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 · 과학·기술

엇갈리던 태풍 '참피' 예보, 일본도 동쪽으로 고쳐 '제주 남쪽 지나 일본행'으로 모였다…국내 비·너울은 여전히 유동적

제30호 태풍 참피의 진로를 두고 21일 한국·미국·일본의 예보가 다르게 나왔다. 한국 기상청과 미국 합동태풍경보센터(JTWC, 미군의 태풍 예보 기관)는 일본 규슈 쪽을 가리켰다. 일본 기상청은 제주 쪽으로 더 다가온 뒤 대마도 근해로 가는 경로를 내놓았다. 하루 뒤인 22일 오후 일본 기상청이 예상 위치를 동쪽으로 크게 옮겼다. 이로써 세 기관의 전망은 '대만 북쪽에서 방향을 꺾어 제주 남쪽 바다를 지나 규슈·서일본 쪽으로 가며 약해진다'는 하나의 흐름으로 모였다. 그렇다고 한국이 영향권 밖이라는 뜻은 아니다. 이번 주말 제주와 남부의 비와 바다 날씨는 태풍 중심이 어디로 가느냐보다 태풍이 밀어 올리는 수증기와 너울에 달려 있고, 그 예보는 아직 바뀌고 있다.

바뀐 것은 태풍이 아니라 예보다

먼저 구별할 것이 있다. 지금까지 나온 '진로를 틀었다'는 말은 태풍이 실제로 움직인 방향을 가리키지 않는다. 한국 기상청 발표에 따르면 참피는 22일 오전 3시 오키나와 남쪽 약 750㎞ 바다에서 북서쪽, 곧 대만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중심기압은 915hPa, 최대풍속은 초속 55m였다. 한국 기상청 분류에서 가장 높은 '초강력'(초속 54m 이상) 단계다. 21~22일 사이 바뀐 것은 이 태풍이 사나흘 뒤 어디로 갈지에 대한 예보다.

왜 대만 북쪽에서 꺾인다고 보나

예보가 크게 바뀐 것은 태풍을 움직이는 주변 기압계를 다르게 판단하게 됐기 때문이다. 20일 무렵까지는 참피가 대만 북부를 지나 중국에 상륙한다는 예상이 많았다. 21일 MBC 방송에서 윤태구 MBC 기상분석관은 태풍을 서쪽으로 밀던 고기압이 예상보다 동쪽으로 물러나면서 그 가장자리를 따라 북쪽으로 길이 열렸다고 설명했다. JTWC는 22일 예보 분석문에서 같은 현상을 이렇게 적었다. 북쪽을 지나는 기압골이 아열대고기압의 가장자리를 약하게 만들고, 그 틈으로 태풍이 북동쪽으로 꺾인다는 것이다.

같은 분석문은 언제, 얼마나 빨리 꺾이느냐를 두고 예측 모델들이 갈린다고도 밝혔다. 인공지능(AI) 기반 모델들은 더 일찍 꺾여 규슈에 상륙하는 경로를 냈다. 물리 방정식으로 대기를 계산하는 역학 모델들은 대만 북동쪽 끝과 중국 연안에 더 붙었다가 대한해협 쪽으로 가는 경로를 냈다. JTWC는 공식 경로를 AI 모델들의 평균 근처에 놓았다. 늦게 꺾일수록 태풍은 더 서쪽에서 더 북쪽까지 올라오고, 그만큼 한반도에 가까워진다. 기관마다 예보가 달라진 뿌리가 여기에 있다.

엇갈림은 '어디로'가 아니라 '언제 꺾이느냐'의 차이였다

같은 시각을 놓고 비교하면 세 기관의 차이가 어디에 있었는지 보인다. 서울신문은 22일 오전 발표들을 26일 오전 3시 기준으로 맞춰 비교했다. 한국 기상청은 그 시각 태풍 중심을 규슈 서쪽 바다에 두었다. JTWC는 나가사키 부근에 두고 규슈 상륙을 예상했다. 일본 기상청 자료를 옮긴 일본기상협회 게재 예보표는 같은 시각 중심을 제주 남쪽 바다에 두었다. 일본 기상청은 그 전날인 21일 오전 9시 45분 발표에서도 26일 오전 9시 중심을 대마도 근해로 잡았다.

