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 정치

김여정 "10월 중 대남 확성기 가동" 예고…박정천과 남부 국경 요새화 현장 시찰

김여정 북한 노동당 총무부장이 10월 21일 담화에서 "10월 중으로 대한국 심리전 확성기들이 전 국경선에서 가동 상태에 들어가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여정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으로, 남한에 대한 북한의 입장을 담화로 발표해 온 인물이다. 이틀 전인 19일 담화에서는 대남 확성기 재개와 전술타격수단 증강 배치를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이번에는 여기에 시한을 붙였다.

이틀 사이 '검토'에서 '예고'로

담화는 북한 당·군 수뇌부의 현장 시찰과 함께 나왔다. 조선중앙통신은 같은 날 박정천 국방성 고문이 김여정, 리일환 당 비서, 북한군 총참모부 주요 지휘관들과 '남부국경 요새화' 공사 현장을 시찰했다고 보도했다. 박정천은 북한군 원수로, SBS가 '군 서열 1위'라고 소개한 군 고위 간부다. 통신은 시찰일을 20일로 적었지만 김여정은 담화에서 21일 새벽이라고 바로잡았다. 한국군 관계자도 21일 오전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에서 멀지 않은 서부전선 공사 현장에서 일행을 포착했다고 SBS에 밝혔다.

'가동 상태'가 곧 방송 송출을 뜻하는지는 아직 알 수 없다. 21일 밤까지 실제 송출을 확인한 보도는 없다. 20일 오후 파주 오두산 통일전망대에서 본 북한 개풍군의 탑 모양 확성기 시설도 방송을 내보내지 않고 있었다. 다만 한국군 관계자는 북한의 확성기 준비 동향이 19일 담화 이전부터 식별됐다고 설명했다. 시설과 준비는 이미 갖춰져 있고, 언제 틀지는 북한이 정할 일이다.

북한이 문제 삼는 것: 한국군의 경고방송·경고사격

김여정이 확성기를 꺼낸 이유로 든 것은 한국군이 군사분계선(MDL)에서 하는 경고방송과 경고사격이다. 이 경고 조치가 왜 생겼는지 알려면 북한이 MDL 바로 북쪽에서 벌이는 공사부터 봐야 한다.

북한은 2024년 4월부터 MDL 가까운 지역에 불모지를 만들고 지뢰지대와 전술도로, 철조망을 설치하는 국경선 요새화 작업을 해 왔고, 2025년 3월부터는 작업을 MDL 전 구간으로 넓혔다. 남북을 '적대적 두 국가'로 보는 노선에 따라 MDL을 '남부국경'이라 부르며 그 위에 국경 시설을 짓는 작업이다. 합참은 올해 하루 최대 7천여 명이 투입되고 있고 2년 안에 작업이 끝날 것으로 본다.

선 바로 옆에서 일하다 보니 북한군이 선을 넘는 일이 늘었다. 합참 집계로 북한군의 MDL 침범은 2024년 9회, 2025년 17회, 올해 50여 회다. 한 지점에서는 북한군 초소 병력이 불모지 작업 구간을 순찰로로 쓰면서 40여 차례 침범이 되풀이됐다. 한국군은 정해진 절차에 따라 북한군이 MDL에 다가오면 경고방송을, 넘어오면 경고사격을 해 물러나게 한다. 올해 경고사격은 50여 차례가 넘는다.

어디가 선인지에 대한 다툼도 있다. 1953년 정전협정 때 박은 MDL 표지판은 대부분 사라졌고, 한국군 군사지도의 선과 유엔군사령부(유엔사)의 좌표선이 일부 구간에서 어긋난다. 합참은 북한군이 남은 표지판이나 자체 선을 기준으로 작업한다고 판단하며, 경고사격 때 북한군이 지도를 들고 위치를 확인하는 모습도 관측했다. 박정천이 시찰 현장에서 한국군의 '월선' 주장을 억지라고 부르며 "우리는 제 땅에서 자기 할 바를 하고 있다"고 말한 것은 이 다툼 위에서 나왔다.

지뢰 폭발 뒤 경고가 늘었고, 북한은 그 횟수를 센다

갈등이 지금 커진 계기는 9월 21일의 지뢰 폭발이다. 파주 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에서 육군 25사단 장병들이 북한군 지뢰 매설 의심 지역에 대한 유엔사 조사를 준비하며 새 수색로를 내다 지뢰 두 발이 터져 3명이 다쳤다. 합참은 10월 5일 최종 조사에서 폭발 지점과 추가로 찾은 지뢰가 모두 MDL 남쪽 10여 m에 있었고, 북한군이 요새화 과정에서 묻은 지뢰라고 결론 내렸다. 같은 날 그 지뢰지대를 폭파해 없앴다. 유엔사도 9월 30일 MDL 남쪽의 북한 대인지뢰를 정전협정 위반으로 판단했다. 이후 한국군은 DMZ 안에 새 수색로와 기동로를 내고 감시 장비를 보강하는 'DMZ 주도권 강화 작전'을 벌이고 있다. 진영승 합참의장은 10월 20일 전방 지휘관 회의에서 이 작전을 시행하고 추가 도발에 단호히 대응하라고 지시했다.

