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티 미사일에 예멘 신병 73명 사망…같은 날 유가 급등의 주원인은 호르무즈였다
10월 19일 오전, 예멘 남부 샤브와주 자르단 지역의 알알람 기지에 탄도미사일 세 발이 떨어졌다. 미사일이 맞힌 곳은 기지 안 '순교자 아흐메드 알술라이마니 훈련센터'였다. 여러 주에서 모인 신병들이 훈련 대형으로 줄지어 서 있던 때였다. 예멘의 무장세력 후티가 쏜 미사일이었고, 후티도 공격을 인정했다. 샤브와 주정부의 집계는 첫날 '최소 53명 사망'이었다가 이튿날 사망 73명, 실종 14명으로 늘었다. 부상자는 200명이 넘는다. 주지사 아와드 이븐 알와지르는 숨진 이들이 모두 18~20세 신병이라고 했다. 이 숫자는 주정부가 발표한 것이고 언론이 따로 확인한 집계는 아니다. 9월 내전이 다시 불붙은 뒤 한 번의 공격으로 이만큼 많은 사람이 숨진 적은 없었다.
훈련 대형으로 서 있던 신병들
부상자가 한꺼번에 몰리자 주도 아타크의 병원들은 감당하지 못했다. 샤브와 부주지사 파하드 알칼리피는 중상자를 이웃한 하드라마우트주와 임시수도 아덴으로 옮겼다고 말했다. 병원 앞에는 헌혈하려는 주민과 가족을 찾는 사람들이 모였다.
피격 시설이 어떤 곳이었는지는 양쪽 설명이 다르다. 예멘 정부의 정보장관 무아마르 알아리야니는 이곳이 군사목표가 아니라 경찰·내부치안 인력을 길러 내는 교육센터라며, 이 공격을 전쟁범죄라고 불렀다. 후티 군사대변인 야히야 사리는 반대로 이곳이 사우디 장교들이 운영하는 '사우디 적군의 집결지'였고 사우디 장교도 죽거나 다쳤다고 주장했다. 사우디 장교가 다쳤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자료는 없고, 사우디 당국은 논평하지 않았다. 남부 매체 사우스24는 이때 기지에서 새로 꾸린 남부 부대 '신속개입대대'의 교육과정이 진행 중이었다고 전했다. 어느 설명을 따르든 이곳은 후티와 싸우는 진영이 새 병력을 길러 내던 곳이었다.
왜 지금, 왜 샤브와였나
이 공격은 다시 불붙은 예멘 내전 한가운데서 일어났다. 예멘 내전은 이란의 지원을 받는 후티가 2014년 수도 사나를 장악하면서 시작됐다. 쫓겨난 정부는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정부로 남부에 자리 잡았고, 2015년부터 사우디아라비아가 이끄는 연합군이 정부 편에서 싸워 왔다. 유엔이 중재한 2022년 휴전은 그해 10월 공식 만료됐지만, 큰 싸움이 없는 상태는 그 뒤로도 대체로 이어졌다.
그 소강이 2026년에 깨졌다. 2월 말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이 시작되면서 예멘도 그 전쟁과 얽혔다. 7월 13일 이란 항공기가 내리려던 사나 공항 활주로가 공격받았다. 후티는 이를 사우디의 공격이자 봉쇄로 규정하고, 사우디 선박을 봉쇄하겠다고 선언했으며 사우디 공항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9월 3일에는 후티가 홍해 연안을 따라 남쪽으로 진격해 모카항과 바브엘만데브 해협 주변을 장악했다. 바브엘만데브는 홍해에서 인도양으로 나가는 길목이다. 정부는 10월 4~5일 '예멘의 새벽' 작전으로 반격에 나섰다. 정부군과 친정부 세력이 지상전을 맡고 사우디 주도 연합군이 공중지원을 했다. 정부 측은 해협 연안 일부를 되찾았지만 모카는 되찾지 못했고, 후티는 남부 고원의 거점 도시 타이즈를 포위하며 맞섰다.