즉 세 기관은 모두 참피가 대만 북쪽에서 북동쪽으로 꺾인다고 봤다. 달랐던 것은 꺾이기 전에 얼마나 서쪽에서 얼마나 북쪽까지 올라오느냐였다. 일본 기상청의 경로가 가장 서쪽으로 치우쳐 제주에 가장 가까웠다. 제주 남쪽을 지난 뒤 일본으로 가는 경로도 가능하므로, '제주 근접'과 '일본행'은 처음부터 서로 배치되는 전망이 아니었다. 한국 기상청도 하루 사이 예보를 고쳤다. 26일 오전 3시 중심을 21일 오전 4시에는 서귀포 남쪽 약 320㎞ 바다로 봤다가, 22일 오전 4시에는 가고시마 서쪽 약 170㎞ 바다로 북동쪽으로 옮겼다.

일본 기상청도 22일 오후 동쪽으로 고쳤다

'일본도 규슈 쪽으로 좁혔다'는 보도를 뒷받침하는 것은 22일 오후 일본 기상청 발표다. 같은 26일 오후 3시의 중심 위치를 21일 오후 3시 45분 발표는 대마도 근해로 예상했다. 22일 오후 3시 45분 발표는 이를 서일본으로 옮겼다. 같은 시각의 예상 위치가 남동쪽으로 크게 이동한 것이다. 22일 오후 9시 45분 발표는 25일 밤 규슈 서쪽 바다를 지나 26일 밤 도카이 지방에서 온대저기압이 되는 경로를 그렸다. 꺾인 뒤 북쪽으로 덜 올라가고 더 빨리 동쪽으로 빠진다고 판단을 바꾼 셈이다. JTWC도 22일 오전에는 진로 예보의 신뢰도를 '낮음'으로 봤다. 같은 날 오후 분석문에서는 사흘 앞까지는 '높음', 그 뒤는 '중간'으로 올려 적었다. 세 기관의 큰 그림은 한국과 미국이 전날부터 내놓던 경로 쪽으로 모였다.

다만 이 수렴을 어디까지 읽을지는 조심해야 한다. 일본 기상청 예보표가 직접 쓰는 표현은 '규슈 서쪽'과 '서일본'이고, 규슈에 언제 상륙하거나 통과하는지는 나와 있지 않다. 25일 오후 3시 예상 중심도 여전히 제주도 남쪽 동중국해다. 무엇보다 예보도에 그려진 원은 그 시각 태풍 중심이 들어갈 확률이 70%인 범위다. 일본 기상청의 26일 원 반지름은 370㎞에 이른다. 원의 중심을 이은 선도 태풍이 실제로 지나갈 길이 아니다. 일본 기상청도 22일 오후 발표에서 "태풍의 예상에는 불확실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지금 근거로 말할 수 있는 것은 '제주 남쪽 바다를 지나 일본 쪽으로 간다'는 큰 방향이다. 특정 지점에 상륙한다는 것까지는 아니다. 한반도 상륙 방향을 낸 유럽중기예보센터(ECMWF) 모델 결과가 보도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여러 모델 가운데 하나의 계산이고, 어느 기관의 공식 예보도 아니다.

'초강력'은 대만 앞바다의 이야기다

경로가 정리됐다면 다음 질문은 그 길에서 태풍이 얼마나 세냐는 것이다. 이름 앞에 붙은 '초강력'은 한국 근처까지 이어지지 않는다. 지금 그 세력을 정면으로 맞는 곳은 대만이다. 대만 중앙기상서는 22일 육상 태풍경보를 냈다. 23일 밤부터 24일 새벽 사이에는 태풍 중심이 대만에서 약 80㎞까지 다가오고 상륙 가능성도 남아 있다고 밝혔다. 북부·북동부 산지에는 22~24일 600~900㎜의 비가 예상됐다. 22일 대만 항공편 결항은 오전 10시 125편에서 오후 2시 155편으로 늘었다. 본섬 대부분과 펑후·마쭈에서는 23일 휴교·휴업이 결정됐다.