북한이 반발하는 대상은 정확히 이 강화된 대응이다. 김여정은 19일 담화에서 8월 1일부터 10월 17일까지 한국군의 경고방송이 2,870차, 경고사격이 201차였다는 자체 집계를 내놓고, 이런 행동이 '지뢰폭발 자작극' 이후 더 노골화됐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지뢰 폭발을 한국의 자작극이라고 부르며 책임을 부인해 왔다. 합참 관계자는 북한이 경고방송과 경고사격을 세고 있다는 데 주목해야 한다며, 군의 단호한 대응이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래서 확성기 예고는 선전전의 재개라기보다 경고 조치를 멈추게 하려는 압박으로 읽힌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지뢰 폭발 이후 강화된 한국군의 경고방송·경고사격이 국경화 사업에 지장을 준다고 판단했고, 확성기 예고는 한국이 경고 조치를 멈추지 않으면 똑같이 대응하겠다는 의사 표시라고 분석했다. 담화 문구에 '한국군이 계속하면'이라는 조건이 적혀 있지는 않다. 그러나 두 담화가 처음부터 끝까지 한국군의 경고 조치를 문제 삼았고, 북한이 '확성기 경고방송'이라 부르는 한국군의 경고에 확성기로 맞서겠다는 구도라는 점에서 이 해석은 정황과 맞는다.

무력 대응에는 북한이 문턱을 따로 뒀다. 박정천은 한국군이 경고방송·경고사격에 이어 "실제 안전을 위협하는 도발"을 해 올 때 즉시 반격하라고 했다. 김여정은 한국군 사격이 "경고성을 넘어" 영토와 장병 안전에 실제 위해를 끼치면 처치하겠다고 하면서, 맞경고사격은 정세를 악화시킬 수 있어 자제하고 있다고 했다. 홍민은 반격 명령을 실제로 내리지 않고 기준만 보여 준 이 시찰을 확전을 피하려는 수위 조절로 평가했다. 북한은 확성기로는 압박의 수위를 올리고, 총격 대응의 문턱은 높여 둔 셈이다.

'경고가 도발'이라는 주장은 북한 자신의 기준과 어긋난다

북한의 논리는 한국군의 경고 조치가 북한군의 신변을 위협하고 정세를 격화시킨다는 것이다. 이 주장은 두 가지 점에서 성립하기 어렵다.

첫째, 북한 스스로 경고와 실제 위해를 구분했다. 김여정이 반격의 조건으로 내건 것은 사격이 '경고성을 넘는' 경우다. 그렇다면 지금까지의 경고방송과 경고사격은 북한 기준으로도 경고에 머물렀다는 뜻이다. 이번 갈등에서 실제로 다친 쪽은 MDL 남쪽에 묻힌 북한 지뢰를 밟은 한국군 장병이었다.

둘째, 위치를 따지는 기준은 남북 어느 쪽에나 같게 적용돼 왔다. 유엔사는 MDL 북쪽에서 중화기 없이 하는 철책·도로 공사와 방어 목적의 지뢰 매설을 정전협정 위반으로 보지 않고, MDL 남쪽의 지뢰 매설은 자동적인 위반으로 본다. 북한 요새화 공사의 대부분을 문제 삼지 않아 온 바로 그 기준으로 MDL 남쪽 지뢰가 위반 판정을 받은 것이다. 북한군이 한국군을 노리고 지뢰를 묻었는지는 입증되지 않았고, 강신철 국방부 장관도 협정 위반과 공격 의도는 구분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선을 넘었다는 사실 자체는 북한 공사에 관대했던 기준으로 확인됐다. 한국군도 기준선이 엇갈리는 곳에서는 더 남쪽 선을 고려해 침범을 판단하도록 지침을 두고 있다. 한국군 선과 유엔사 선 가운데 북한에 유리한 쪽을 기준으로 삼는다는 뜻이다.

북한이 자체 선을 쓴다면 북한군 스스로는 넘지 않았다고 여길 수는 있다. 그것은 선을 함께 확인하는 대화로 풀 문제이지, 경고 조치를 도발로 부를 근거가 되지 않는다. 국방부도 20일 입장문에서 북한에 MDL 침범을 멈추고 "군사분계선에 대한 상호 인식 차이를 해소하기 위한 노력에 호응"하라고 요구했다.

