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 · 경제

금감원장 "솔리다임 나스닥 상장은 중복상장"…해외 상장엔 위약금 10억원이 전부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10월 19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감원 국정감사에서, SK하이닉스의 미국 손자회사 솔리다임이 추진하는 나스닥 상장을 두고 중복상장에 해당한다는 판단을 금융위원회와 금감원이 같이하고 있다고 밝혔다. 금융위원회는 금융정책을 세우고 한국거래소 규정을 승인하는 부처이고, 금감원은 금융회사와 증권 공시를 감독하는 기관이다. 두 기관이 같은 판단을 내렸다는 점에서, 이 발언은 솔리다임 상장에 국내 규제가 걸린다는 공식 확인으로 받아들여졌다.

국감에서 나온 두 개의 답

같은 날 원장은 다른 답도 했다. 이강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해외 상장이면 막을 방법이 없는 것"이라고 묻자 "예"라고 답했고, 해외 상장 관련 제도 공백을 메워야 한다는 지적에 동의했다. 중복상장에 해당한다고 판단하면서, 동시에 막을 수단은 없다고 인정한 것이다. 이 두 답이 어떻게 함께 성립하는지가 이 사안의 핵심이다. 그것을 알려면 솔리다임이 어떤 회사인지, 중복상장 규정이 어떻게 짜여 있는지부터 봐야 한다.

솔리다임은 어떤 회사이고, 왜 국감까지 왔나

솔리다임은 SK하이닉스가 2020년 인수를 결정한 인텔의 낸드플래시·SSD 사업에서 출발한 미국 회사다. 낸드플래시는 전원이 꺼져도 데이터가 남는 저장용 반도체이고, SSD는 이를 쓴 저장장치다. 인수 초기에는 업황 부진으로 적자가 컸다. 그러다 2024년 처음으로 연간 흑자를 냈고, AI 데이터센터용 고용량 SSD 수요가 늘면서 2026년 상반기 낸드 사업은 매출 12조2507억원, 순이익 5조8396억원을 기록했다. 적자를 내던 사업이 따로 상장할 만한 값을 갖게 된 셈이다.

2026년 1월 SK하이닉스는 기존 솔리다임 법인을 미국 AI 투자 법인(가칭 AI컴퍼니)으로 바꾸고, 낸드·SSD 사업은 새로 세운 솔리다임으로 옮겼다. 그 결과 지배구조는 'SK㈜→SK스퀘어→SK하이닉스→AI컴퍼니→솔리다임'으로 이어지게 됐고, 솔리다임은 SK하이닉스의 손자회사가 됐다. SK스퀘어는 SK하이닉스 지분 20.5%를 가진 SK그룹의 상장 투자회사다.

상장 계획은 회사가 발표한 적이 없고, 보도로만 드러났다. 블룸버그는 10월 7일 솔리다임이 골드만삭스·모건스탠리를 대표 주관사로 정하고 이르면 2027년 상장, 최대 기업가치 1000억 달러, 약 100억 달러 조달을 협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SK하이닉스는 경쟁력 강화 방안을 검토하지만 확정된 사항은 없다는 해명 공시를 되풀이하고 있다.

그런데도 이 문제가 국감까지 온 것은 SK하이닉스 주주가 많고, 그들의 손실이 이미 커서다. SK하이닉스 소액주주는 약 346만명이고, 주가는 10월 1일부터 15일까지 29% 넘게 떨어졌다. 이 하락에는 금리와 AI 투자 우려 같은 시장 전체 요인이 겹쳐 있어 솔리다임 탓으로만 볼 수는 없다. 그래도 투자자들은 더불어민주당 자본시장특위 의원들에게 해외 중복상장을 막으라는 항의 문자를 보냈다.

'중복상장에 해당한다'는 말의 뜻

중복상장은 이미 상장된 모회사가 지배하는 자회사를 따로 상장하는 것이다. 자회사가 상장하면서 새 주식을 팔면, 자회사가 성장해서 생기는 몫의 일부가 새 투자자에게 넘어간다. 모회사 주가도 자회사 가치를 덜 반영하게 된다. 이 문제는 한국 기업이 실적에 비해 낮게 평가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으로 오래 지목돼 왔다.

이를 막기 위해 금융위가 승인해 8월 3일부터 시행된 중복상장 규정은 자회사 상장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예외적으로 허용한다. 적용 대상은 모회사 사업을 떼어 내 만든 물적분할 자회사에 그치지 않는다. 인수로 생긴 자회사와 해외 증시 상장도 포함된다. 여러 단계로 이어진 지배구조에서는 첫 단계 지분 20% 이상, 다음 단계 50% 초과로 연결된 상장사가 모두 모회사가 된다. 이 기준에 따르면 솔리다임의 경우 SK하이닉스와 SK스퀘어가 모회사로서 의무를 지고, SK㈜는 빠진다.

