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국경 요새화 계속, 새 대응수단·대남 확성기 대기" 예고…군 "확성기는 일상 정비, 새 무기 동향 없어"
김여정 북한 노동당 총무부장은 22일 새벽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낸 경고에서 "전 국경선에서 우리의 새로운 대응수단들은 임무대기태세에 들어갈 것이며 대한국 확성기들도 수일 안으로 대기상태에 들어가게 된다"고 밝혔다. 김여정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으로, 북한의 대남 입장을 담화 형식으로 발표해 온 인물이다. 그는 같은 경고에서 자신들의 주권이 행사되는 영내에서 국경 영구화 공사를 계속하겠다고 했다. 또 국경이 요새화되면 남북 사이의 군사적 충돌 위험은 오히려 낮아질 것이고, 북한의 행동은 도발이 아니라 정당한 반응이라고 주장했다.
22일 새벽 담화가 예고한 것
이 경고는 전날 나온 비판에 대한 반박 형식이었다. 한미연합군사령부 부사령관을 지냈고 지금 대통령 국방정책특별보좌관을 맡고 있는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1일 페이스북에 "지뢰를 묻은 손으로 적대적 확성기를 잡지 마라"고 쓰고 북한의 사과와 책임을 요구했다. 김여정은 김 의원의 이름을 밝히지 않은 채 "입을 당장 닥쳐야 한다"며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담화의 문장은 앞으로 할 일을 말한다. 일부 보도는 새 대응수단이 이미 임무대기에 "들어갔다"고 전했지만, 조선중앙통신 보도를 직접 인용한 기사들의 문장은 "들어갈 것이며"다. 새 대응수단도 확성기도 아직 예고 단계에 있다.
한국군의 관측도 이와 맞는다. 장도영 합동참모본부(합참) 공보실장은 22일 국방부 정례브리핑에서 북한 확성기에서는 담화 이전부터 일상적인 정비 활동이 식별되고 있었고, 북한이 말한 새로운 무기가 설치되는 동향은 식별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21일 파주 오두산 통일전망대 너머로 보이는 북한 개풍군 확성기 시설에서도 방송은 나오지 않았다. 22일까지 실제로 달라진 것은 북한의 말이다.
사흘 동안 말의 수위가 올라갔다
그 말은 사흘에 걸쳐 구체적으로 변했다. 19일 담화에서 김여정은 전술적 타격수단을 남부 국경선 부근에 증강 배치하는 문제와 대남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는 문제를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21일에는 북한군 원수인 박정천 국방성 고문과 김여정, 리일환 노동당 비서, 북한군 총참모부 주요 지휘관들이 군사분계선(MDL) 인근 요새화 공사 현장을 시찰했다. 같은 날 김여정은 "전술적 사냥조들은 새로운 진지들을 차지하고 있다"며 10월 중으로 대남 심리전 확성기들이 전 국경선에서 가동 상태에 들어갈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22일 '수일 안 대기상태'가 나왔다.
'검토'가 시한을 붙인 예고로 바뀐 셈이다. 다만 21일의 '가동 상태'와 22일의 '대기상태'가 같은 것을 가리키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북한이 방송 시작을 앞당겼다고까지 읽을 근거는 없다.
북한이 겨냥하는 것은 한국군의 경고방송과 경고사격이다
북한이 무엇에 반발하는지는 19일 담화에 드러나 있다. 반발의 대상은 한국군의 경고방송과 경고사격이다. 이 둘이 왜 생기는지 알려면 북한이 MDL 바로 북쪽에서 벌이는 공사부터 알아야 한다.