확성기는 북한에만 쉬운 카드다

북한이 하필 확성기를 압박 수단으로 꺼낸 데는 이유가 있다. 남북이 지금 쥐고 있는 장비가 다르다. 확성기 방송은 2018년 판문점 선언 이후 6년여 멈췄다가, 북한의 오물풍선에 맞서 윤석열 정부가 2024년 6월 대북 방송을 재개하면서 되살아났다. 북한은 7월 20일부터 남측 방송을 덮는 대남 소음방송을 틀었다.

방송을 멈춘 뒤의 행보에서 남북이 갈렸다. 이재명 정부는 2025년 6월 11일 신뢰 회복과 접경 주민 고통 경감을 이유로 대북 방송을 먼저 멈췄고, 북한의 소음방송도 그 직후 그쳤다. 한국군은 그해 8월 고정식 확성기를 모두 철거했다. 북한은 8월 9일 김포·파주에서 1대씩 내렸다가 그날 파주 1대를 다시 달았고, 같은 달 철원·화천에 2대를 더 설치했다. 김여정은 확성기를 철거한 적도, 철거할 생각도 없다고 했다. 연합뉴스는 북한이 그 뒤로도 확성기를 그대로 두고 정비해 왔다고 전했다.

그 결과 북한은 스위치만 올리면 되지만, 한국이 같은 방식으로 맞서려면 철거한 장비부터 다시 세워야 한다.

맞대응 확성기는 경고 조치 문제를 풀지 못한다

한국 정부의 공개 입장은 열려 있다. 국방부 당국자는 20일 북한이 확성기를 재개하면 "비례적 대응이 필요하지 않겠나"라며 어떤 수단도 배제하지 않는다고 했다. 연합뉴스는 군이 고정식 확성기 20여 개 재설치, 이동식 10여 개 재가동, 군의 대북 라디오 '자유의 소리' 재개 같은 수단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정치권도 갈린다. 강선영 국민의힘 의원은 2015년 목함지뢰 사건 때처럼 확성기를 재개하고 북한이 대응하면 군사적으로 대응하자고 요구했고,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재개가 무책임하고 위험하다며 반대했다.

판단의 근거는 군 스스로 내놓았다. 강신철 장관은 10월 7일 국정감사에서 북한의 학습 효과 때문에 확성기로 북한을 굴복시키기는 어렵다고 했고, 진영승 의장은 이튿날 확성기가 북한의 MDL 작업을 멈추게 하는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답했다. 지금 갈등의 핵심이 MDL의 공사와 경고 조치라면, 확성기 맞대응은 그 핵심을 건드리지 못한다. 2015년과 비교하기도 어렵다. 2015년에는 확성기 재개와 포격전 뒤 남북 고위급 접촉으로 합의에 이르렀지만,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석좌교수 말대로 지금은 남북 사이에 연락 채널도 대화 채널도 없다.

확성기전의 비용은 접경 주민이 진다. 2024년 7월부터 2025년 6월까지 북한 소음방송으로 파주·강화·김포 등 접경 주민들은 수면 방해와 생활·영업 피해를 겪었다. 강화군은 피해 주민을 19개 마을 3,536명으로 추산했다. 강화 당산리 안효철 이장은 이번 예고를 앞두고 보상보다 소음 재발 방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남북이 다시 확성기를 주고받으면, 2024년처럼 북한이 소음으로 남측 방송을 덮고 그 소리를 접경 주민이 듣게 될 가능성이 크다.

따져야 할 것은 맞대응이 아니라 절차와 기준선이다

김여정의 확성기 예고는 1년 4개월 만의 선전전 재개 선언이라기보다, 지뢰 폭발 뒤 강화된 한국군의 경고 조치를 멈추게 해 요새화를 마저 끝내려는 압박이다. 북한은 확성기로 압박 수위를 올리면서 총격 대응의 문턱은 '실제 위해'로 높여 두었다. 이 압박에 맞서 한국이 기댈 근거는 확성기가 아니라 절차다. 경고 조치는 선을 넘어온 병력에 대한 정해진 대응이고, 북한이 내건 반격 기준으로 봐도 위해가 아니었다. 그렇다면 한국 정부가 따져야 할 것은 같은 수단으로 맞설지가 아니라, 경고 절차를 흔들림 없이 지키면서 마찰의 뿌리인 기준선 문제를 어떻게 다룰지다. 확성기 맞대응은 군 스스로 효과가 제한적이라고 본 수단이고, 그 비용은 접경 주민에게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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