두 회사 이사회가 지는 의무는 다섯 가지다.

  1. 상장이 일반주주에게 미칠 영향을 평가한다.
  2. 주주보호 방안을 마련한다.
  3. 주주와 소통하거나 주주 동의를 확인한다.
  4. 최종 찬반을 결의해 자회사에 알린다.
  5. 이 과정을 공시한다.

영향평가와 보호방안, 최종 결의는 독립이사와 외부전문가가 3분의 2 이상인 특별위원회의 사전 심의를 거쳐야 한다. 보호방안으로는 현금배당과 자사주 소각, 자회사 주식 현물배당, 일정 기간 다른 자회사를 상장하지 않겠다는 확약 등이 예시돼 있다.

이 규정에 비춰 보면 당국의 판단은 새로운 결정이라기보다 규정을 그대로 읽은 결과다. SK하이닉스가 솔리다임 상장을 추진한다면 두 회사 이사회가 5대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는 확인일 뿐, 상장 금지도 위반 확정도 아니다. 다만 '인수한 미국 자회사이니 대상이 아닐 수 있다'는 해석의 여지는 이 판단으로 닫혔다.

해외 상장 앞에서 규정이 할 수 있는 일

남는 문제는 그 의무를 지키게 할 수단이다. 국내 상장이라면 한국거래소가 상장심사에서 모회사 이사회의 5대 의무 이행과 찬성 결의를 확인하고, 이것이 없으면 상장을 허락하지 않는다. 해외 상장은 이 심사를 거치지 않는다. 고영호 금융위 자본시장과장은 7월 증권선물위원회에서 국내 상장은 위약금이 발동될 일이 거의 없지만 해외 상장은 거래소가 심사하지 않아 위약금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해외 상장에서 이 규정은 상장을 미리 거르지 못하고, 의무를 어긴 뒤에 제재하는 방식으로만 작동한다는 뜻이다.

그 제재는 가볍다. 의무를 어긴 모회사에는 회사별 최대 10억원의 상장계약위약금과 하루 매매거래정지가 부과되고, 불성실공시 제재가 따로 붙을 수 있다. SK하이닉스와 SK스퀘어를 합쳐도 위약금은 최대 20억원이다. SK하이닉스의 올해 2분기 순이익은 93조9226억원이었다. 게다가 거래소에는 이사회가 내놓은 영향평가나 보호방안이 부실해도 내용을 고치라고 지시할 권한이 없다.

의무 자체가 더 얇아질 가능성도 있다. 규정은 매출·영업이익·자산이 모두 모회사의 10% 미만인 '저비중 자회사'에 대해, 상세한 영향평가와 보호방안 대신 모회사 대비 비중 등만 공시하도록 허용한다. 솔리다임 낸드 사업의 상반기 매출은 SK하이닉스 상반기 매출 약 131조9000억원의 9% 남짓이다. 영업이익과 자산 비중은 공개되지 않아, 솔리다임이 저비중 자회사에 해당하는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해당한다면 두 회사 이사회가 주주에게 내놓아야 할 설명은 크게 줄어든다.

당국이 상장 전에 내용을 들여다볼 수 있는 통로로는 증권신고서가 남아 있다. 해외 공모라도 자본시장법상 전매기준에 걸리면 금감원에 증권신고서를 내야 한다. 전매기준은 해외에서 발행한 주식이 국내 투자자에게 다시 팔릴 수 있는지를 따지는 기준이다. 신고서를 내야 한다면 거기에 중복상장 의무 이행 내역과 주주보호 방안을 충실히 기재해야 하고, 금감원은 이를 심사해 정정을 요구할 수 있다. 그런데 원장은 오전에 이 문제를 두고 금융위 유권해석을 기다린다고 했다가, 오후에는 유권해석을 공식 의뢰한 것은 아니라고 바로잡았다. 남은 하나의 사전 통로마저 해석 의뢰도 하지 않은 단계에 머물러 있다.

반대와 옹호, 어느 쪽이 맞나

규정이 의무를 지키게 할 힘이 약한 만큼, 상장을 둘러싼 논쟁은 주장끼리의 싸움이 됐다. 반대하는 쪽은 상장 중단까지 요구한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SNS에서 솔리다임 상장을 SK하이닉스 주주의 이익을 총수와 계열사가 편취하는 수법이라고 주장하며 대통령에게 상장을 막으라고 요구했다. 기업 지배구조와 주주 권익 문제를 다루는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증권사 추정치를 바탕으로 SK하이닉스 현금이 2027년 말 456조원에 이를 것이라며 외부 투자자 없이 직접 출자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은 국감에서 기존 주주 이익의 희석과 모회사 중복 할인, 웨이퍼 공급가격 등을 둘러싼 주주 간 이해충돌을 지적했다.

