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중수청 지휘·감독 포기는 탄핵 사유"…하지만 국무회의에 안 부르는 것은 감독 포기가 아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10월 22일 X(옛 트위터)에 "중수청에 대한 지휘·감독을 포기하는 것은 헌법과 정부조직법 위반으로 탄핵 사유이고, 직무유기로 형사처벌 받을 범죄"라고 썼다. 중수청은 검찰청이 폐지되면서 10월 2일 문을 연 중대범죄수사청이다. 부패·경제·마약 같은 중대범죄를 직접 수사하는 행정안전부 소속 기관이다. 대통령의 글은 중수청장을 대통령이 주재하는 국무회의에 앉히지 말라는 비판에 대한 반박이었다. 대통령은 "지휘·감독을 공개회의에서 하지 말고 밀실에서 비공개로 하라는 것이냐"고 물었다. 그리고 공개회의에서 중수청장을 '열외'시키는 것이 정치적 중립을 확보하는 방안이라는 주장은 "무논리"라고 했다.
대통령이 '탄핵 사유'라고 한 것
문장만 보면 탄핵과 범죄의 대상은 배석에 반대하는 사람이 아니라 '지휘·감독을 포기하는 대통령'이다. 그런데 이 글은 중수청장을 국무회의에 부르지 않는 것을 곧 지휘·감독을 포기하는 것으로 놓았다. 그러니 따져야 할 질문은 하나다. 중수청장을 국무회의에 부르지 않으면 대통령이 중수청 감독을 포기하는 것인가. 답은 '아니다'다. 그리고 이 잘못된 등식 때문에 이 논쟁에서 정말 따져야 할 질문이 가려지고 있다.
수사기관장은 어떻게 국무회의에 앉게 됐나
배석 논란은 중수청에서 시작되지 않았다. 역대 정부에서 검찰총장과 경찰청장은 국무회의에 나오지 않는 것이 관례였다. 이 대통령은 2025년 12월 30일 국무회의에서 "청은 따로 논다"며 외청도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매주 참석하라고 지시했다. 외청은 산림청·소방청처럼 부처 아래 있는 '청' 단위 기관이다. 청와대는 외청의 업무 공유와 보고가 늦다는 이유를 들었다. 이 방침에 따라 2026년 1월 20일부터 구자현 검찰총장 직무대행과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도 국무회의에 배석하기 시작했다. 수사기관장만 겨냥한 지시가 아니었다. 외청 전체에 내린 방침에 수사기관도 예외 없이 포함된 것이다.
중수청과 함께 출범한 공소청에도 이 방침은 그대로 적용됐다. 공소청은 기소만 맡는 법무부 소속 기관이다. 10월 6일에는 두 기관의 직무대행이 함께 배석했고, 20일에는 김지용 초대 중수청장이 처음 배석했다. 김 청장은 검사 출신으로 대검 감찰1과장, 춘천지검장 등을 지냈고 10월 15일 임명됐다. 이날 대통령은 김 청장에게 권력형 부패와 증권·금융 범죄를 성역 없이 수사해 중수청의 필요성을 국민에게 증명해 달라고 당부했다. 국민의힘은 6일 직무대행 배석 때부터 '권력 길들이기'라고 비판해 왔고, 김 청장의 첫 배석으로 논란이 커졌다. 대통령은 21일에 생성형 AI 제미나이의 답변을 인용해 배석 불가론을 '위헌적 억지'라고 반박했다. 그러자 AI 답변을 국정 판단의 근거로 삼았느냐는 비판이 더해졌고, 다음 날 '탄핵 사유' 글이 나왔다.
어디까지는 다툼이 없나
양쪽이 실제로 다투는 범위는 생각보다 좁다. 우선 대통령에게 중수청을 지휘·감독할 권한이 있다는 데는 반대편도 이견이 없다. 정부조직법 제11조는 대통령이 "법령에 따라" 모든 중앙행정기관장을 지휘·감독한다고 정한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도 22일 중수청 지휘·감독은 "장관을 통해서 하면 된다"고 말했다. 감독권을 부정한 것이 아니라 감독하는 방식을 문제 삼은 것이다.