북한은 2023년 말 남북 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로 규정했다. 합참 관측으로는 그 뒤 2024년 4월부터 MDL 가까운 지역에 불모지와 지뢰지대를 만들고, 철책과 대전차 장애물을 세우고, 전술도로를 내 왔다. 이른바 '국경선 요새화'다. 공사는 2025년 3월부터 MDL 전 구간으로 넓어졌고, 2024년에는 4~12월, 2025년에는 3~11월에 진행됐다. 합참은 10월 8일 국정감사에서 요새화 공사가 2028년 후반기에 끝날 것으로 내다봤다. 북한은 이 공사로 MDL을 '남부 국경'으로 굳히려 한다.
공사가 MDL 바로 곁에서 벌어지면서 북한군이 선을 넘는 일이 잦아졌다. 한국군은 북한군이 MDL에 다가오면 경고방송을 하고, 선을 넘어오면 경고방송과 경고사격으로 물러가게 한다. 이 글에서는 이 둘을 묶어 경고 조치라고 부른다. 합참에 따르면 올해 북한군의 MDL 침범은 50여 회로, 2024년 9회와 2025년 17회보다 크게 늘었다. 이 가운데 40여 회는 한 곳에서 되풀이됐다. 북한군 최전방 초소 병력이 공사 구간을 순찰로로 쓰면서 MDL 남쪽 약 10m 지점을 매일 지나다니기 때문이다.
김여정의 19일 담화는 바로 이 경고 조치를 '도발'이라고 불렀다. 그는 8월 1일부터 10월 17일까지 한국군의 경고방송이 2870차, 경고사격이 201차에 이르렀다는 북한 측 집계를 내놓고, 이 조치가 공사 인원의 안전을 위협한다고 주장했다. 21일에는 북한이 마주 경고사격을 하면 국경의 정세는 상상할 수 없이 악화될 것이라며, 확성기 방송이 "가장 정당한 조치이며 적합한 대응"이라고 했다. 북한 스스로 확성기를 한국군 경고 조치에 대한 답으로 내놓은 것이다.
경고 조치가 늘어난 계기는 지뢰 폭발이다
한국군의 경고 조치가 북한에 더 부담스러워진 계기는 한 달 전 지뢰 폭발이다. 9월 21일 경기 파주 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에서 육군 25사단 장병들이 북한군 지뢰 매설 의심 지역을 유엔군사령부(유엔사)와 함께 확인하려고 수색로를 내다가 두 차례 폭발로 3명이 다쳤다. 수색대대장은 발목이 절단됐다. 유엔사는 9월 30일 MDL 남쪽에서 북한 대인지뢰를 확인했다며 정전협정 위반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합참은 10월 5일 부상자 전투복과 수술 파편에서 나온 성분이 북한 지뢰와 같다는 감정 결과 등을 근거로, 북한군이 MDL 이남에 묻은 지뢰가 폭발 원인이라고 최종 발표했다.
그 뒤 한국군은 MDL 남쪽의 북한 지뢰지대를 폭파해 없애는 작업을 포함한 DMZ 주도권 강화 작전에 들어갔다. 진영승 합참의장은 20일 경고방송·경고사격을 정당한 작전 조치로 규정하고 추가 도발에 단호히 대응하라고 지시했다. 북한은 폭발 자체를 한국의 '자작극'이라며 부인했지만, 파편 감정이나 현장에서 나온 지뢰를 반박할 조사 자료는 내놓지 않았다. 북한의 연속 담화는 이렇게 강해진 한국군의 대응을 겨냥한다.
'자기 영토 안 공사'라는 주장은 북한 자신의 원칙과 맞지 않는다
북한의 논리는 자기 땅에서 하는 공사를 한국군이 방해한다는 것이다. 박정천은 21일 북한군은 국경 위치를 알고 자기 영토에서 공사하고 있다고 했다. 북한 외무성은 10월 6일 북한 영토를 1mm라도 침범하면 즉각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경고했다.
