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 사회

태풍 참피, 일본으로 꺾여도 제주·남부엔 주말 강한 비바람…제주도는 특보 대비 점검

제30호 태풍 참피는 23일 오후 대만 동쪽 바다에서 북북서쪽으로 올라오고 있었다. 한때는 초강력 태풍이었다. 한국 기상청 분석으로 22일 새벽 중심 부근 최대풍속이 초속 55m였는데, 23일 오후 3시에는 초속 39m로 약해졌다. 기상청은 참피가 24일께 대만 북동쪽 바다에서 북동쪽으로 방향을 바꿀 것으로 본다. 이후 일본 규슈 쪽으로 가면서 더 약해지고, 26일에는 태풍의 성질을 잃고 온대저기압이 된다는 전망이다.

태풍 중심은 규슈 쪽으로 향할 전망이다

'참피가 방향을 틀었다'는 보도가 가리키는 것은 태풍의 실제 움직임이 아니라 예보의 변화다. 20일 기상청은 참피가 대만 북부를 지나 중국 동부 해안으로 갈 것으로 내다봤다. 21일에는 대만 부근에서 북동쪽으로 꺾여 가고시마 쪽으로 가는 경로로 고쳤다. 윤태구 MBC 기상분석관은 이렇게 바뀐 이유를 두고, 참피를 서쪽으로 밀던 고기압이 예상보다 동쪽으로 물러나면서 북쪽으로 올라갈 길이 열렸다고 설명했다. 23일 새벽 예보는 이 큰 흐름을 유지한 채 규슈에 닿는 시점과 약해지는 속도를 앞당겼다. 미국 합동태풍경보센터(JTWC)도 22일 내내 규슈행을 예상했다. 그러나 23일 오후까지 참피는 여전히 북북서로 움직이고 있었다. 북동쪽으로 꺾인다는 것은 아직 예보일 뿐이다.

기상청이 참피가 한반도까지 올라오기 어렵다고 보는 근거는 두 가지다. 강혜미 기상청 예보분석관은 22일 브리핑에서 한국 주변 해수면 온도가 26도 이하로 낮아 태풍이 약해지고, 25일에는 상층 제트기류가 일으키는 강한 편서풍이 태풍의 북상을 막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태풍은 따뜻한 바다에서 힘을 얻는데 한국 주변 바다는 이미 그만큼 따뜻하지 않다. 게다가 서쪽에서 동쪽으로 부는 강한 바람이 태풍이 북쪽으로 올라오는 길을 가로막는다는 뜻이다.

그래도 비가 오는 이유: 태풍이 밀어 올린 수증기

태풍 중심이 오지 않는데도 제주와 남부에 비가 오는 것은 이번 비를 만드는 것이 태풍 중심이 아니기 때문이다. 기상청은 참피와 일본 남동쪽 아열대고기압이 남쪽의 수증기를 밀어 올리고, 이 수증기가 북쪽의 찬 공기와 만나 비구름이 모이는 띠(수렴대)를 만든다고 설명했다. 이 띠가 걸치는 곳이 제주와 남부다. 강남영 경북대 지리학과 교수도 찬 공기가 태풍을 일본 쪽으로 꺾더라도 다량의 수증기 때문에 제주와 남해안에 강한 비가 올 수 있다고 말했다. 강 교수의 설명을 따르면 북쪽의 찬 공기는 두 가지 일을 한다. 태풍을 일본 쪽으로 비켜 가게 하고, 동시에 태풍이 보낸 수증기를 비로 바꾼다.

바람과 파도는 비와 다른 길로 온다. 참피는 중심 풍속이 약해졌지만 23일 새벽에도 초속 15m 이상의 바람이 부는 범위, 곧 강풍반경이 480㎞에 이르렀다. 중심이 제주에서 수백 ㎞ 떨어진 바다를 지나가도 그 둘레의 넓은 바다에는 거센 바람이 분다는 뜻이다. 태풍 주변에서 일어난 큰 물결도 먼 해안까지 밀려온다. 기상청은 제주 해안에는 22일부터, 남해안에는 23일부터 너울이 유입될 것으로 예보했고, 23일 예보에서는 너울이 방파제를 넘는 곳도 있겠다고 경고했다.