샤브와는 이 반격 체제의 후방이다. 전선에서 떨어진 곳에서 병력을 모아 훈련시키는 곳이었기 때문에 수백 명이 한자리에 모여 있었다. 후티가 남부의 병력 집결지를 노린 것은 처음이 아니다. 2021년 8월에는 라히주 알아나드 기지의 훈련장이 미사일·드론 공격을 받아 군인 약 40명이 숨졌다. 이번 공격 뒤 샤브와 당국이 정부와 사우디에 방공·감시·조기경보 장비를 달라고 요구한 것도 이 취약함 때문이다. 대통령지도위원회 의장 라샤드 알알리미는 강경 대응을 약속하고,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에게 후티를 테러단체로 지정해 달라고 요청했다.
후티가 이 공격을 사우디와의 싸움으로 설명하는 데도 이유가 있다. 후티는 정부군 뒤에 사우디가 있다고 보고 반격이 시작된 뒤 사우디 본토를 거듭 공격해 왔다. 같은 날 나온 발표도 그 연장선에 있었다.
후티가 쳤다는 사우디 석유시설, 확인된 것은 없다
사리는 19일 '48시간 동안 사우디를 겨냥해 여섯 차례 작전'을 벌였다고 발표했다. 같은 기간 사우디가 예멘에 200회 넘게 공습한 데 대한 대응이라고 했다. 그는 사우디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의 홍해 연안 얀부 시설과 동남부 샤이바 유전에 명중해 불이 났다고 했다. 리야드 킹칼리드 국제공항과 남서부 아브하 공항, 레이더·공군기지도 쳤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사우디 당국은 이를 확인하지 않았다. 로이터는 이 주장을 독립적으로 검증하지 못했다. 20일 오전 리야드에는 경보가 울리고 폭발음이 들렸지만, 사우디는 탄도미사일을 요격했다고 발표했다.
후티의 사우디 공격이 실제로 피해를 낸 경우도 있다. 다만 그 피해는 석유 생산이 아니라 공항과 행사 쪽에서 났다. 10월 10일 킹칼리드 공항 국내선 터미널이 미사일에 맞아 13명이 숨지고 300명 넘게 다쳤고, 공항은 한동안 문을 닫았다. 13일 밤에는 동부 다란의 아람코 본사가 공격받았다. 사우디 에너지부는 행정동에 제한적인 불이 났고 부상자는 없다고 발표했다. '사막의 다보스'로 불리는 사우디 국제투자회의 FII는 10월 26일 개최를 접고 2027년으로 미뤘다. 사우디가 치르는 비용은 분명하다. 하지만 원유가 덜 나오게 됐다는 근거는 지금까지 나오지 않았다.
유가 숫자가 보여 주는 것
시장 숫자도 후티 탓이라는 설명과 맞지 않는다. 후티가 석유시설 공격을 발표한 19일, 국제 기준유인 브렌트유 선물은 0.3% 내린 배럴당 109.55달러로 마감했다. 장중에는 3달러 넘게 빠지기도 했다. 전 주에 다섯 달 만의 최고치까지 오른 뒤 차익을 실현하는 매도가 나온 것이다.
이튿날 '유가 급등'으로 보도된 숫자는 대부분 미국 기준유인 서부텍사스산원유(WTI)의 만기 효과에서 나왔다. 원유 선물은 인도 월별로 따로 거래되는데, 20일은 WTI 11월물의 거래 마지막 날이었다. 이날 미국 동부시간 오전 7시38분 WTI 11월물은 6.58% 오른 110.48달러에 거래됐다. 전날 거래량은 이 계약이 약 2만6천 건, 실제 거래가 몰린 12월물이 19만5천 건 이상이었다. 거래가 적고 만기가 임박한 계약은 작은 주문에도 값이 크게 출렁인다. 12월물은 같은 날 오전 2.27% 오른 100.78달러였다. 브렌트유 12월물은 1.94% 오른 111.67달러였다. 이 보도를 전한 이데일리도 만기 효과 때문에 WTI 상승률을 국제 원유시장 전체의 상승폭으로 읽기 어렵다고 짚었다. 에너지 분석가 아르템 바쿠셰프는 이 움직임을 "깔끔한 펀더멘털 돌파라기보다 시장이 여전히 예민해 최근의 분쟁 격화를 무시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브렌트유를 밀어 올린 것은 호르무즈다
그렇다고 유가가 높지 않은 것은 아니다. 브렌트유가 110달러를 넘어 다섯 달 만의 최고치에 있는 이유는 예멘이 아니라 걸프 입구의 호르무즈 해협에 있다. 호르무즈는 사우디·이라크·쿠웨이트·아랍에미리트 등 걸프 산유국의 원유가 바다로 나가는 길목이다. 선박 추적업체 케이플러는 최근 2주 동안 이 일대에서 최소 18척이 공격받았다고 집계했다. 10월 13일에는 싱가포르 선적 선박이 해협을 지나다 피격돼 침몰했다. 케이플러 추정으로 걸프 지역 원유 운송량은 지난주 하루 평균 약 850만 배럴로, 그 전주의 2천만 배럴 이상에서 크게 줄었다. 이 수치는 지역의 운송량을 추정한 것이지 생산이 그만큼 끊겼다는 뜻은 아니다. 그래도 바다로 나가는 기름이 줄었다는 신호로는 충분하다. 20일 이란 혁명수비대는 해협 남부에서 "규정을 따르지 않은" 유조선 두 척이 자신들이 깐 기뢰에 맞아 불탔다고 주장했다. 선박 이름과 피해는 확인되지 않았다.