이 원칙을 북한 자신에게 똑같이 적용하면 결론이 달라진다. 한국군·유엔사 공동조사가 지뢰를 찾아낸 곳은 MDL 남쪽이고, 순찰 병력이 되풀이해 들어온 곳도 MDL 남쪽이다. 상대 영토를 1mm라도 넘으면 대응하겠다는 것이 북한의 원칙이라면, MDL을 넘어온 병력에 경고하고 물러가게 하는 한국군의 조치는 같은 원칙을 한국 쪽에서 적용한 것이다. 북한은 같은 원칙을 자기에게는 권리로, 한국에는 금지로 적용하고 있다.
이 판단을 흔들 수 있는 사정이 하나 있다. MDL이 하나의 선이 아니라는 점이다. 1953년 정전협정 때 세운 표지판 1292개 가운데 지금 식별되는 것은 200개 정도다. 한국군은 2004년 미국이 정립한 군사지도의 선을 쓰고, 유엔사는 2016년 10m 간격으로 만든 좌표를 이은 선을 쓴다. 김성윤 합참 정보분석처장은 북한군이 표지판 연결선이나 자체 기준선을 따라 공사하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한국군이 경고사격을 한 뒤 현장을 확인해 보니 옛 표지판이 한국군 기준선보다 남쪽에 있었던 사례도 있었다. 개별 경고사격 가운데 일부는 북한이 다툴 여지가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그 다툼을 풀 자리를 거부하는 쪽은 북한이다. 한국 정부는 2025년 11월 기준선 문제를 논의할 군사회담을 북한에 제안했지만 북한은 답하지 않았다. 북한 외무성은 자기 영토 안의 군사주권 행사를 적수국과 논의하지 않겠다고 했다. 게다가 이번 지뢰 지점은 한국군과 유엔사가 함께 MDL 남쪽이라고 확인한 곳이다. 기준선 차이는 실재하지만, 이번 사건에서 북한의 책임 부인을 뒷받침하지는 못한다.
왜 하필 확성기인가
북한이 경고사격에 맞사격 대신 확성기를 꺼낸 데에는 남북 확성기의 현재 상태가 작용한다. 한국군은 2024년 북한의 오물풍선에 맞서 약 6년 만에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해 모든 전선으로 넓혔고, 북한은 이를 상쇄하려는 대남 소음방송으로 맞섰다. 접경 주민은 1년 가까이 수면과 농사에 피해를 입었다. 이재명 대통령의 지시로 한국군은 2025년 6월 11일 방송을 전면 중단했고, 8월에는 전방 고정식 확성기 24대를 철거했다. 북한 시설은 남았다. 합참은 당시 북한이 5~6월에 오히려 스피커를 늘려 놓은 채 가동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금 확성기는 MDL 북쪽에만 서 있다.
이 비대칭이 북한의 계산을 설명한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대북 확성기를 먼저 중단한 한국 정부가 이를 번복하기 쉽지 않다는 점을 북한이 간파하고 압박하는 것이며, 속내는 확전으로 가지 않도록 경고방송을 줄이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이 확성기를 켜면 한국은 접경 주민의 피해를 감수하고 다시 세우거나, 북쪽의 일방적 소음을 견뎌야 한다. 어느 쪽이든 정부에는 부담이다.
동시에 북한은 수위를 조절하고 있다. 박정천은 한국군이 북한 군인들의 실제 안전을 위협하는 도발을 해 올 때 즉시 반격하라고 했다. 반격의 조건을 경고 조치가 아니라 '실제 위협'으로 좁힌 것이다. 홍민은 이를 확전을 피하려는 수위 조절로 평가했다. 김병주 의원도 22일 라디오에서 예전 같으면 엄청난 응징을 말했을 북한이 절제하는 것 같고, 북한이 말한 화력부대의 사격대기는 전방에서 늘 유지하는 태세라고 평가했다. 반면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당·군 수뇌부의 동행 시찰을 한국군 대응을 위축시키고 공사를 완공하려는 단절 의지의 표현으로 읽었다. 해석의 강도는 달라도, 북한이 노리는 것이 요새화 공사의 완수라는 데에는 분석이 모인다.