바다에는 태풍의 영향이 더 직접 닿을 수도 있다. 우진규 기상청 통보관은 참피가 가장 가까워지는 25일에 남쪽 바다의 예보구역이 강풍반경 안에 들어가 남해상 일부에 태풍특보가 내려질 수 있다고 했다. 그렇게 되면 참피는 1951년 이후 가장 늦게 국내에 영향을 준 태풍이 된다. 지금까지 가장 늦은 기록은 1998년 10월 16~18일 영향을 준 태풍 제브다. 기상청은 육지에 상륙했는지가 아니라 바다를 포함한 국내 특보구역에 태풍특보가 내려졌는지로 '국내 영향 태풍'을 판정한다. 그래서 참피가 육지에 오지 않아도 이 기록은 세워질 수 있다. 다만 특보가 실제로 내려져야 성립하는 기록이다.

얼마나 오나: 제주 사흘간 50~100㎜, 산지는 150㎜ 이상

23일 오전 제주지방기상청 예보로는 23~25일 사흘 동안 제주에 50~100㎜, 산지와 중산간에 150㎜ 이상의 비가 온다. 23일 밤부터 24일 새벽, 24일 밤부터 25일 새벽 사이에는 산지·중산간에 시간당 20~30㎜의 강한 비가 쏟아질 수 있다. 같은 사흘 동안 광주·전남과 부산·울산·경남은 20~60㎜가 예상됐다. 바람은 제주에 23일 오후부터 순간풍속 초속 20m 이상(산지 25m 이상), 남해안에 24일 새벽부터 초속 15m 안팎으로 불 전망이다. 제주 남쪽 먼바다는 24일 새벽부터 물결이 5m 이상으로 높아져 풍랑경보로 강화될 수 있다.

이 숫자를 읽을 때 두 가지를 구분해야 한다. 첫째, '150㎜ 이상'은 최댓값이 아니다. 많은 곳은 그보다 더 내릴 수 있다는 뜻이다. 둘째, 보도마다 숫자가 다른 데는 비를 더한 기간이 달라서인 경우도 있다. 22일에 나온 '제주 30~80㎜'는 23~24일 이틀치 예보였고, 23일의 50~100㎜는 25일까지 사흘치다. 두 숫자를 나란히 놓고 예보가 갑자기 늘었다고 읽으면 안 된다. 그렇다고 기간만 맞추면 숫자가 고정되는 것도 아니다. 예보 자체가 발표 때마다 고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이 아직 바뀔 수 있나

예보를 흔드는 가장 큰 변수는 아열대고기압이다. 참피는 이 고기압의 가장자리를 따라 움직인다. 그런데 강혜미 분석관에 따르면 수치예보 모델마다 이 고기압의 세력을 다르게 계산한다. 유럽중기예보센터(ECMWF) 모델처럼 참피가 느리게 움직이면 비가 26일까지 이어진다. 한국형 수치예보모델 KIM처럼 빠르게 움직이면 25일 밤에 그칠 수 있다. 기상청은 고기압이 예상보다 서쪽으로 넓어지면 참피가 일본 쪽으로 꺾이지 않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 경우 참피는 대만과 중국 남동부를 거치며 약해진 뒤 국내로 올 수도 있다.

예보는 실제로 계속 고쳐지고 있다. 23일 새벽 4시 예보는 참피가 온대저기압으로 바뀌는 시점을 하루 전 예보의 27일 새벽에서 26일 새벽으로 앞당겼다. 그런데 같은 날 오후 4시 태풍 통보문은 이 시점을 다시 26일 오후 3시로 늦췄다. 태풍이 얼마나 빨리 약해지고 얼마나 빨리 지나갈지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는 뜻이다. 그에 따라 제주와 남부에 비가 얼마나 오래 내릴지도 달라진다.