옹호하는 쪽은 솔리다임 상장이 흔히 비판받는 '쪼개기 상장'과 다르다고 말한다. 경제매체 더벨은 솔리다임이 인수로 생긴 미국 회사이고, 미국 신규 공장 등에 수십조원이 필요해 현지 조달이 모회사 부담을 나눌 수 있다고 분석했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는 상장 자금으로 생산능력과 연구개발을 늘려 이익이 더 빨리 커지면 SK하이닉스 지분율 하락의 영향을 상쇄할 수 있다고 봤다. SK하이닉스도 재무 여력이 있다고 해서 모든 투자를 내부 현금으로 하는 것이 항상 최선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 가운데 '쪼개기 상장이 아니다'라는 반론은 규정 적용을 피하는 근거가 되지 못한다. 규정이 인수 자회사와 해외 상장을 일부러 대상에 넣은 것은, 자회사가 어떻게 생겼든 어디에 상장하든 모회사 일반주주의 몫이 줄어드는 구조는 같기 때문이다. 오기형 민주당 의원이 중복상장 문제의 본질은 어느 나라 시장에 상장하는지에 따라 달라지지 않는다고 쓴 것도 같은 원칙이다. 국내 상장에 적용하는 이 원칙을 해외 상장이라는 이유로 느슨하게 적용한다면, 원칙이 상장 장소에 따라 달라지는 셈이 된다. 자회사가 생긴 경위는 희석의 크기를 따질 때 고려할 사정일 뿐, 의무를 면제할 이유는 아니다.

반대로 '편취'나 '상장 중단' 요구는 지금 확인된 사실보다 앞서 나갔다. 희석이 얼마나 클지는 새 주식 발행과 기존 주식 매각의 비중, 공모 가격, 상장 뒤 SK하이닉스 지분율, 조달 자금의 용도에 달려 있다. 그런데 이 가운데 공개된 것은 하나도 없다. 박성훈 의원의 다른 주장도 근거가 약하다. 그는 SK하이닉스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는 자회사 상장의 부정적 영향을 상세히 설명했지만 국내 주주에게는 설명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나 그가 가리킨 문서는 SK하이닉스가 7월 미국에서 주식예탁증서(ADR)를 공모하며 낸 투자설명서다. 해당 대목은 자회사를 상장하면 지분율과 이익 몫이 줄고 주가가 떨어질 수 있다는 일반적인 조건부 위험 고지이고, 솔리다임을 특정한 내용은 없다.

기준은 '왜 자기 돈이 아닌가'에 대한 답

두 주장을 걸러 내면 판단 기준은 하나로 좁혀진다. 외부에 지분을 파는 편이 기존 주주에게 더 나은 이유를 SK하이닉스가 숫자로 보여 줄 수 있느냐다. SK하이닉스는 2분기 말 순현금 69조4000억원을 들고 있고, 회사도 재무 여력이 있다는 점을 인정한다. 자기 돈으로 투자할 수 있는 회사가 자회사 지분을 외부에 판다면, 그 선택이 왜 주주에게 유리한지 설명할 책임은 회사에 있다. iM증권 이상헌 연구원은 희석을 감수할 만한 조달 효과가 있는지 따져야 한다고 했다. 한화투자증권 박세연 연구원은 다른 조달 수단보다 상장이 기존 주주에게 유리한 이유와 투자수익·주주환원 계획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고 했다. 두 사람이 요구하는 것은 5대 의무 가운데 영향평가와 보호방안이 담아야 할 내용과 같다.

판단은 옳지만, 지키게 할 힘은 이사회 설명뿐이다

금융당국이 솔리다임 상장을 중복상장으로 본 것은 규정을 바르게 읽은 것이다. 하지만 그 판단만으로 상장을 멈추거나 조건을 바꾸게 할 수는 없다. 해외 상장에 대해 국내 규정이 쥔 제재는 두 회사를 합쳐 위약금 20억원과 하루 거래정지가 전부다. 상장 전에 내용을 들여다볼 증권신고서 통로는 해석 의뢰조차 되지 않았다. 원장이 동의한 제도 공백은 실제로 있다. 해외 상장 앞에서 이 규정은 지켜야 할 절차를 알려 줄 뿐, 지키게 할 힘은 거의 없다.

그래서 지금 일반주주 보호는 SK하이닉스와 SK스퀘어 이사회가 얼마나 구체적으로 설명하느냐에 달려 있다. 참고할 선례도 있다. 덕산하이메탈은 자회사 덕산넵코어스를 9월 코스닥시장에 상장하면서 자회사 공모주 일부를 최대주주를 뺀 기존 주주에게 현물배당하는 보호책을 내놓았다. 상장안이 나온다면, 두 회사 이사회의 영향평가와 보호방안이 이 정도로 구체적인지가 첫 시험이 된다. SK하이닉스의 다음 해명 공시는 12월 3일로 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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