여기에 미국·이스라엘이 이란을 다시 공격할 수 있다는 관측이 위험을 키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0월 8일 11월 3일 중간선거 전에는 이란을 공격하지 않겠다고 했다가, 이튿날 가능성을 다시 열어 뒀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19일 트럼프와의 통화 영상을 공개하며 "함께 끝내자"고 말했다. 이란 외무부 대변인 에스마일 바가이는 20일 미국이 공격하면 "같은 수준이거나 더 강하게" 대응하겠다고 경고했다. 북유럽 은행 SEB의 분석가 비야르네 쉴드로프는 이란이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공격을 키울 수 있어 호르무즈 수출 증가가 오래가지 않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후티가 유가와 무관하다는 말은 아니다. 중개회사 PVM의 분석가 타마스 바르가는 WTI 강세를 "유조선 공격과 후티의 사우디 석유시설 공격이 심해지며 중동 원유 수출 물량이 줄고 있는 것"의 반영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러시아 제재 일부 면제로 운임이 낮아져 미국산 원유가 중동산을 대신할 수 있다는 점과 미국 원유 재고 감소 예상을 함께 들었다. 시장이 후티를 위험 요인 가운데 하나로 계산하는 것은 맞다. 그러나 확인된 피해와 가격 움직임을 놓고 보면, 이번 유가 상승의 중심은 호르무즈 해협의 선박 공격과 대이란 공격 재개 우려다. 후티의 사우디 공격 주장은 그 위에 얹힌 위험이다. 각 요인이 가격을 얼마씩 올렸는지 나눠 계산한 자료는 없다.
사우디는 도움을 구하고, 비용은 예멘이 치른다
사우디는 후티 공격을 막을 도움을 구하고 있지만, 각국이 그은 선은 분명하다. 영국은 20일 타이푼 전투기를 보내 사우디 상공에서 드론과 미사일을 막는 임무를 승인했다. 영국 국방부는 이 전투기들이 후티를 공격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다만 연장하는 공중급유 지원에는 예멘 안의 후티 군사표적을 치는 사우디 작전도 들어간다. 미국은 사우디의 대후티 공습 참여 요청을 9월과 10월 초 거듭 보류했다. 톰 배럭 미국 특사는 20일 사우디에 군수 지원은 하겠다면서 "미국이 다른 곳의 지상전에 끼어드는 것은 성과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집트 의회는 사우디 군사지원 승인 표결을 26일로 미뤘다.
정리하면 알알람 공격은 후티와 사우디가 서로의 영토를 치는 싸움이 예멘 안의 정부군 반격과 맞물리면서 나온 참사다. 바깥에서 이 사건은 '유가 급등'의 한 원인으로 소비됐다. 하지만 유가를 움직인 것은 호르무즈와 이란이었고, 같은 날 예멘에서 확인된 것은 훈련 대형으로 서 있다 숨진 신병 73명이다. 사우디 방어를 돕는 나라들이 사우디 하늘을 지키는 데 집중하는 사이, 이 전쟁의 가장 큰 비용은 지금 예멘 안에서 치러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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