배석이 합법이라는 데도 의견이 대체로 모인다. 국무회의 규정 제8조는 의장인 대통령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청장을 배석시키고 발언하게 할 수 있다고 정한다. 참석 횟수나 안건을 제한하는 문구는 없다. 연합뉴스가 취재한 법조인들도 배석이 위법하지 않다는 데 동의했다. 배석에 비판적인 참여연대조차 대통령의 행정감독권은 인정하고, 그 위에서 배석을 꼭 필요한 경우로 줄이라고 요구했다. 그런데 대통령의 22일 글은 이런 비판을 "중수청은 지휘·감독하지 말라는 것이냐"는 주장으로 바꿔 받았다. 비판자들이 하지 않은 말에 답한 셈이다.
배석시키지 않는 것은 감독 포기가 아니다
대통령의 등식은 국무회의 규정 자체에서부터 맞지 않는다. 규정 제8조가 대통령에게 준 것은 청장을 부를 '수 있다'는 재량이다. 중수청장은 반드시 참석해야 하는 사람으로 열거돼 있지 않다. 부를 권한이 있다고 해서 부르지 않는 것이 의무 위반이 되지는 않는다.
감독은 국무회의 밖에서도 이뤄진다. 중수청법 제6조는 행정안전부 장관이 중수청장과 직원을 일반적으로 지휘·감독하되, 구체적 사건은 청장만 지휘·감독하도록 정한다. 장관이 일선 수사관에게 직접 사건 지시를 내리지 못하게 한 장치다. 김소정 변호사는 이 구조를 정치권력의 직접적인 수사 개입을 막는 '완충 장치'로 해석했다. 법이 대통령→장관→청장으로 이어지는 감독 경로를 따로 마련해 둔 것이다. 장동혁 대표가 말한 '장관을 통한 감독'이 바로 이 경로다. 중수청장을 국무회의에 부르지 않아도 감독은 끊기지 않는다.
탄핵과 형사처벌의 문턱은 이보다 훨씬 높다. 헌법 제65조는 대통령이 직무를 집행하면서 헌법이나 법률을 어긴 경우를 탄핵소추 요건으로 정한다. 헌법재판소는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대통령을 파면하려면 '중대한' 법 위반이 있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직무유기죄에 대해서는 대법원이 해야 할 구체적 의무가 있고 그 의무를 의식적으로 내버려 두거나 포기해야 성립한다고 판시했다. 앞서 본 대로 중수청장을 국무회의에 앉혀야 할 법적 의무는 확인되지 않는다. 의무가 없으면 그 의무를 버리는 직무유기도, 법 위반을 전제로 하는 탄핵 사유도 성립할 수 없다.
같은 기준을 다른 대통령에게 적용해 보면 결론은 더 분명해진다. 대통령의 논리대로라면 검찰총장을 국무회의에 앉히지 않은 역대 대통령은 모두 탄핵 사유를 저지른 셈이다. 국민의힘 박정훈 의원은 "검찰총장을 배석시키지 않았던 김대중·노무현·문재인 대통령도 탄핵됐어야 한다는 소리냐"고 되물었다. 이 물음은 이 대통령 자신에게도 해당한다. 2025년 12월 30일 지시가 나오기 전에는 이 정부에서도 검찰총장이 국무회의에 앉지 않았다. 상대가 바뀌면 성립하지 않는 원칙이라면, 법이 요구하는 것이라기보다 지금의 운영 방침을 강한 말로 표현한 것으로 봐야 한다.
대통령 쪽 논리에서 타당한 부분
그렇다고 대통령의 문제 제기에 근거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수사기관도 행정부 조직이므로 민주적 통제를 받아야 한다는 원칙은 옳다. 대통령은 21일 산림청장·소방청장·해양경찰청장도 국무회의에 참석하는데 수사기관만 특별 취급하는 관행을 바로잡겠다고 했다. 다른 외청장에게 적용하는 기준을 수사기관에도 똑같이 적용하겠다는 것이니, 이 점에서는 원칙이 일관된다. 국무회의에 나오지 않는다고 독립성이 지켜지는 것도 아니다. 양홍석 변호사는 국무회의에 불참해도 "장막 뒤에서도" 수사 지휘는 얼마든지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대통령이 이 원칙을 '공개 회의냐 밀실이냐' 둘 중 하나를 고르는 문제로 바꿨다는 데 있다. 비판자들이 내놓은 대안은 밀실이 아니라 장관을 거치는 법정 경로였다. 선택지가 둘뿐인 것처럼 말하면 반대 의견은 '감독을 피하자는 주장'으로 보이게 된다.