제주는 무엇을 했고, 무엇은 아직 계획인가

제주의 대비는 이런 예보에 맞춰져 있다. 제주도는 23일 오전 관계부서·유관기관 대책회의를 열고 관광·농업·수산·하수도·교통·건축 분야의 준비 상황을 점검했다. 가장 무게를 둔 것은 낙엽이다. 가을철 낙엽과 쓰레기가 빗물받이를 막으면 집중호우 때 물이 하수관으로 빠지지 못하고 길에 고인다. 도는 취약지역 배수시설을 점검하고 쌓인 퇴적물을 치우도록 했다. 간판·현수막·가설물처럼 바람에 날리거나 넘어질 수 있는 시설물도 점검하게 했다. 항공기가 결항·지연돼 공항에 발이 묶인 사람이 생길 경우에 대비해 기관 간 협조체계도 확인했다.

다른 기관들도 같은 위험을 겨냥했다. 행정안전부는 같은 날 오전 김용균 자연재난실장 주재로 중앙부처·지방정부·공공기관 대책회의를 열었다. 윤호중 행안부 장관은 어선·양식시설 결박, 저지대 빗물받이 정비, 제주·남해안의 방파제·갯바위·해안 산책로 선제 통제, 조업·출항 금지 같은 해상 안전관리를 지시했다. 제주도 소방안전본부는 22일 소방차량 157대와 수방장비 205대를 점검하고, 하천범람 우려지역·대형 공사장·해안 저지대 등 185곳의 순찰을 강화했다. 제주·서귀포해양경찰서는 21일부터 연안 안전사고 위험예보 '주의보'를 내리고 갯바위·방파제 순찰을 늘렸다. 23일 오전 서귀포시 예래동에서는 거친 파도 속에 주민이 해안 접근을 막는 차단선을 설치하는 모습이 사진에 담겼다.

다만 보도에 나온 '비상 대응'의 상당 부분은 아직 조건이 붙은 계획이다. 제주도 회의는 도 재난안전대책본부에서 열렸지만, 그것이 대책본부를 가동했다는 뜻은 아니다. 조상범 제주도 안전건강실장은 기상특보가 발효되면 재난안전대책본부를 즉시 가동하겠다고 했다. 소방도 특보가 나오면 단계별 비상근무에 들어가고, 피해 우려가 커지면 긴급구조통제단을 가동하겠다고 밝혔다. 119 신고접수대를 최대 31대까지 늘릴 계획도 내놨다. 행안부의 해안 통제와 출항 금지도 지시 단계다. 항구별로 실제 통제가 시행됐다는 기록은 확인되지 않는다.

특보는 이미 내려지기 시작했다. 23일 오전 제주 동부 앞바다와 남쪽 먼바다에 풍랑주의보가 발효 중이었고, 육상에는 강풍 예비특보가 나왔다. 오후에는 제주 산지와 서귀포 남부·중산간에 호우특보가 내려졌다. 조 실장이 내건 조건이 채워지기 시작한 셈이다. 그러나 이 특보 뒤 대책본부가 실제로 가동됐는지는 이 글을 쓰는 시점까지 확인하지 못했다.

이번 주말 위험은 태풍 중심이 아니라 비구름과 바다

참피의 중심은 규슈 쪽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태풍이 비켜 간다'는 말이 이번 주말 제주와 남부가 안전하다는 뜻은 아니다. 태풍이 밀어 올린 수증기가 찬 공기와 만나 만든 비구름 띠가 23~25일 제주 산지와 중산간에 시간당 20~30㎜의 비를 뿌린다. 480㎞에 이르는 강풍반경과 너울은 해안과 남쪽 바다를 덮는다. 위험이 큰 곳은 낙엽으로 배수가 막힐 수 있는 저지대, 그리고 갯바위·방파제 같은 해안이다. 제주도와 정부가 빗물받이 정비와 해안 통제에 대비를 집중한 것은 예보된 위험과 맞아떨어진다.

남은 변수는 아열대고기압이다. 이 고기압이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따라 비가 25일 밤에 그칠지, 26일까지 이어질지가 갈린다. 기상청은 가능성이 낮다고 보지만, 약해진 태풍이 국내로 향하는 경로도 완전히 닫히지는 않았다. 주말 동안 기상청 발표가 바뀔 때마다 특보도, 그에 따른 대응 단계도 함께 바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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