주장으로 남아 있다.
둘째는 시위 참가자들의 요구다. 마크롱도 18일 연설에서 수십만 참가자의 요구는 정당하며 폭력 행위자와 혼동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요구에 대한 구체적 답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온건 노조인 민주노동총연맹(CFDT)의 마릴리즈 레옹 위원장은 20일 시위 요구에 실질적인 사회정책으로 응답하라고 요구했다. 마르세유 시장 브누아 파양도 정치적 응답 없이는 위기를 풀 수 없다고 말했다.
다음 토요일
통행금지가 버틸 수 있는 시간은 길지 않다. 노란조끼 운동 쪽은 24일 토요일 2차 전국 행동과 31일 3차 행동을 예고했고, 노조들은 11월 5일 전국 파업을 준비하고 있다. 국지적 통행금지는 국가비상사태보다 비례적인 응급조치이고, 지금의 사실로는 정부가 국가비상사태를 꺼낼 이유가 약하다. 하지만 24일 거리의 모습은 밤 몇 시간의 통행 제한보다, 정부가 그 전까지 치안 대비를 얼마나 고치고 생활비·교육 요구에 무엇을 내놓느냐에 더 크게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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