북쪽으로 올라올수록 사정은 달라진다. 바다 온도와 바닷속 열에너지가 낮아지고, 고도별 바람 차이(연직바람시어)가 커져 태풍의 구조가 흐트러지기 쉽다. 강혜미 기상청 예보분석관은 22일 브리핑에서 한국 주변 바다가 남쪽 바다보다 차고 상층의 편서풍이 태풍의 북상을 막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한국 기상청과 일본 기상청은 26일 오전 3시 최대풍속을 각각 초속 21m와 20m로 예상했다. 지금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JTWC는 규슈에 닿기 전에 소멸할 가능성까지 제시했다. 보도마다 풍속 숫자가 달라 보이는 것은 기준 탓도 있다. JTWC는 1분 평균, 한국·일본은 10분 평균 풍속을 쓰기 때문에 두 숫자를 그대로 비교할 수 없다.

한국의 주말 날씨는 중심선이 정하지 않는다

태풍이 약해져 일본으로 간다고 해서 한국이 비켜 가는 것은 아니다. 이번 주말 남부에 내릴 비는 태풍 본체의 비구름에서 오지 않는다. 기상청은 태풍과 그 동쪽 아열대고기압이 밀어 올린 따뜻한 수증기가 북쪽의 찬 공기와 부딪쳐 만드는 비구름 띠(수렴대)에서 온다고 설명했다. 기상청 22일 오전 5시 예보는 23일 오후 제주에서 비가 시작돼 밤에 전남·경남 남해안으로, 24일에는 남부지방으로 번진다고 봤다. 23~24일 예상량은 제주 30~80㎜, 광주·전남·부산·울산·경남 10~40㎜였다. 같은 날 낮 정례 브리핑을 전한 보도에서는 남부지방 예상량이 5~30㎜로 소개됐다. 25일에는 일부 충청권, 26일 오전에는 충청권과 강원 영동까지 비가 번질 수 있다. 기상청은 비가 오는 지역과 시점이 태풍의 경로·강도와 주변 기압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밝혔다. 태풍이 대만 북쪽에서 언제 꺾이느냐가 아직 정해지지 않았으니, 이 숫자들은 하루 이틀 새 더 움직일 수 있다.

바다는 이미 영향권에 들어 있다. 22일 오전 제주남쪽먼바다와 남해동부바깥먼바다에는 풍랑특보가 내려져 있었다. 물결은 1.5~4m, 높은 곳은 5m 이상으로 예보됐다. 태풍이 멀리서 보낸 긴 파도인 너울은 제주 해안에 22일부터, 남해안에 23일부터 밀려와 갯바위와 방파제를 넘을 수 있다. 제주에는 23일 오후부터, 남해안에는 24일부터 순간풍속 시속 55㎞(산지 70㎞)가 넘는 바람이 예상됐다. 제주·서귀포 해양경찰서는 21일부터 연안 안전사고 위험예보 '주의보'를 내리고 해안 순찰을 늘렸다. 기상청은 태풍 중심이 남쪽 바다로 지나가도 태풍특보가 내려질 수 있다며, 주말에는 가급적 남해상으로 이동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참피가 실제로 한국에 영향을 주면 1998년 10월 16~18일의 '제브'를 넘어, 기록상 가장 늦게 한국에 영향을 준 태풍이 된다.

정해진 것과 남은 것

이틀 사이 예보가 가리키는 방향은 분명해졌다. 참피는 대만 근처까지 강한 세력으로 올라온 뒤 북동쪽으로 꺾일 것이다. 그 뒤 제주 남쪽 바다를 지나 규슈·서일본 쪽으로 가면서 빠르게 약해져, 26일 무렵 온대저기압으로 바뀔 것이다. 한·미·일 공식 예보가 모두 이 그림으로 모였다. 21일의 '제주 근접 대 일본행' 구도는 꺾이는 시점에 대한 판단 차이였고, 일본 기상청이 22일 오후 그 판단을 동쪽으로 고치면서 사실상 풀렸다. 남은 변수도 같은 자리에 있다. 대만 북쪽에서 언제 꺾이느냐에 따라 제주와 태풍 중심 사이의 거리가 달라지고, 남부에 내릴 비의 양도 달라진다. '초강력'이라는 지금의 세력을 보고 한반도 상륙을 걱정할 근거는 지금의 예보에 없다. 반대로 '일본행'이라는 결론만 보고 주말 제주·남해안 바다를 안심할 근거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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