공사 일정이 실제로 쫓기고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지뢰 폭발 뒤 긴장으로 요새화 일정에 차질이 생겨 북한군이 겨울 전 목표를 채우지 못해 압박을 받고 있다고 했고, 홍민도 북한이 경고사격 빈도를 낮춰 동절기 전에 공사를 마치려 한다고 봤다. 북한이 해마다 겨울에는 작업을 멈춰 온 것을 보면 그럴 법한 설명이다. 다만 북한의 내부 일정을 보여 주는 자료는 없어서, '왜 하필 지금'에 대한 이 답은 정황에 기댄 설명이다.
한국에 걸린 쟁점은 확성기가 아니라 경고 조치다
한국 정부는 아직 맞대응 수단을 정하지 않았다. 국방부 당국자는 20일 어떤 대응 수단도 배제하지 않는다고 했고, 정빛나 국방부 대변인은 22일 북한이 뭔가를 한다면 비례적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결정된 것은 없다고 했다. 통일부는 같은 날 서로 확성기를 틀며 남북 주민이 고통을 겪은 일을 반복해서는 안 된다며 MDL을 평화적으로 관리할 소통체계를 촉구했고, 구체적 대응은 관계 부처 협의로 정한다고 했다. 접경지역시장군수협의회는 이미 10월 6일 자 성명에서 주민 안전과 지역경제를 이유로 대북 확성기 재개에 반대했다. 반대편에서 국민의힘은 지뢰 폭발 이후 지뢰 제거만으로는 상응 조치가 부족하다며 더 강한 대응을 요구해 왔다.
확성기로 맞대응을 서두를 근거는 한국군 지휘부의 평가에서부터 약하다. 강신철 국방부 장관은 10월 7일 국감에서 대북 확성기가 과거에는 효과가 있었지만 북한의 학습 효과 때문에 같은 방식으로 북한을 굴복시키기는 어렵다고 했다. 진영승 합참의장은 이튿날 확성기 방송 중 북한의 MDL 작업이 멈출지에 대해 효과가 제한될 것으로 판단한다고 답했다. 확성기를 다시 켜도 요새화 공사는 멈추지 않는다는 것이 군 스스로의 평가다.
그렇다면 이 대치에서 한국에 걸린 쟁점은 '확성기 대 확성기'가 아니다. 북한이 담화로 멈추게 하려는 것은 MDL을 넘어온 병력에 대한 경고 조치다. 한국이 이 조치를 줄이면 북한은 확성기를 켜지 않고도 원하는 것을 얻는다. 합참은 22일 브리핑에서 주도권을 잃었다고 보지 않으며 계획에 따라 합당한 조치를 하고 있다고 했다. 그 조치가 정당성을 지키려면 한국군이 어느 선을 기준으로 경고하는지가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 국방부가 유엔사와 꾸린 기준선 일치 작업이 확성기 결정보다 이 대치의 향방에 더 직접 닿아 있는 이유다.
지금 어디까지 왔나
북한은 사흘 동안 말을 세 번 높였지만, 22일 현재 한국군이 확인한 북한의 행동은 담화 이전과 같다. 확성기는 정비 중이고 새 무기는 보이지 않는다. 확인된 정황 전체를 가장 잘 설명하는 것은, 이 위협이 요새화 공사를 방해받지 않으려는 압박이고 한국이 먼저 확성기를 내려놓은 비대칭을 지렛대로 삼았다는 그림이다. 북한은 그러면서도 반격의 조건을 좁혀 충돌로 번지는 길은 피하고 있다.
다음 갈림길은 북쪽 확성기에서 실제로 소리가 나는 순간이다. 그때 정부가 말한 '비례적 조치'의 내용이 정해진다. 그 사이 외교부는 22일, 지뢰 폭발이 북한군이 매설한 지뢰에 의한 명백한 정전협정 위반이라는 점을 적시한 서한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의장에게 보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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