실제로 따져야 할 질문: 매주 마주 앉는 구조
배석을 비판하는 쪽이 문제 삼는 것은 위법성이 아니다. 대통령과 수사기관장이 매주 같은 회의에 앉는 구조가 수사의 공정성을 의심받게 만든다는 것이다. 참여연대는 국무회의 구성원도 잠재적 수사·기소 대상이므로, 구체적 사건 지시가 없어도 정례 배석은 정치적 부담을 주고 '공정성의 외관'을 해친다고 주장했다. 공정성의 외관이란 실제로 압력이 있었는지와 별개로, 밖에서 보기에 수사가 공정해 보이느냐를 말한다. 유승익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장은 출범 초 한두 번의 인사성 배석은 괜찮다고 봤다. 하지만 정례 대면이 이어지면 앞으로 정부·여당 관련 수사를 아무리 공정하게 해도 의심받을 수 있다고 했다. 국민의힘 박충권 수석대변인은 10월 7일 대통령 자신의 형사사건이 공소청 판단 대상이 될 수 있다며 대면 자체를 문제 삼았다.
청와대의 답은 이 질문을 비켜 간다. 성기홍 홍보소통수석은 22일 국무회의에서 구체적 개별 사건의 수사·공소 지휘는 "일절 다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대통령도 21일 "구체적 사건 수사 지휘는 하지 않을 테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다"고 썼다. 그러나 비판이 겨냥하는 것은 회의에서 무슨 말을 하느냐가 아니라 매주 마주 앉는 구조 자체다. 사건 얘기를 하지 않겠다는 약속은 회의 안에서 하는 말을 단속할 뿐이다. 수사기관장이 그 자리에 앉는 것만으로 생기는 부담에는 답하지 않는다.
야당의 '하명수사' 주장도 확인된 사실을 넘는다
반대쪽 주장에도 과장이 있다. 한동훈 무소속 의원은 20일 대통령이 김 청장에게 중수청의 필요성을 증명하라고 한 말을 "네 편과 내 편을 정확히 가려 하명에 충실하게 수사하라"는 뜻으로 해석했다. 그러나 공개된 발언에는 특정 사건도 특정인도 없었다. 대통령은 오히려 편을 가르지 말고 성역 없이 수사하라고 했다. 정례 배석이 압력처럼 보일 수 있다는 우려와 대통령이 실제로 수사를 지시했다는 주장은 서로 다른 이야기다. 지금까지 공개된 기록이 뒷받침하는 것은 앞의 우려뿐이다.
논쟁은 지금 어디에 와 있나
대통령의 '탄핵 사유' 발언은 법적으로 성립하지 않는 주장으로 정당한 질문을 밀어낸 셈이다. 대통령에게 감독권이 있다는 점도, 배석이 합법이라는 점도 이미 다툼이 없다. 남은 질문은 수사기관장을 매주 부르는 것이 적절하냐다. 그런데 대통령은 이 질문을 감독을 하느냐 마느냐의 문제로 바꿔 놓았다. 경향신문은 대통령이 연일 과도한 수위로 대응해 비판 자체를 봉쇄한다는 지적을 전했다.
김 청장이 앞으로 매주 배석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중수청은 21일 향후 참석 여부가 정해지지 않았다고 했고, 청와대는 22일 중수청·공소청도 외청 참석 방침의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그 사이 이 질문에 실제로 답할 수 있는 방안도 나와 있다. 정지웅 대한변호사협회 부협회장은 배석을 형사사법정책 현안으로 한정하고, 개별 사건과 관련한 보고·접촉을 엄격히 제한하며 그 과정을 기록하자고 제안했다. 김 청장도 청문회에서 정치권·정부 관계자의 수사 개입 시도와 사건 배당·수사팀 교체 경위를 기록하겠다고 약속했다. 배석을 이어가겠다면 정부가 답해야 할 것은 감독권이 있느냐가 아니다. 이런 장치를 받아들이겠느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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